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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Nov 08. 2023

#13.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장 지글러 / 시공사


매우 잘 만든 표지다. 넝마를 든 작은 아이의 흑백사진은 백마디 말보다 직관적이다. 흑백사진 커버와 노란색 표지는 검은 색과 흰 색 폰트를 번갈아 사용한 제목과 잘 어울린다. 가난은 오래된 흑백영화처럼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옆에 있지만 눈에 안 보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한글본 제목은 원제와 딴 판이다. 하지만 정말 잘 만든 제목이다. 원래 제목은 "손녀 딸에게 들려주는 자본주의 이야기"이고, 부제는 "이 애는 자본주의의 끝을 볼 수 있기를"이다. 만약 이게 제목이있었다면 과연 책에 손이 갔을까? 그래도 원제를 그냥 버릴 수는 없었는지, 편집자는 슬며서 표지 우측상단에 적당히 작은 글씨로 끼워 넣었다. 웃음과 함께 고개 끄덕여지는, 성실하고 센스있는 구성이다.


가난한 아이를 책의 모델로 사용한 것에 대한 비판을 들은 적 있다. 가난한 아이들이 자신의 불행을 증명해야 하고, 가난을 강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그런 생각을 못해봤고, 표지를 보면서도 불편하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다. 후원을 바라는 단체들이 건네는 자료에 있는 예쁜 여자 아이 사진에 얼마나 진실이 담겨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서 배고픈 어느 아이가 한 끼라도 먹을 수 있다면 우리의 잘난 정치적 올바름이 뭐 그리 중요한가.




프랑스 원본 표지는 이렇게 생겼다.

이 표지와 제목을 안 쓰고 완전히 새로 만든 시공사 팀원들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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