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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Nov 09. 2023

#17.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 한길사


생명과 세계성 그리고 다양성이라는 조건에서 노동과 작업 그리고 행위라는 인간의 근본 행동이 나오는데, 세속적인 가치기준에 노예가 되지 말고 각자 고유한 정체성과 독자성을 드러내는 행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길고 어려운 철학책이다. 사 놓고 안 읽는 책 순위가 있다면, 상단에 랭크될 책이다.


워낙 오랜 기간 널리 알려진 책이라 여러 곳에서 많은 버전으로 출간됐다. 하지만 책표지들이 심심하고 거기서 거기다. 독특한 표지를 만드는 모험을 하기에는 한나 아렌트라는 이름이 너무 무거운 탓일까? 대부분 작가 사진을 썻거나 다른 것 없이 텍스트 위주로 표지를 만드는 안전한 방법을 택했다.


여러 종류 중에서 지금은 절판된 한길사의 표지를 제일 좋아한다. 한나 아렌트의 시그니처라 할법한 담배 든 모습을 팝아트 형식으로 만들어서 썼다. 시원한 단색 배경과 아렌트의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 그리고 옷색깔과 표지 상단의 색을 맞춤으로서, 전체적으로 철학책이 주는 무겁고 복잡한 느낌보다는 정리되고 세련되어 보인다. 이런 표지라면 한나 아렌트를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다가 들춰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읽기 쉬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개정판에서 한길사는 유명한 입체파 그림을 커버에 사용했다. 물체를 분해하고 조각내서 추상적으로 재구성하는 입체파의 특성상, 표지 그림의 목적과 의도를 이해하기 난해하다. 안 그래도 복잡하고 어려운 아렌트의 철학책 표지에 이런 그림을 쓰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커버도 난해하고 책내용도 난해하면 두 개의 난해함이 소거되거나 줄어드는 기적이 있는것도 아닌데 이럴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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