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정형외과 이야기
개인적으로 아이를 통하여 친분을 맺게 된 관계들에 있어서는 소아정형외과 의사라는 사실을 잘 밝히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오지라퍼... 의 성향을 탑재하고 있어, 아이 관련해서 이것저것 물어봐 주시는 것을 즐기는 편이지만 (기본적으로 별로 신뢰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 바쁜 시간이나 급하게 답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면 질문을 주시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가끔, 밤 10시, 11시경에도 전화를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어느 순간 직업을 잘 밝히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밤에 정말 급하게 오는 전화는 크게 두 개 다. 1) 어딘가 다쳐서 피가 나요 와 2) 뼈가 부러진 것 같아요 다. 오늘은 이 두 가지 중 뼈가 부러진 것 같아요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아이가 놀다가 넘어지거나, 어딘가 세게 부딪히거나, 떨어지거나 하면서 쿵 소리가 나고 아이가 숨도 못 쉴 정도로 울면 부모는 마음이 철렁한다. 우리 첫아이는 정말 타고난 모범생이어서 그렇게 다칠 일이 별로 없었지만 둘째는 정말로 상당히 많은 순간 응급실에 갈 것이냐 말겠이냐에 있어서 나의 의학적 판단을 요구하였다. (내가 직접 아들을 키우고 나서야 왜 아들들이 더 많이 뼈가 부러지는지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진심으로 아들 둘 어머님께는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외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뼈가 단 한 번이라도 부러질 확률은 거의 50%에 다다른다.)
애매하면 병원에 가는 것이 정답이지만 소아를 볼 수 있는 능력이 되는 대학병원 급의 응급실은 많지 않고, 정형외과는 항상 응급 순위에서 밀리는 과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두 아이를 키우는 이 시점에서의 나는, 보호자의 애타는 마음을 꽤 잘 이해하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응급실에서 마주치는 응급의학과의 입장에서 정형외과적 문제는 죽고 사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정형외과 전문의의기에 앞서 의사로서의 입장에서 39도로 열이 나는 아이와 팔뼈가 부러진 것 같은 아이가 오게 되면 당연히 전자를 먼저 진료 봐야 한다.) 시장통 같은 응급실에서 아무 치료도 받지 못하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건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일이다. 어느 정도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경험들이 다반사로 늘어나고 그렇기 때문에 정말 병원에 가보아야 할 상태인가에 대해서 일차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아이들의 뼈가 그렇게 쉽게 부러지지는 않는다. 나중에 아동학대에 관한 이야기도 한번 다뤄 볼 예정이지만, 생각보다 아이들 뼈가 그렇게 쉽게 부러지지는 않는다. 아이는 유리 인형이 아니다. 뼈가 부러지려면 그 정도의 힘의 들어가야 한다.
둘째, 특히 영유아에 있어서 인대를 다치는 경우는 성인에 비하여 드물다. 인대란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해 주는 구조물이다. 성인이 되면 이 인대가 다치는 데 보통 인대가 중간에서 다치기보다는 뼈와 연결되는 부위에서 다치게 된다. 소아는 첫째로 뼈를 싸고 있는 골막이 매우 두껍고 어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뼈가 말랑말랑 하다 보니 인대가 다치기 전에 골절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둘째로 발목 등에서 인대가 다치는 경우는 인대가 다칠 정도의 강한 외력이 주어져야 하는데 아이들이 발목을 삔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서 체중이 적기 때문에 주어지는 외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좀 더 나이를 먹고 초등학생 정도면 모를까 3-4살짜리 아이들이 발목을 삐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위와 같은 이유들로 흔하지 않다. (개인 적은 썰... 을 하나 풀어보자면 둘째 아이의 친구 엄마가 몇 년 전에 전화가 온 적이 있다. 아이가 막 뛰다가 모서리에 발을 부딪혔는데 잘 못 걸어해서 병원에 가려고 한다고... 발이 붓지 않았으면 하루 이틀만 두고 보시라, 지금 병원에 가면 초음파를 보고 인대가 끊어졌다고 하면서 물리치료를 할 거라고 할 거다... 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병원에 가셨다고 하는데 병원에 갔다 오셔서 다시 연락이 오셨다. '어머 같이 병원 가신 것도 아니고 우리 아이 다친 걸 본 것도 아니셨는데 그쪽 병원에서 정말 서하 엄마가 말한 거처럼 말해서 너무 신기해서 전화했어요"라고... )
셋째로 저런 모든 우연을 뚫고 뼈가 부러졌다고 하더라도 단순 골절은 (피가 나거나 하는 것 없이 높은 데서 떨어져서 팔꿈치가 부우면서 뼈가 부러지는 경우 들) 1-2일 정도 지나서 치료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게 없다.
따라서 부모님들께 권해 드리고 싶은 건 일단 아이가 정말로 2-3m 정도 높이에서 떨어졌을 정도로 강한 외력이 주어졌을 상태이고, 아이가 아파하는 부위가 부으면 바로 응급실에 가심을 권장드리고, 단순히 뛰어가다가 어디 부딪힌 정도면 일단 아이를 달래고 몇 시간 정도 두고 보시기를 권한다. 두고 본 뒤에 아이가 부딪힌 부분이 부어오르는지와, 눌렀을 때 아이가 아파하는지를 확인하고 눌러서 별로 아파하지 않고 붓지 않았으면 조금 더 두고 보시고 부딪힌 부위가 부풀어 오르거나 아이가 부딪힌 부위를 눌렀을 때 많이 보채거나 아파하면 병원에 방문하시기를 권해 드린다. 개인적으로 전화를 받았던 경우들은 10에 7-8은 하루 정도면 말끔히 아이들이 통증도 없어지고 붓지도 않았다. 뼈가 부러지거나 인대가 다치는 경우는 하루 만에 증상이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하루 이틀 지나서도 아이가 아파하는 경우는 꼭 병원에 가보시기를 권한다. 생각보다 보호자가 보기에는 이 정도로 뼈가 부러져? 하는 경우들도 있는데, 이는 뼈는 bending force 에는 어느 정도 저항을 해도 torsional force (비트는 힘)에는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어머 이 정도에도 뼈가 부러져요 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던 상황은 1. 팔씨름을 하다가 팔이 부러졌을 때, 2. 트램펄린을 타다가 넘어졌을 때 등이 있다. (막상 글을 쓰려니 생각이 안 나네요.. 나중에 또 생각나면 추가할게요)
소아정형외과는 정형외과 의사들도 부담스러워하는 영역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나 응급실의 정형외과 전공의가 진료를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차에 치이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진 정도가 아니면 하루정도 기다렸다가 전문의의 외래 진료를 보시는 것을 좀 더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