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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Oct 18. 2024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없다. (5) 서울역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건 사람의 의지다.

<간략 시놉시스>

어느 날 꿈을 꾸었다. 지구가 거꾸로 뒤집혔다. 거대한 혼돈이 나를 집어삼키려 한다. 뉴욕에서 맞이하는 아침, 나는 그 꿈 때문에 당장 일어나 미국과 한국의 신문을 찾아 읽었다. 세상은 혼돈 그 자체. 혼돈에 뒤집힌 자동차, 부러져 떨어진 나뭇가지, 늘어진 브루클린 브리지 앞에서 나는 거꾸로 서있다. 어떤 혼돈들이 나를 휘감았고 나는 어떻게든 정신을 잡으려 했다. 미국과 한국,  동시에 사건들이 벌어졌고 그 사건들은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 그 연결고리는 마치 오페라 같다.  나는 그걸 찾아야만 한다.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없다는 세계의 혼돈, 그리고 미스터리, 불확실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서스펜스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건 사람의 의지다. (룰루밀러)


그랜드센트럴 터미널 역 앞에서 나는 잠시 멈췄다가 홀린 듯 발걸음을 뗀다. 나는 그랜드센트럴 터미널 내부에 들어선다. 꿈에서 본 것처럼 보자르 양식으로 건립된 건물은 아름답다. 언젠가 파리에 가서 오페라 하우스와 마주했을 때, 그 아름 다운 감격과 닮아 있다.  민트색 천장에 그려진 지워져 가는 별자리를 가만히 바라본다. 푸른 밤하늘에 백마도 물고기도 모두 오랜 빛을 내며 그 자리를 지킨다.  백마가 밤하늘을 수놓듯 흐리게 반짝인다. 100년도 훌쩍 넘은 그 아름 다움은 고스란히 전해져 내 눈에 앉는다. 군중들은 쏟아지는 천장 별자리 벽화의 빛을 받아 움직이는 듯 보인다.

순간, 꿈에서 본 그 장면들이 스친다. 눈을 질끈 감는다. 눈을 다시 뜬다. 성조기가 휘날린다. 별자리들도 희미하게 빛을 낸다.


언 듯 뉴스가 스친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작은 전광판으로 속보가 지나간다.

Breaking news in Korea

the Seoul Station shooting

'서울역' 원인 모를 총기 난사 사건, 14살가량의 소년으로 추정됨.
피해자도 14살 소년 그 자리에서 사망
체포를 위해 cctv분석 중, 소년  몽타주 확인 바람


서울역

서울역에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어디선가 전자기타를 연주하며 버스킹을 하는 청년이 서있다.  노래는 슬프면서도 신묘하다. 신문을 가지고 뛰는 한 고아 소년이 나에게 세게 부딪친다. 바닥에 떨어진 신문에는 2024년, '축 서울역 건립 100주년 기념'이라 적혀있다.  취업준비생 성희는 백팩을 메고 아이스커피 한잔을 손에 쥔 채 남자친구를 기다린다.  사람들은 분주히 걷고 부딪히며 어디론가 간다. 청바지, 후드티를 입은 건장한 청년이 성희에게 다가온다.  짧지만 달콤한 입맞춤을 하고 둘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렇게 이곳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곳이다.


그때, 커다란 총소리가 들려온다. 탕!


사람들은 개미떼처럼 수십 간에 문을 향해 달려간다. 사람들의 고함과 놀람이 총소리를 묻게 한다. 미친 듯이 달리고 달린다. 실체는  가만히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서서 총을 든 자를 바라본다. 좀 전에 나와 세게 붙임 친 고아소년이다. 실체는  고아소년과  두 눈이 마주쳤다. 고아소년은 실체에게 총을 겨누려는 시늉을 한다. 실체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양손을 살짝 머리 옆까지 든다. 고아 소년은 잽싸게 자신의 또래의 소년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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