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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한 Jan 04. 2021

안녕! 이립 안녕! 불혹

서른의 끝과 마흔의 시작!

2020년 에는 야심 차게 내 자아실현을 위한 바리스타로 업종을 전향하여 나만의 카페를 열기 위한 목표에 한 발짝 내디뎠다. 커피와 단짝 친구인 디저트에 대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제과제빵 학원들도 알아봤다. 모든 계획을 나만 완벽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잘 세웠다. 딱 하나의 엄청난 변수를 생각하지 못한 채!

코로나라는 엄청난 녀석 때문에 이 모든 기술과 계획을 실천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카페에서 해고까지 당했다. 잠시 동안 정신을 못 차렸지만(해고 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편 참조)

코로나 시기인 만큼 타 카페에서도 직원 채용을 주저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유치원의 휴원으로 인해 두 아이들 모두 집에서만 지내야 하니 그럼 2달 정도는 육아에 이 한 몸 받치기로 했다. 그렇게 2달 지내고 나니 육아에 지친 스트레스와 함께 내 나이의 앞자리가 꿈틀거렸다.


제멋대로 주의자도 걱정은 많다

생각보다 난 낙천주의자이다. 그리고 아내가 답답해하는 이상주의자 이기도 하다. 낙천과 이상이 섞여버리니 제멋대로 주의자가 되어 버렸다. 앞날을 위한 나만의 합당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마구 찾아냈다. 아직은 지나온 삶보다 앞으로 살 날이 지겹게도 훨씬 더 많이 남았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기대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제는 120세 시대까지 바라본다. 아직 적어도 60년도 넘게 기대수명이 남아있다.

언제까지고 직장생활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1. 이대로 쭉 직장 생활할 수 있을까?

2. 더 나이 들어 은퇴를 하거나 해고를 당한다면 그땐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제멋데로 주의자이지만 나름 내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항상 있었다. 교육회사에서 일하며 청소년들의 꿈과 목표, 진로를 찾아주는데 열심히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세 번째 의문이 들었다.

3. 과연 청소년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하는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나는 하고 있는가?


때마침 회사생활은 대인관계에서 오는 흔히 말하는 갑질, 을질, 병질 로 인해 내 인생은 '정'으로 생활하며 시달리다 보니 위의 질문들이 나를 더욱 괴롭혔다. 결국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버티냐' 아니면 '퇴사하느냐'의 기로에서 아내의 승인과 동시에 난 퇴사를 해버렸다.  


20대의 내 삶은 목표를 찾기 위한, 아니 목표가 없어 방황하고 배회하는 언제나 외로웠던 나날들 이였다.

하지만 30대는 참 웃겼다. 결혼에 1도 생각 없던 사람이 결혼을 했다. 심지어 난 아이들을 무척이나 싫어하는데 자녀가 2명이나 있다. 잘 다니던 첫 번째 회사를 그만두고 연봉을 올려 이직을 했다.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버티면서 사회생활을 해야 하건만 자아를 실현하겠다며 다시 박차고 나가 카페에서 나이 많은 막내가 되었었다. 도대체 서른이란 삶이 나한테 왜 그럴까? 서른의 끝자락에서 난 왜 이렇게 길을 헤매고 있을까?


우리가 현자라고 불리는 공자님이 말했던 이립, 즉 30대에는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라고 한다. '물론 '난 공자가 아니니까'라는 위로를 하지만 내 30대는 아주 요동을 쳤더랬다. 다행인 건 도덕적으로 잘못한 일은 아마도 없는 것 같다. 사회에서 법을 어기면서 죄를 저지른 적은 없었고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서 딱히 고집부리며 내 주장을 내세웠던 적은 아마도 없었다.(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안녕 불혹! 난 이립이라고 해!


얼렁뚱땅 40대의 첫발을 내디뎠다. 39살에는 그래도 서른이라 젊은 아빠, 삼촌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진짜 그냥 '아재'가 되었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라며 또 친절하게 공자님께서 설명해주셨다.


정말 불혹에는 그럴까? 난 여전히 판단이 아주 흐릿하고 세상일에 완전히 정신이 팔려있는데?

40대의 끝물이 되면 판단을 올바르게 할 수 있을까? 30대에도 도덕 위에는 서서 움직이지 않았지만 마음이 뭔가 확고하지 않았는데.

한 가지 참 재밌는 건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땐 기분이 그렇게도 안 좋았는데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건 크게 감흥도 없고 평소와 기분과 마음이 아주 똑같다. 변화에 크게 민감하지 않고 인정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저 뭉쳐진 시간 덩어리를 내가 막는 건 불가능하니까!


UN에서 2015년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 등을 고려해 새로운 연령기준을 제안했다. 18~65세는 '청년', 66~79세는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이다.


UN에서도 친절하게 나이에 대한 기준을 정해주셨다. 나는 아직 청년의 중간 정도 와있다. 중년도 아닌데, 한창 꿈을  좇아 살아갈 청년이니까 좀 더 청년답게 살아봐야겠다.  


-공장장 찰리한이 마흔이래!

그래 좋다. 세상일에 정신 팔려도, 난 목표를 세웠으니까 잘 판단해보자. 아직은 청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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