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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Nov 09. 2023

#15. 골프의 기쁨

강찬욱 / 끌리는 책


표지의 하이라이트는 어느 골퍼의 아이언 풀스윙이다.


그런데 공이 골퍼 머리 위로 날아간다. 뽕샷이다. 이런 샷을 하고 기뻐할 골퍼가 있을까? 들고 있던 클럽으로 땅바닥을 내려치면서 욕을 하지 않을까? 표지만 보면 이 골프는 기쁨일 수 없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


자세히 보니 표지를 만든 사람의 고민이 보인다. 공이 날아가야 할 자연스러운 방향은 이미 다닥다닥 너무 복잡하다. 다섯 글자밖에 안되는 제목을 두 줄에 걸쳐서, 게다가 폰트를 세 개나 섞어서 써놨으니 그럴 수 밖에. 그래서 디자이너는 차마 여기에 뭔가를 더 그려 넣기를 포기한듯 하지만 참 아쉽다. 골퍼가 친 공이 날아가야 할 방향을 차지하고 있는 "기쁨"이라는 손글씨를 딴 곳으로 치우고 공을 그려 넣었다면 말로만 기쁜 골프가 아니라, 내가 친 공이 멋지게 날아가는 공을 보는 정말 '기쁜 골프'가 됐을테고, 책이 전달하려하는 메시지도 훨씬 더 잘 나타냈을텐데.


좋은 재료들을 잘 씻고 다듬어 놓고는 정작 끓일 때가 되니까 냄비에 한 방에 다 때려 넣은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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