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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Oct 24. 2024

편리하지만 불편한 관계, 가사도우미


가사 도우미를 써보신 적 있으신가요?

상주 가사 도우미가 아니어도 요즘은 입주청소나 혹은 다양한 어플을 통해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지 가사도우미 이용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만족스러운 입주청소를 시작으로 여러 번 가사도우미를 이용했는데,  편리하지만 미묘한 그 불편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의 친할머니는 집안에 가사도우미가 4명이나 계셨고 기사도 2명 계셨는데 남을 일 시키려면 너도 할 줄 알아야 시킬 수 있다며  늘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 땐, 그 의미를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남에게 내 살림을 맡겨 일을 시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왜 할머니께서 계속 강조해서 그런 말씀을 자주 하셨는지 이해합니다.


할아버지가 큰 공장을 운영하셨기 때문에 할머니는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일하는 분들을 거느렸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합니다. 할머니가 공장 급식소에 가서 이런저런 훈계를 하면  급식소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이 '곱게 화장이나 하는 사모님'취급하는 바람에 속상하셨다고 말하셨죠.  할머니는 안 되겠다 싶어 갑자기 옷을 벗고 앞치마를 입으시고 급식소 김장과 청소를 완벽, 야무지게 하는 모습을 일부러 보여주셨다고 합니다.


그 뒤 '곱게 화장이나 하는 사모님'소리를 못하고 급식소 아줌마들이 존경의 눈빛으로 '역시 사모님'이라고 말씀하셨다는 일화를 말해주셨어요. 그래서 사람을 부리는 게 더 쉬워졌다고 말씀하셨죠.

그 뒤 할머니를 깔보는 급식소 이모님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할머니는 '사람 부리는 게 절대 쉽지 않다.'며 늘 강조해서 말씀하셨어요.

또한 아침마다 늘 곱게 완벽히 화장을 하고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일에 대해서도 깔끔한 처리를 보여주는 게 정말 중요하단걸 보여주었죠.



장류진 작가의 도움의 손길이라는 짧은 단편을 통해 가사 도우미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전에도 가사도우미와의 미묘한 불편함을 느꼈는데 장류진 작가님이 묘한 사람심리를 단편으로 재밌게 풀어두셨더라고요.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아 읽으면서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분들은 대체로 강한 성향의 분들이 많고 저보다 연로한 경우가 많습니다.

집안에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분을 들여 가사를 시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내 집에 타인이 들어오는 것도 불편한데, 이런저런 말씀이 많은 분도 불편했습니다.

알아서 척척척해주시는 업무에 능한 분들이 오시면 감사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가사도우미처럼 처세술에 능하고 가스라이팅까지 잘하는 도우미 연로한 분이 오시면 정말 난감하고 힘들죠.



예를 들어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고 돌리는 법을 설명해 주면 팔을 탁~때리면서

"아가씨, 식기세척기 같은 거 쓰면 못 써."라고  자신의 살림 법을 주장하기도 하죠.

"세탁기는 울세탁으로만 돌려주세요."라는 요구에 자신의 방법대로 세탁하고 싶어 하기도 하죠.

이런 이상한 일들을 똑같이  저도 겪었기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가씨는 과자 부스러기나 먹고살아요?"같은 저격하는 말을 들을땐,  어떻게 반격해야 하는지 난감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신 분과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죠.

말하자니 어렵고, 그냥 있자니 기분이 나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가사일이란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모든걸 만족 시킬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불편한 선이 존재하는 데 그 선을 넘는 분들이 있죠.


예전에 사귀었던 분은 말레시아 가사도우미가 계신데, 한국어를 몰라 실수하기도 하고 가끔 요상한 요리를 해둬서 절대 요리 하지마라고 말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열심히 하려는 부분때문에 많은 부분들이 마음에 안들어도 그냥 둔다고 했습니다.



또한, 입주청소나 이사비용에서 밥값을 추가 요구 하는 분들도 계신데 그런부분도 잘 이해는 가지 않습니다.


가사도우미 분들의 묘한 신경전과 교묘히 업무 태만한 모습을 보며 사람을 들여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겪어보았습니다.


살림을 남에게 맡긴다는 건 참 편리하고도 어려운 일 같습니다. 남에게 살림을 맡길 땐,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할 부분도 존재합니다. 가사도우미를 쓰건 사업장을 운영하건 모두 어려운 부분이 존재합니다.


편리하지만 불편한 관계,
가사도우미 사용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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