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얼룩진, 캡
프놈펜에서의 둘째 날부터 오른쪽 뺨에 빨갛게 뾰루지 같은 게 올라오기 시작했었다. 그 전날, 습한 날씨에 오히려 피부가 좋아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좀 놀랐다.
셋째 날이 되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남서쪽 해안도시 캡으로 넘어가기로 계획을 했기 때문에 아침 여섯 시 반부터 일어나 짐을 쌌다. 거울을 보니 왼쪽 뺨까지 빨갛게 피부 트러블이 올라와 있었다. 오른쪽은 더 심해졌다. 하루면 가라앉을 거라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캡까지 지도상으로는 세 시간 반. 하지만 길이 좋지 않아 그보다 더 걸리는 걸 감안해야 한다는 말을 사람들에게서 들었다. 프놈펜에서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아침에 길을 떠났던 우리는 정확히 6시간 만인 오후 한 시 즈음, 캡에 예약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길도 길대로 험했지만 아침도 먹지 못하고 출발했던 여정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우리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캡에서는 bungalow라 불리는 나무 오두막에서 지내기로 했는데, 숙소 전체가 프라이빗한 오두막들로 이루어져 있고 굉장히 자연친화적이라 예쁘긴 정말 예뻤다. 약간 '정글의 법칙'스럽긴 했지만 말이다.
짐을 대충 풀고 샤워를 하려고 샤워실의 거울을 보니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프놈펜에서의 아침까지만 해도 그냥 피부 트러블로 넘길 수 있을 정도였는데, 캡에 도착해서 보니 이건 진짜 아닌 거다. 오른쪽 왼쪽이고 할 것 없이 양볼 전체가 빨갰다. 피부 트러블이 아니라 두드러기 같았다. 살짝 수포까지 올라와 있었다.
난 이때까지도 그냥 피부가 심각하게 뒤집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엄마에게도 피부 사진을 보내 어떤 문제인지 여쭤봤다. 일단 얼굴만 그런 거라면 땀과 마스크 때문일 거라 하셨다. 항생제를 먹어야 하나 했는데 일단 알러지 약을 먹으라 하셔서 한국에서 가져온 알러지 약을 먹었다. 이때부터 얼굴은 무조건 식수로만 씻었다.
피곤한 데다가 피부까지 이러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뜨거운 햇볕, 그리고 흙먼지와 땀 때문일 거라 생각하며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라 여겼다. 씻고, 숙소 라운지에서 밥을 먹고, 낮잠까지 살짝 자고 일어났더니 밖은 벌써 어둑어둑했다.
저녁을 먹기 전, 우리는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고 잠깐이지만 바다도 구경했다. 귀여운 바닷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돌아왔는데 거울을 보니 피부 상태는 더 안 좋아진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원래 우리는 이 도시에 하루만 머무르기로 계획했지만 프놈펜에서 이곳까지의 여정이 너무 힘들었기에 하루를 더 머물며 쉬기로 한 것이다.
사실 나는 진짜 너무 속상해서 울고 싶었는데 참고 있었다. 너무 뜨겁고, 가려웠다. 내가 피부 때문에 속상해한다는 걸 알곤 A도 부모님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봤다. A도, A의 부모님도 내 증상이 땀띠(heat rash) 같다고 하셨다.
어렸을 때 이후론 땀띠를 겪어본 적 없는 나는 좀 당황했다. 이미지를 찾아보니 붉게 두드러기처럼 올라온 데에 수포가 잡히는 것이 내 증상과 비슷하긴 했다.
A의 말로는 자기는 더위를 잘 타서 땀띠가 거의 매 여름마다 생긴다며, 내 뺨에 올라온 것이 땀띠와 생긴 것과 증상이 비슷하니 일단 땀띠를 낫게 하기 위한 치료법을 써보자고 했다.
유난히 까칠했던 이날, 화 한번 안 내고 신경 써줘서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