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 허블
예쁜 여성 작가가 쓴 책은 사지도 읽지도 않았다.
살면서 여러 성공과 실패를 통해 내가 가진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나름의 방법을 몸에 익혔고, 그중 하나가 외모가 뛰어난 여성 작가의 책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이었다.
몇 해전 여름, 서점에서 김초엽의 책을 처음 봤다. 하지만 띠지에 인쇄된 작가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지나쳤고, 나중에 선물로 받았지만 역시 읽지 않았다. 소녀소녀한 파스텔 톤 표지와 작가의 외모는 내 선입견을 정당화하고도 남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초엽의 책들이 서점 매대를 점령했다. 책이 아니라 책들이었다.
뒤통수를 아주 세게 얻어맞았다.
미안하다. 내가 잘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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