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서, 점퍼루, 보행기
오늘은 아이들이 걷기 전에, 걷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육아템들을 리뷰해 보고자 한다. 국가번호 82번의 민족답게,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든지 빨리 하는 걸 선호한다. 아이가 걸음을 걷는 것도 빨리 해야 좋다고 많이들 생각하신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보행이 빨리 해서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더 많다.
사람의 이족 보행은 손의 자유를 불러왔고 문명의 급속한 발달을 이루었지만, 이로 인하여 작아지고 방향이 바뀐 골반으로 인하여 사람은 충분히 성장하고 발달하지 못한 채 태어나게 되었다. 태어나서 어느 정도 자력 생존이 가능할 때까지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사람이다. 첫 아이를 키울 때 자조적으로 자주 했던 말 중의 하나는 인간은 돌 이전에는 짐승 만도 못하다 였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태어난 지 수시간면 스스로 걷는데 반하여, 사람은 자력 보행도 불가능하고 의사소통도 불가능하다. (딴 이야기지만 둘째를 키워보니 우리 첫째는 양반이었고, 둘째는 만 4세가 넘도록 아직도 나에게 애완동물을 키우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한다.)
4. 보행기
다행히 보행기를 일찍 사용하는 것의 단점에 대해서는 요즘 많이 알려져 있다. 나는 맘 카페글들의 애독자인데, 은근히 보행기로 인해서 고부 갈등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보행기는 아직 보행을 시작하지 않고, 간신히 앉는 아이들이 사용하기엔 추천하지 않는다. 보통 보행기를 사용하는 이유가 보행기를 쓰면 걸음을 빨리 걷고, 다리 힘이 세지고, 아이가 즐거워한다라는 '믿음'때문인데, 실상은 오히려 낙상의 위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보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여러 논문들을 보면 보행기를 사용한 아이들과, 사용하지 않은 아이들에 있어서 (논문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하나의 연구 결과가만 가지고 이런 치료가 필요해라고 말할 수 없다.) 보행의 시작의 차이가 없거나, 아이가 처음 걷는 시기가 오히려 느려지거나 (하루 2시간 이상 사용 시), 다른 대 근육의 발달이 느려지는 소견이 관찰되었다. 요즘 논문들을 보면 보행기를 쓰나 안 쓰나 큰 차이가 없다는 논문들도 많은데, 보행기를 장시간 태웠을 때의 위험성이 잘 알려져 있어, 최근 들어서는 보행기를 길게 태우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다.
개인적으로 두 아이 모두 보행기를 태우지 않았다. 요즘에 보행기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들이 있는데 굳이 보행기는 추천드리고 싶지 않다.
5. 쏘서와 점퍼루
이렇듯 보행기가 아이들에게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 많이 알려지면서 대안으로 인기가 있는 아이템이 쏘서, 점퍼루, 스텝 앤 XXX 등의 이름을 달고 있는 아이템들이다. 이들은 내 주변 지인들도 빌리던, 구매하던 다 가지고 있었던 아이템이고, 나도 첫아이, 둘째 아이 모두 구매 하긴 하였던 아이템이다. 아이를 태워 놓으면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들은 매우 좋아하고, 운동도 되는 느낌이며, 엄마는 잠시 쉴 수 있는 부모의 만족도는 높은 아이템이다.
안타깝게도 이 아이템들은 실제 연구가 진행되어 아이들에게 어떻다 결론난 것은 없다. 따라서 실제 애를 키워 보고 두 아이를 태워본 정형외과의사로서 나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우선 아이가 목을 가누기 시작하면 쏘서를 태우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쏘서나 점퍼루를 태워야 하는 타이밍과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미숙하게 태어난 신생아는 머리부터 발의 방향으로 발달이 진행된다. 목을 가누고, 허리를 가누고 (혼자 앉고 뒤집기), 마지막에 스스로 걷기 시작하는 것이다. 초등학생한테 양자 역학을 설명해 주어 봤자 못 알아듣는다. (나도 이제는 못 알아들을 거 같다.) 아직 허리도 가누지 못하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걷는 연습을 해주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또한 이미 보행기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기구 내에서 보행과 유사하게 움직이는 것은 보행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흔하지는 않지만 (인종적으로 잘 안 온다.) 외국에서는 흔한 blount 씨 병이 있다. 무릎 내측 성장판의 문제로 다리가 휘어지는 것인데, 이 병의 위험 인자 중에 조기 보행이 있다. 아마도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무릎에, 아이 본인의 체중이 걸리는 것이 무릎 내측의 성장판의 발달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로 추정하고 있다.
학회 내에서 쏘서나 점퍼루 이야기를 하면 선생님들 마다 의견이 다양하다. 보행기 사례를 생각하면 안 태우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시는 분들부터, 어쨌든 나쁘다고 결론이 난 것이 아니니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사실 응급이 맞고 주당 근무시간이 70-80시간을 육박하는 직업적 특성상 육아 참여도가 지극히 낮고, 쏘서랑 점퍼루가 무엇인지 모르시는 분이 더 많다.
내 개인적은 의견은,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태웠다.) 아기가 손을 짚고라도 혼자 앉거나, 혹은 앉혀 놓으면 잠깐이라도 혼자 앉을 수 있을 때에, 발이 바닥에 닿지 않게 충분히 높이를 주고 수건 등으로 남는 공간을 채워서 아이 체간을 안정적으로 기계가 잡아 줄 수 있게 해서 한 시간 안쪽으로 태우는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까지 해서 태워야 돼 라고 하기엔 솔직히 비슷한 연령 때의 아이를 키워보셨거나 키우시고 게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아이가 하루에 30분이라도 이런 걸 타 줘야 엄마의 인간으로서 기본권이 보장된다.)
점퍼루든, 쏘서든 이런 류의 장난감들은 생각보다 타이트하게 아이의 몸통을 잡아 주지 않는다. 아이들 마다 체형이 너무 다양하고, 다양한 연령 때의 아이들이 사용하게 하려면 결국 탑승하는 부분의 공간을 넉넉하게 해 줄 수밖에 없다. 우리가 혼자서 앉지 못하는 아이를 앉거나, 아기 때를 할 때 허리 쪽을 꼭 받쳐주는 것과는 대조된다. 아직 아이가 허리에 힘이 좀 모자란 아이라면 태우고 나서 남는 공간을 채워 주는 걸 권한다. (진지하게 아이가 타는 부분의 시트 디자인을 변경하여 회사에 제안해 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었으나 당시엔 나도 현생이 너무 힘들었다.)
엄마도, 아이도 건강하고 행복한 육아를 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