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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푼 Sep 16. 2023

예쁘죠 :)

이것은 자랑...






목요일에 큰 아이의 2 학기 상담이 있었다.


코로나 이후 계속 전화상담을 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안부인사를 나누고 아이가 학교에서 어떠한지 여쭈니 바로 답이 돌아왔다.


“예쁘죠!"


그리고 아이의 다정함과 올바른 인성, 배려심등에 대한 폭풍 칭찬이 연이어 들려왔다.


물론 내 아이에 대한 믿음은 늘 있었다. 다만 그 마음이 고슴도치 엄마 같은 마음일까 봐 크게 드러내지 않았는데, 선생님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칭찬을 크게 해 주시니 하늘로 훨훨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대화 도중 얼마 전 내가 아플 때 아이가 유튜브를 보면서 죽을 끓여준 것을 말씀드리니, 선생님이 깜짝 놀라며 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웠냐는 질문을 하셨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특별히 한 것이 없었다. 첫째는 그냥 타고난 기질이다.


특히 큰 아이는 나만이 알고 있는 특별한 순간이 많은데, 8개월 무렵의 어느 일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저녁 목욕을 마치고 침대에 누운 아이에게 로션을 바르다가 사진을 찍은 적 있다. 아이는 아기라고 믿기 어려운 부드러운 표정으로 은은한 미소를 띤 채 나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그윽한 눈빛이었는데, 그 눈빛을 보자마자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때 어떤 기분이었냐면...


판타지소설로 묘사하자면, 인생 2 회차를 맞이한 주인공이 너의 힘듦을 내가 다 알고 있고 그런 너를 내가 사랑하노라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느낌이었달까? 무튼 지금도 아이를 볼 때마다 그 순간이 떠오른다.(사진이 있지만, 개인정보 때문에 올리지 못해 아쉽다.)


아이의 그 표정을 바라보며 내가 느꼈던 무한한 지지와 사랑, 그리고 위로는 계속 진행 중이다. 그냥 아이는 다정하게 태어났고 다정하게 자라는 중이므로.


생각해 보면 나는 운이 좋은 거다. 왜냐하면 둘째 역시 다정하기 때문이다.


어젯밤엔 배가 아파 누워있었다.(자꾸 아파서 미안하고 슬프다...)


큰 아이는 제 방에서 시험공부 중이었고 호랑이 신랑은 출장이었다. 내 상태를 파악한 둘째가 배를 문지르더니 따뜻한 핫팩을 데워왔다. 배에 올려주고 큰 베개를 껴안게 해 주었다. 나는 더부룩하게 뭉친 배에 온기를 느끼며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깼다. 그 사이 둘째가 안경도 벗겨주고 이불도 덮어주었던 모양이다.


이미 자정이 넘어 어두웠는데, 집안의 모든 등은 소등상태였다. 아이들도 모두 잠들어 있었다. 양치를 하고 다시 누우려는데 "예쁘죠"라는 선생님의 음성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래. 예쁘다.


큰 아이도 작은 아이도 모두 예쁘다. 그저 내 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예뻐서 감지덕지인데, 어여쁜 마음까지 예뻐서 더 예쁘다. 가끔 생각한다. 나는 무슨 운으로 이렇게 귀하고 고운 인성의 아이들을 내 아이로 만났는지. 어쩌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지도 모른다. 아닌가? 가끔 고집불통 호랑이 신랑을 생각하면 아닐 수도 있는데...


그것이 무엇이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적어도 나와 신랑이 없는 이 세상에 남아있을 내 아이들은 그 다정함과 사랑으로 따뜻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너희의 생을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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