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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호주 36:from north korea?

여러 국가들과 또 한 번의 만남!

by 찰리한

애들레이드에서 이곳까지 오는 중간에 버스가 쉬어가는 휴게소가 있지만 휴게소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냥 정거장 같은 수준이라 간단하면서 맛없는 음식들만 있었다.

그렇게 18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곳 alice springs. 어서 백패커로 달려갔다. 편하게 누워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마트에 들려 맥주와 저녁 먹을 음식들, 다음날 떠날 여행을 위해 필요한 식품들을 산 후 백패커에 가서 우선 좀 지친 몸을 달랬다.

오후 늦게 일어나 보니 침대 위칸에는 한국인 목소리가 들려서 물어보니 호주 온 지 6개월 정도 됐다고 한다. 왠지 모르게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물어보다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했고 주방으로 갔다.

주방은 이미 파티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들고 꽤 넓은 주방에서 여러 명이 음식을 준비했다

나도 준비한 음식들을 조리하고 그 한국인 친구와 함께 음식과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흥에 취한 외국인 한 명이 백패커 어딜 가나 하나씩 있는 기타를 들고는 떼창 가능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다행히 비틀스의 'hey jude'는 아니었다. 만약 그거 불렀다면 난 벌떡 일어나 차라리 4 non blondes의 what's up 불러달라고 요청하려 했다. 이왕 떼창 할 거면 신나는 게 좋지 않나!

흥에 취해 음악도 듣고 사람들끼리 즐겁게 노는 모습도 보면서 짧게 만난 한국인 친구와 서로의 목표를 응원하며 다시 잠을 청했고 다음날 13시쯤 미리 예약한 여행사를 통해 uluru에 가기 위한 첫 여정을 시작했다.


우리의 2박 3일간 여정을 이끌어갈 사람은 susan이라는 호주의 젊은 여성분 이셨다. 흔히 outback이라는 약간의 오지 체험을 해야 하는 체력적 소모가 꽤나 있는 여행 일정이었다. 분명 호주를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면 난 또 편견에 사로잡혀 있겠지만 이미 두 차례나 호주 여성들의 강인함에 무릎을 꿇었기에 그냥 든든했었다.

15명 정도가 모였고 국가는 다양했다. 영국, 미국, 호주, 콜롬비아,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인은 나 1명뿐.

각자 갖고 온 짐들은 버스 뒤 케러반에 옮겨놓고 필요한 것들만 배낭에 갖고 차에 탔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combi버스 같은 20명 정도 탈 수 있는 작은 버스지만 4륜 구동이며 딱 봐도 거친 지형을 달리기에도 좋은 외형이었다.

susan은 본인의 여행사에 신청해서 온 여러분들을 환영한다는 환영사와 함께 정말 특유의 농담을 엄청 던졌다. 편하고 쉬운 여행을 택하지 않은 당신들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 주겠다던지, outback 체험은 자기가 제일 잘한다던지 하는 시작부터 단단히 각오하라는 웃으면서 던지는 진담들에 우린 웃었다.

음악을 크게 틀면서 도심을 약간 벗어나자 음악을 끄고는 자기소개하자면서 차에 있는 마이크를 잡았다. 자꾸 뒤돌아보면서 운전하지만 전문가답게 알아서 잘 운전하셨다. 1차 편도지만 반대편에 차는 거의 없었다. 가끔 중앙선 넘으면 오히려 우리들이 "oh no"하고 외치면 susan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앞으로 돌려 차선을 바로 잡고는 또 뒤돌아 봤다. 그녀에게는 차량의 옵션인 차선 중앙 유지장치가 있다면 앞을 보고나 운전할까 생각이 든다.

susan을 필두로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이탈리아 남자 3명은 정말 유쾌했다. 비록 그들의 영어 역시 잘 안 들렸지만 여하튼 반도 국가의 정과 흥이 있었다. 영국의 젊은 여성 친구 2명, 가족 4명, 회사 친구 2명이 본인들의 소개를 했고 내 차례가 왔다. 왠지 여행이기도 하고 susan의 저 농담을 들으면서 나도 한번 농담 던져봐야겠다고 하고는 얼른 내 소개를 했다.

"Hi I'm Charlie. just call me pucking charlie"

역시나 욕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는 최고의 개그였다. 특히 이탈리아 3명은 완전히 뒤집어지면서 좋아했다.

하지만 다음 멘트에서 정말 싸늘해졌다.

"I'm from Korea. North"

사람들이 앞에서 마구 웃다가 갑자기 나를 쳐다보는 표정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빠르게 태세 전환을 하고는

"sorry kidding. south korea. I'm from south korea."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했다.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데 누구 하나 내 네이티브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빠르게 여권을 찾았다. 가방을 뒤져서 겨우 여권을 찾은 후 south korea를 보여주자 그제야 웃기 시작했다. 다행히 위기를 넘겼지만 그만큼 북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알 수 있어서 좀 씁쓸했다.


3시간 정도를 달려 차를 세우더니 지금부터 땔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저녁은 밖에서 캠프파이어를 한다고 나무를 많이 구해오라고 했다. 다시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힘을 보여줄 차례가 왔다.

나는 우프(wwoof) 체험에서 톰 아저씨와 함께 점심때마다 했던 게 나무 구해서 모닥불에 토스트 구워 먹은 경험이 있어서 제일 먼저 불쏘시개 역할의 유칼리툽스 나뭇잎을 찾아봤다. 하늘도 무심하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나무들이 젖어가고 있었다. 더욱 불쏘시개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어서 서둘러 유칼리툽스 나무를 찾았고 다행히 저기 어딘가에 그와 비슷한 것들이 보였다. 한가득 주워서 차로 갖고 왔더니 susan 역시 유칼리툽스를 갖고 왔다. 날 보며 어떻게 알았냐며 엄치를 치켜세웠고 다음은 좀 커다란 장작이 필요했다.

죽어가는 것 같이 마른나무들이 몇몇 그루 보였다. 좀 커다란 가지가 있는 나무에 기어올라가 가지에 매달렸다. 그러자 바로 가지가 부러졌다. 이 정도면 꽤 좋은 땔감이 되겠다 싶어 끌고 왔다.

겉은 비 때문에 젖었지만 가지 안쪽은 여전히 말라있는 좋은 땔감을 구해서 앞서 북한에서 왔다 라는 농담 아닌 농담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버렸다.


susan은 재빠르게 손도끼를 꺼내어 갖고 온 나뭇가지들을 자르고는 캐러반 뒤에 싣고 서둘러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비가 와서 혹시 사람들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차에 히터를 아주 사막처럼 틀어놨다.

이동한 캠핑장에서 유칼리툽스를 바닥에 깔고 그 위로 장작들을 격자 형식으로 쌓고는 불을 크게 한번 지폈다. 저녁용 먹거리를 꺼내고 각자가 싸 갖고 온 음식들과 susan이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파티를 시작했다.

이미 맥주를 한 병씩 들이켜신 우리 이탈리아 3명이 시작했다. 뭔 노래를 그렇게 부르면서 이상한 춤을 췄다. 때 춤을 추기 딱 좋은 그런 춤이었고 호주애들이 뛰어들었다. 그리고 콜롬비아 2명도 뛰어들어 이제는 합류 안 하면 이상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나도 뛰어들었다. 그렇게 어깨동무를 하며 아마 이탈리아 국가가 아녔을까 생각 드는 무슨 노래를 한국말로 부르면서 분명 outback 체험을 하러 왔는데 광란의 파티 체험을 했더랬다.

susan은 내일의 여정을 위해 먼저 차로 갔고 11시쯤에는 모두들 다음 여정을 위해 잠을 자기로 했다.

잠은 본인이 갖고 온 침낭을 바닥에 깔고 알아서들 생존하는 것이다.

내도 꽤 두꺼운 침낭에 옷을 껴입고 누웠다. 누워서 침낭의 지퍼를 올리고는 얼굴만 내밀어 하늘을 봤다.

캥거루섬에서의 수많은 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별들을 10분 정도 구경하다가 도저히 추워서 얼른 지퍼를 끝까지 채우고 잤다.


outback 체험이지만 호주의 다양한 경험 때문이었는지 그냥 재밌었다. 모든 게 다 신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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