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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박씨 Nov 21. 2018

99%와 함께 1%로 살기

 아이를 통해 낯선 세상을 읽다 - 2


    '오레곤주'는 사실 미국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곳이 아니다. 최근 포틀랜드가 주목을 받으면서 조금씩 알려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도 미지의 장소이다. 마치 한국 사람들에게 강원도라고나 할까.

그 가운데서도 'Bend'라는 소도시는 특히나 '아웃도어 천국', '은퇴 이후의 삶'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30분 거리에 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는 설산(Mt. Bachelor)이 있고, 수많은 호수에선 카약킹, 페들 보딩을 하는 젊은 이들을 볼 수 있다. 밴드를 가로질러 흐르는 Deschutes River에서는 튜브를 타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 사이사이는 마운틴 바이크 트레일, 로드 바이크 트레일, 캠핑장들이 채우고 있는 곳이다.  스포츠나 캠핑을 즐기는 젊은 싱글들에게는 4계절 내내 시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백인들에게 알려진 것만큼 동양인들에겐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1% 미만의 동양인...

미국에서 근 10년을 보내온 나에게도 어딜 가든 백인들이 채우고 있는 공간은 매우 생소했다. 사실 캘리포니아는 오히려 순수 백인들을 보기 어려울 정도의 다색 인종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라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잊기도 하는 곳이다. 오히려 너무 많은 중국/인도 사람들로 인해 내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겠군.

그러나 밴드에선 달랐다. 친절하고 상냥한 말투의 그들이었지만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묘한 중압감이 느껴졌다. '다름'이 피부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마치 친절한 다수일지라도 이미 소수에겐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함께 선 기분이랄까.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한국에서 어린이집을 1년 정도 다니긴 했지만 떠듬떠듬 망가진 한국말을 하는 수준의 재하에게 과연 그런 중압감은 어떻게 다가올까? 과연 내가 느끼고 있는 같은 중압감으로 다가올까? 아님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어울려서 여느 백인 아이들처럼 시작하게 될까? 괜한 짠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두려움과 동반된 새로움에 대한 희열과 기대는 다시 한 걸음씩 99% 안으로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과거와 달리 내 손에는 세 아이의 고사리 손이 들려있었다.

'눈을 뚫어 길을 내보자, 재하야'_ 2016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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