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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켠서 Mar 31. 2022

나무 오두막에서 3성급 호텔로

우리가 사랑한 도시, 캄폿

캡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우리는 캡에서 약 30분 떨어진 도시, 캄폿(Kampot)으로 향했다.


캄보디아 여행 계획을 세울 당시, 나는 캄폿을 그저 시아누크빌로 가기 전 거쳐가는 도시라 생각했다. 캡처럼 바다와 해변이 펼쳐진 도시도 아니고 시아누크빌처럼 규모가 큰 도시도 아니니 내가 기대할 만한 건 딱히 없었다. 아주 시골인 캡 보다야 조금 더 번화한 정도라고만 알고 있었고, 지상낙원처럼 보이는 시아누크빌에 빨리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프놈펜에서 묵었던 에어비앤비도 그렇고 캡에서의 나무 오두막도 가격은 저렴했지만 아늑함을 빼면 마냥 좋다고 할 수 없는 숙소였기에 이번엔 조금 더 좋은 숙소를 예약하기로 했다.

벌레가 너무 싫은 나에게 아주 쬐금 버거웠던 오두막

캄폿으로 향하기 전날 밤, 숙소를 찾아보는데 에어비앤비에서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발견했다. 시간이 촉박했지만 급히 호스트에게 메세지를 보냈고 답장이 오기를 기다렸다. 잠자리에 들 때까지 호스트에게 답장이 오지 않는 것이 불안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란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하지만, 그리고 역시나, 다음날 숙소 라운지에서 아침을 먹을 때까지도 우린 답장을 받지 못했다. 어쨌든 숙소를 예약해야 했기에 호스트에게 요청했던 숙소 예약을 취소하고 다른 어플을 이용해 숙소를 예약하기로 했다.


아침을 다 먹고도 체크아웃까지 두 시간가량이 남아 오두막의 발코니에서 숙소를 찾아보며 한가롭게 여유도 부렸다.

오두막을 둘러싼 자연이 너무 아름다웠던 곳

그러다 내가 묵고 싶었던 숙소를 다른 어플에서 발견했는데, 에어비앤비로 예약하는 것보다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조식이 포함된 딜이라 마음에 들었다. A가 흔쾌히 좋다고 했고 이번엔 정말 좋은 숙소에서 묵고 싶었기에 미련 없이 예약하기로 했다.


그런데 결제를 하려니 카드가 먹통인 거다... 그렇지... 너무 순탄하면 섭섭하지. (왜인지 캄보디아에서 내내 신용카드가 말썽이었다.) 결국 호텔에 직접 가서 결제하는 방식으로 예약을 진행했다.


배낭 가득 짐을 싸고 생각보다 더 정들었던(?) 나무 오두막 숙소를 떠나는데 프랑스인 호스트 리넬이 내게 전날보다 얼굴의 붉은기가 덜해졌다고 말을 건넸다. 어제는 두 뺨이 전체적으로 엄청 울긋불긋했는데 범위도 작아진 것 같다고 하더라. 내 기억엔 그때까지도 엄청 붉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고마웠다.


그렇게 우린 뜨겁게 내리쬐는 정오의 햇볕을 받으며 캄폿으로 향했다. 나는 얼굴에 햇빛을 최대한 덜 받게 하겠다며 눈 밑으로 내 비키니용 스카프를 꼭꼭 감은 채였다. 캡에서 캄폿까지의 도로는 아스팔트 상태도 양호하고, 길도 넓고 한산했다.


출발한 지 약 삼십 분 후, 호텔에 도착해 예약 내역대로 결제를 하는데 결제가 되지 않을까 봐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 그곳에서 머물렀던 내내 우리에게 환한 미소를 보여준 호텔 매니저 코살이 결제 완료라며 서명을 부탁하는 영수증을 내밀자 나도 모르게 작게 환호성을 질렀다.


주차까지 잘 마치고 코살이 안내해주는 방으로 간 나는 두 번째 환호성을 질렀다. A도 이렇게 좋은 호텔일 줄 몰랐다는 듯 방에 들어서자마자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방도 넓고 쾌적했고, 짐을 이리저리 펼쳐 둘 공간도 넉넉했으며 특히 화장실이 정말 너무 예쁜 방이었다.

아, 캄폿 여행기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숙소에 대한 이야길 길게 적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누가 우리에게 캄보디아 여행에서 어떤 도시가 가장 좋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긴 고민 없이 캄폿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에 이 호텔이 있었다.


머무는 곳, 잠자는 곳이 중요하다곤 해도 이렇게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 여기서 머무는 동안 우린 안심했고, 참 행복했다. 수영장 크기는 조금 아쉬웠지만 조식과 서비스가 마음에 쏙 들었던 것도 한몫했다.

이후 우리는 어떤 숙소에서 묵던지 숙소에 대해 이야길 나눌 때마다 이 호텔과 비교했다. 그야말로 이번 여행에서 호텔을 비교하는 데에 이곳은 우리의 기준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이 호텔이 고작 3성급이었다는 걸 믿을 수 없다. 캄보디아에서 묵었던 다른 3성급 호텔들과 비교하면 이 호텔은 4성급이나 다름없었다. 프놈펜이나 씨엠립에서 묵은 4성급 호텔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데!


다시 캄폿을 방문했을 때에도 이곳에서 묵고 싶었지만 늘 방이 없거나 너무 비싼 방들만 남아있어 다시 방문하진 못했다. 하지만 처음 캄폿을 방문했을 때의 우리에게 다음 여행지로 향할 수 있는 힘을 이곳이 준 건 분명하다.


다시 캄보디아에 간다면, 또 한 번 캄폿으로 향할 것이다. 그때는 꼭 다시 여기서 묵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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