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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Nov 07. 2023

#11. 수소폭탄 만들기

리처드 로즈 / 수소폭탄 만들기


원본 표지와 우리나라 표지를 비교해 보면 재미있다.


미국에서 출간된 원본의 표지가 폭탄의 폭발력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한글판은 미국과 소련 지도자의 그림을 사용했다. 책의 많은 분량이 미국의 원자폭탄 독점이 예상보다 일찍 깨진 후 각 국가가 잠재 적국보다 더 강한 무기를 소유하고자 하는 강박에 휩쓸렸던 시기의 과학기술 동향과 미국과 소련의 경쟁 및 첩보 관계를 다루고 있는 만큼, 한글판 표지가 훨씬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책을 접하는 미국인과 한국인의 심리가 매우 다를 것임을 생각하면 미국책의 표지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실제 핵무기를 최초로 개발하고 인간을 대상으로 사용한 유일무이한 경험이 있는 미국인의 입장에서 핵무기는 실질적인 권력이자 구체적인 공포인 만큼, 수소폭탄의 강력한 폭발을 표지로 사용함으로써 대규모 살상에 대한 미국인 마음속 공포와 도덕심을 자극하는 것이 책의 홍보와 판매에 도움이라 판단했을 것 같다.


반면, 한국인은 핵무기에 관해서는 제 3자일 뿐이다. 그런 만큼 핵폭발의 크기와 살상력에 대한 관심과 걱정은 부차적이고 간접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국과 소련의 경쟁과 국제정치 역학을 책표지에 담는 것이 낫다고 출판사에서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표지 주인공으로 트루먼 대신에 스탈린을 사용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그 편이 잠재 독자의 관심을 더 끌 수 있었을 것이고, 동시에 일부 독자의 스노비즘을 자극했을 테니까.


잘 만든 표지다. 스탈린과 트루먼의 특징을 잘 잡아냈을뿐더러, 곁눈질로 스탈린을 보고 있는 트루먼의 모습이 당시의 분위기와 책의 주제를 잘 나타낸다. 그림체와 색상도 잘 어울려 좋아 보인다.


이 책을 들고 도서관이나 커피숍에 간다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천 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이라 실제로 들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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