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건 사람의 의지다.
<간략 시놉시스>
어느 날 꿈을 꾸었다. 지구가 거꾸로 뒤집혔다. 거대한 혼돈이 나를 집어삼키려 한다. 뉴욕에서 맞이하는 아침, 나는 그 꿈 때문에 당장 일어나 미국과 한국의 신문을 찾아 읽었다. 세상은 혼돈 그 자체. 혼돈에 뒤집힌 자동차, 부러져 떨어진 나뭇가지, 늘어진 브루클린 브리지 앞에서 나는 거꾸로 서있다. 어떤 혼돈들이 나를 휘감았고 나는 어떻게든 정신을 잡으려 했다. 미국과 한국, 동시에 사건들이 벌어졌고 그 사건들은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 그 연결고리는 마치 오페라 같다. 나는 그걸 찾아야만 한다.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없다는 세계의 혼돈, 그리고 미스터리, 불확실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서스펜스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건 사람의 의지다. (룰루밀러)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어디선가 고전적인 낡은 클래식 하프를 연주한다. 노래는 슬프면서도 신묘하다. 신문을 가지고 뛰는 한 고아 소년이 나에게 세게 부딪친다. 바닥에 떨어진 신문에는 1924년, '축 그랜드센트럴 터미널 건립11주년 기념'이라 적혀있다. 한 백인 여성은 모던룩 복장을 한 채 분홍빛 루즈를 바르며 남자친구를 기다린다. 사람들은 분주히 걷고 부딪히며 어디론가 간다. 턱시도를 입은 한 남자가 백인 여자 곁으로 다가온다. 짧지만 달콤한 입맞춤을 하고 둘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렇게 이곳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곳이다.
그때, 커다란 총소리가 들려온다. 탕!
사람들은 개미떼처럼 수십 간에 문을 향해 달려간다. 사람들의 고함과 놀람이 총소리를 묻게 한다. 미친 듯이 달리고 달린다. 나는 가만히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서서 총을 든 자를 바라본다. 좀 전에 나와 세게 붙임 친 고아소년이다. 나는 고아소년과 두 눈이 마주쳤다. 고아소년은 나에게 총을 겨누려는 시늉을 한다. 나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양손을 살짝 머리 옆까지 든다. 고아 소년은 잽싸게 자신의 또래의 소년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모든 건 꿈이다.
잠에서 깨었을 땐, 욕실 바닥에 내가 누워있었고 입가에선 피가 흘러나와 있었다. 페스타나 호텔이라 적힌 흰 수건으로 양볼을 감싼다. 일어나서 세면대를 보니 쓰러질 때의 충격으로 양볼이 얼얼하고 입가가 살짝 찢어져있었다. 익숙한 듯 나는 일어났다. 그 외 큰 외상은 없다. 멍들고 부푼 아랫입술이 여간 아팠지만 후시딘을 바르고 밴드를 발랐다. 호텔 티비를 보니 NPR뉴스에선 태풍 Debby가 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Debby, 플로리다를 뚫고 뉴욕을 향해 열심히 달려오는 중이었다. 태풍의 눈, 그 눈을 자세히 들려다 보았다. 플로리다를 강타했다. 뉴욕은 어떻게 될까?
2024.08.01. 오후 3시 맨해튼 42번가, 파크 애비뉴
태풍의 온다던 뉴욕의 한 낮은 고요하다. 귓가에 맴도는 사이렌소리, 자동차 소리, 분주한 지하철 소리 들은 한낮 햇빛에 갇혀 들리지 않는다. 슬리퍼를 신고 걷는 발걸음은 가볍다. 꿈에서의 혼돈의 거꾸로 세상과는 다르게 고요하며 적막하기까지 하다.
나는 그랜드센트럴 터미널과 마주한다. 좀 전 꿈에서 본 장소다. 그땐 분명 이곳이 1924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