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커 켈트너 / 위즈덤하우스
표지가 휑하다. 진짜 이상한 표지다.
기껏 골라왔을 사진을 90도 돌려 옆에 세웠다. 그것도 흑백이라서 배경색과 구름이 구분안되는 이상하고 폼 안나는 구성이다. 결과적으로 표지 절반이 허연 공백이다. 혹시 내가 간과한 뭔가 있을까 싶어 유심히 봤지만 그런건 없다. 그저 못 만든 표지일 뿐이다. 그런데 웃기게도 뒷표지는 꽤 괜찮다. 앞에 쓴 사진의 다른 부분이 쓰였는데, 나름 괜찮아 보인다. 뒷표지만 보면 웅장한 산 사진이 표지의 앞에서 뒤로 연결되어 있을것 같은데, 앞 표지는 생뚱맞다. 누가 이 표지를 보고 경외심을 떠올릴까?
책 중간에 파트로 나누는 간지(?)가 눈에 띈다. 한 두페이지를 가득 채우도록 편집된 별이 총총한 어둡고 깊은 숲, 끝없는 침엽수림, 바다 그리고 기암괴석이 쓰였는데, 책의 주제인 경외심과 잘 어울리는 사진들이다. 이걸 보면 책을 만든 사람들도 어떤 사진이 책에 맞을지 아는게 분명한데, 표지를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읽다 보면 구체성과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심리학의 특성상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여전히 허술하다. 저자도 그걸 의식했을까? 굳이 안 써도 될것 같은 숫자나 분석을 들이댄다. 1장에서는 인터넷에 떠도는 GIF 2100개를 모아서 일종의 정서지도를 만들었다고 장황하게 설명한다. 그런데 정작 그 결과물은 명칭도 제대로 없을 뿐더러, 어떻게 분석했는지 등의 디테일은 하나도 없다. 저자는 많다는 의미에서 GIF를 2100개 썼다고 말했겠지만, 요즘에 짤방 2천개는 유튜브 몇 시간이면 모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암으로 사망한 동생을 자주 거론하는데, 이 사례가 경외심이라는 주제에 적절한가 싶다. 그리고 동생과 함께 봤다는 사진 숫자가 1372장이었다고 굳이 짚어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요즘 어지간한 핸드폰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진이 있을 텐데?
이런 책은 돈과 시간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