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정형외과 이야기
요즘 진료를 보면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요즘 환자분들은 정말 많이 알고 오신다는 거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로!) 그래서 흔한 병이 흔한 형태로 나타는 경우에는 진단명을 보호자 분께서 이미 찾아서 알고 오시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조금 흔하지 않은 형태로 병이 나타나거나 병이 아닌 경우들이 문제이다.
2-3살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부터 청소년기 아이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골반이 틀어진 것 같다는 이유로 내원한다. 현재 상급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니, 이미 다양한 병원에서 다양하게 치료를 받고 오는 경우가 많다. 골반이 틀어져서 도수 치료를 받았다는 경우, 전기 자극 치료를 받았다는 경우도 많다. 솔직히 고백하면 저러한 치료는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료실에서 보는 골반이 틀어져 보이는 이유는 주로 아래와 같다.
1. 아이가 아직 어려서 똑바로 잘 서지 못한다. 아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구부정하게 섰다.
: 2살짜리 아이는 10살짜리 아이만큼 달릴 수 없다. 당연하게도 2-3살짜리 아이는 바르게 서는 게 힘들다. 비단 2-3살 아니어도 이번에 학교 가는 우리 딸도 증명사진을 찍으려고 가만히 움직이지 말고 있으라고 하면 그렇게 힘들어한다. 다 큰 성인도 오래 서 있으면 힘들어서 자세기 삐딱해지는데 하물며 아이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이런 경우는 사진만 휘어져서 찍혀 보이는 것 일뿐 아무 문제가 없다. 개인적으로 진짜 이런 애들한테 물리치료하고 도수 치료하는 나쁜 짓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을 한다. 고백컨데, 인터넷에서 도수 치료로 구부러진 척추를 펴주었다며 인터넷에 걸려있는 사진들의 10에 9는 이런 경우다.
2. 다리 길이 차이가 난다.
: 사람의 얼굴 한가운데 거울을 놓고 대칭으로 비추면 양쪽의 얼굴이 똑같지 않다고 한다. 연예인들도 본인이 좋아하는 쪽이 있어서 그쪽으로 주로 사진을 찍는다고 하는데 하물며 사람 다리 길이가 양쪽이 꼭 똑같겠는가. 다만 이 다리 길이 차이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결국 좌우 골반의 높이 차이가 나면서 골반이 틀어져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문제의 핵심은 다리 길이인데 골반을 붙잡고 아무리 도수 치료를 하고 물리치료를 해도 호전되는 건 없다.
3. 척추 측만증이 있다.
: 척추는 목뼈부터 꼬리뼈 까지를 통틀어서 의미한다. 일반적이고 가장 흔한 척추 측만증이 흉추(가슴뼈)가 휘어지는 것으로 이 경우에는 등이 휘어져 보이거나 어깨 높이가 달라 보이게 된다. 이러한 척추 측만증이 요추(허리뼈)에 오게 되면 골반의 높이가 달라 보이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자 그럼 이런 척추 측만증은 어떻게 하여야 할까?
설명에 앞서 한 가지를 말씀드리면, 소위 말하는 논문은 정제되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다. 우리가 100분 토론에서 양쪽 모두 우아하고 고상하게 본인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말을 한다고 해서 둘 다 맞는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 것처럼, 논문의 내용이 꼭 다 맞는 사실은 아닌 것이다. 개인적으로 병원이라고 하기에도 속상한 병원들의 블로그 등에서 본인들의 의견의 바탕으로 내세우는 논문들은 논문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으니 논문에서 검증된 치료를 한다고 홍보한다고 무작정 믿고 병원에 가시는 일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러한 논문들은 그래서 주로 얼마나 유명한 잡지에 실렸나에 따라서 평가받는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정형외과는 사람이 죽고 사는 학문은 아닌지라 보통 유명한 잡지에는 좀 더 중요한 병의 좀 더 중요한 사실이 실린다. 정형외과에서 척추 측만증에 관한 논문이 Lancet이라는 정말 유명한 잡지에 실린 적이 있는데, 몇 년 만에 정형외과라는 학문을 통틀어서 이 잡지에 실렸던 것이다. 그만큼 그 중요성과 내용을 인정받은 논문인 만큼 이 논문의 내용과 이 저자의 최신 논문들을 바탕으로 병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 척추 측만증은 외국 기준 전체 인구에 2-3%에서 관찰될 정도로 상당히 흔한 병이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병적인 척추 측만증, 치료가 필요한 척추 측만증은 각도가 20도가 넘는 환자들 만을 이야기하며 이는 전체 환자 중에서 0.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척추 측만증은 병적인 척추 측만증이 아니고 치료가 필요 없는 척추 측만증인 것이다!) 나는 예쁜 얼굴은 아니다. 하지만 이게 그렇다고 병인 건 아니다. 한가인 씨 정도의 코와 김태희 씨 정도의 눈을 정상이라고 정의하면, 내 얼굴은 병적인 얼굴 이겠지만 이런 건 생김의 문제지 병이 아니다. 20도 미만의 척추 측만증은 그냥 척추가 좀 삐뚜루 게 생긴 것이지 치료가 필요한 병적인 상태가 아니란 것이다!
---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두 편으로 나눠서 올라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