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alish Nov 11. 2020

초콜릿이 녹을 땐 슬픔도 녹아내려 #1

첫 번째 피스 #달콤한맛

내 책상 위에는 항상 초콜릿이 놓여있다. 당장 시선을 왼쪽으로 향하면 여직 리본을 감싸고 있는 레더라 봉봉 쇼콜라(Bonbon Au Chocolat) 박스가 눈에 띈다. 


몸이 약해 잘 지치는 편인 내가 누룽지처럼 늘어져 있던 어느 월요일에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지인이 선물해준 말 그대로 달달한 선물이다. 또각또각 부숴먹는 판 초콜릿으로 유명한 스위스 수제 초콜릿 레더라(Laderach)는 을지로와 압구정에 매장이 있어 학교를 다닐 때도, 회사를 다닐 때도 오며 가며 자주 마주친 브랜드다.



재밌는 사실은 늘 들를 때마다 쇼케이스를 한참 바라보다 결국은 초콜릿 대신 초콜릿 음료를 주문해 나오던 곳이 레더라였다는 것이다. 카카오 맛 자체를 느끼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빈틈없이 채워져 있는 아몬드와 헤이즐넛, 베리류는 부담스럽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봉봉 박스를 받아 든 직후, 초콜릿이라면 반사적으로 발걸음을 멈추고 지갑을 꺼내는 사람이 수 차례의 매장 방문에도 단 한 번 초콜릿 제품 그 자체를 구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흠칫 놀라웠다. 


언제나 처음은 설레는 법.




12개의 조각 중 가장 먼저 눈에 와 닿는 아이를 골라 베어 문다. 어떤 맛인지 미리 살펴보는 일은 생략하고 오로지 혀의 감각에만 모든 것을 맡겨보기로 한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표면이 무너지며 속을 채우고 있던 가나슈가 입 안을 맴돈다. 쌉쌀한 맛이 강하게 감도는 걸 보니 다크 초콜릿이다. 카카오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피스이기도 하다.



행복하다. 




곧게 허리를 펴고 있을 힘조차 부족했던 월요일 오후.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 순간 초콜릿은 단순한 디저트의 일종이 아니다. 무기력이 뒤덮고 있는 쌉쌀한 하루를 이겨낼 이유를 달달한 마음으로 일깨워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치료제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콜릿이 녹을 땐 슬픔도 녹아내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