모기와의 전쟁에 대비하기
캄보디아 행을 준비하면서 해당 국가에 대한 외교부의 권고사항 등을 찾아보던 우리는 적어도 파상풍 주사는 꼭 맞고 가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A형, B형 간염 예방접종까지 하고 가면 좋겠지만 일단 비싸기도 하고 번거로워서 그냥 파상풍 주사를 먼저 맞기로 했다.
22살이었던 2018년 여름, 처음 떠난 유럽 배낭여행에서 감염된 상처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유난히 더웠던 그해 프랑스 파리에서 벌레 물린 상처에 (모기인지 진드기인지 모르지만 물린 상처가 가렵고 되게 컸다) 더럽기로 소문난 파리 시내를 걸어 다니면서 온갖 먼지들이 들어갔고 결국 상처가 감염되어 발 한쪽이 발목부터 시작해 발가락까지 퉁퉁 부었던 경험이 있다. 신발도 들어가지 않아 슬리퍼를 신고 다녀야 했던 아픈 기억이다.
단체로 움직여야 하는 여행에 내가 조장까지 맡았기 때문에 아픈 발을 이끌고 일정을 강행하던 중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발이 붓고 아파 울기도 했었다. 다행히도 독일에서 대학병원 응급실에 갈 수 있었고 치료를 받고 항생제를 처방받은 후 빠르게 회복해 남은 일정은 순조롭게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웃프지만, 해당 경험을 겪은 후 어딜 여행하던지 항생제는 무조건 필수로 챙긴다. 이번에도 항생제 한 통을 가져갈 거지만 10년마다 한 번씩 맞는 것이 좋다는 파상풍 주사도 맞고 가기로 했다.
파상풍 예방접종은 병원마다 가격이 다른데,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집 근처에서 삼만 원에 맞을 수 있는 곳을 발견했다. 학교 건강센터에서 맞는 것이 가장 저렴했지만 예약이 꽤 차 있었고 졸업유예자 신분이라 등록금을 내지 않아 따로 건강센터에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알곤 번거로워서 그냥 동네 병원에 갔다. 전화를 하고 바로 당일, 한 시간 이후로 예약을 잡았다.
A랑 같이 갔는데 외국인에게도 금액은 같았다. 외국인등록증이 있어서 더 순조로웠다. 전에 신촌으로 사랑니를 빼러 갔을 때는 외국인 등록증이 나오기 전이라 접수할 때 진짜 고생했는데.
파상풍 주사를 맞던 날, 당장 오늘 예방접종을 할 거란 생각을 못했던 나는 오전에 헬스장에서 어깨 운동만 한 시간 정도 하고 갔었다. 어깨 근육에 펌핑이 잔뜩 들어가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의사 선생님이 근육에 힘을 풀라고 하셨을 때 힘이 안 빠져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근육이 단단하게 긴장해 있어서인지 주사를 맞고 피가 났다. 예방 접종하고 피 본 적은 처음이다.
원래 파상풍 예방접종이 좀 아프다고는 하지만 진짜 꽤나 아팠다. 맞은 당일부터 다음날 내내 어깨가 뻐근하게 아팠는데, 이게 어깨 운동 후 근육통인지 주사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A는 당일날은 하나도 안 아프다고 했는데 다음날부터 그다음 날인 셋째 날까지 어깨가 아팠다고 한다.
무튼 그렇게 파상풍 주사도 접종을 했고, 그다음 우리가 준비해야 할 건 모기였다. 모기······.
솔직히 뭐, 말라리아에 걸리겠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걸리면 코로나바이러스 보다 위험할 것 같아 대비를 하기로 했다. 또 말라리아 지도를 찾아보니 큰 도시들 외엔 캄보디아 전체가 말라리아 위험 지역이었다. 우리는 수도인 프놈펜이나 앙코르 와트가 있는 씨엠립 보다 남서쪽 해안과 동쪽 정글에서 대부분을 보낼 것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A는 워낙에 모기에 잘 물리고 자기도 그걸 잘 알아서인지 엄청나게 겁에 질려 있었다. 나는 모기가 그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있어도 꼭 A만 물린다.
영국에는 여름이 되어도 모기가 딱히 없기 때문에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였겠지만, 2020년 여름과 지난 2021년 여름-가을 동안 A는 모기 때문에 정말 고생했다. 몸 전체에 스무 방 이상을 물리는 가 하면, 코, 이마, 손바닥 할 것 없이 모기를 물렸다. 그래서 A는 모기가 너무 자길 좋아하는 걸 알곤 한국 모기들이 자길 양식 맛집으로 아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릴 자주 했다.
아무튼 모기 때문에 겁에 질린 남자친구 때문에 단단히 준비를 해가게 됐다. 전문가인 엄마한테 여쭤보니 항말라리아제는 매일매일 복용하는 것과 일주일에 한 번씩 복용하는 것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약이 독해서인지 메쓰꺼움 등 부작용이 좀 있다고 한다. 으아악 진짜 쉽지 않네
항말라리아제에 대해 나도 따로 찾아봤는데 치료약이지만 예방 목적 복용이 가능한 약이구나. 신기했다. 말라리아 원충 종류와 여행 가는 지역에 따라 복용해야 하는 약이 다르다고 하니 진짜 전문가랑 상담 후 처방받아야 하는 약이다. 말라리아에 걸리는 것보다는 번거로워도 약을 먹는 것이 나으니까.
우리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걸 가져간다. 지식백과에 '아토바쿠온+프로구아닐'이라고 되어 있는데 공복 때 먹으면 흡수가 잘 되지 않으니 음식이나 우유와 복용해야 한다. 그래서 엄마가 말씀하신 대로 매일 저녁 먹을 때 먹을 것 같다. 까먹지 않고 잘 복용해야지. 1일 1회 1정.
항말라리아제 이외에도 바르는 모기기피제, 진드기 및 모기 스프레이, 전자 모기 매트 등을 가져간다. 모기야 제발 물지 마라.. 이 정도면 너 죽고 나 죽고다.
또, 현지에선 언어의 장벽으로 필요한 약을 쉽게 구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상비약을 꼼꼼히 챙겨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항생제, 진통제 및 소염제, 소화제, 위장약, 알레르기 약, 장염 및 설사약, 후시딘, 각기 다른 종류와 크기의 밴드, 알콜 스왑, 버물리······. 이렇게 일단 준비됐다. 가방 한 켠이 다 상비약일 것 같다. 게다가 마스크도 한국에서 다 가져간다.
걱정이 너무 많은가 싶으면서도 멀리 여행 갔을 때 아파봤기 때문에 미리 챙겨가는 것이 마음 편하다. 여행자 보험도 그냥 고급형으로 했다. 가격은 얼마 차이 안 나더라... 이런 데에 아끼는 거 아니다. 쓸데없는 거 안 사면 된다.
왜 이렇게 준비할 게 많은 것 같지? 원래 이런 건가요?
아직도 준비가 한참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