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자녀가 뭘 하던 중요하지 않다. 우린 우리만의 교육방식이 있으니까!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이라는 광고 문구를 듣자마자 시몬스라는 대답이 나온다. 그만큼 시몬스 침대는 지금까지도 광고의 끝에는 저 문구를 사용한다. 물론 약간의 과장광고를 하지만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요즘은 침대가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광고는 참 기발하고 재밌다)
난 잠귀도 밝을뿐더러 뒤척이면 정말 벌떡 일어난다. 군대에서 가장 예쁨 받는 이등병이 될 수 있는 이유도 복도에서 걸어오는 당직사관의 발소리에 이미 일어나 앉아서 대기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이런 쪽은 상당히 민첩했다. 아내가 뒤척이면 깬다. 8년째 한 이불을 덮다 보니 조금 적응은 됐지만 가끔씩 잠에서 깬다. 시몬스 침대로 바꿔야 하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의심이 든다. 침대가 정말 안 흔들릴까? 어떻게 안 흔들린다고 저렇게 자부할까? 하고 그 회사의 역사를 검색해봤다. 한국 홈페이지에는 각종 침대에 대한 광고만 나오기에 wikipedia로 검색해 보니 초기 역사부터 국가사업까지 시몬스에 대한 모든 것들이 나왔다. 와이어 배드 스프링 특허를 받고, 고가의 매트리스에 들어가는 포켓형 코일을 대량 생산하고 1891년에는 동종업계 중 가장 큰 회사였었다고 한다.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아내가 첫째를 출산하고 조리원에 있을 때였다. 여느 조리원과 마찬가지로 영유아용 책, 장난감을 들고 교육기업의 영업사원이 방문했다. 기저귀도 무료로 주고 영아들의 초점 발달을 위한 흑백모빌 만들기를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영업을 시작했다. 여러 연구를 통한 감각통합발달과 EQ를 올리는 법 그리고 다중지능 이론에 따라 개발한 장난감들을 소개했다. 모두들 혹할 만한, 아니 정말로 믿을 만한 것들을 교육자의 이론에 뒷받침하여 산모들에게 어떠한 효과가 나는지 비교 데이터까지 활용하여 일장연설을 한 것이다. 아내한테 전화가 왔다.
"여보, 이거 좋은 것 같아. 사자"
"얼만데?"
"100만 원 좀 넘어"
"철커덕, 뚜뚜뚜~~~~"
물론 저렇게 매몰차게 끊지는 않았지만 아내한테 물어봤다. 그걸 구입해서 아이한테 잘 교육시킬 수 있는지, 아니면 그게 꼭 필요한지, 그걸 아이가 봐서 이해할 수 있는지.
결국 아내는 내 잔소리에 못 이겨 끊어버렸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와서 자기를 말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가격이 비싸기도 했고 무엇보다 우선 그런 책과 장난감들은 우리에게는 필요가 없었다.
교육자의 이론에 맞춰서 개발한 장난감과 책이라니 나 역시도 탐났다. 장애를 갖은 우리 첫째님에게 그래도 일반 아이들처럼 교육시킬, 아니 그 이상으로 교육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우리 첫째님이 이해할 수 있다고 한들 난 저것들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시기상 맞는 교육이 있다. 적기교육이라고 한다. 나 역시 적기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발달이 뛰어나거나 영재 판정을 받은 아이들 또는 너무 발달이 느려서 전문가의 진단하에 필요한 교육을 먼저 해야 하는 케이스 라면 조기교육과 선행학습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보통 아이들 에게는 시기상 필요한 교육이 있다. 오감발달과 예체능, 또래와 같이 뛰어놀고 사회성 발달을 위한 것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꽤 중요하다. 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역시 이에 맞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 가면서 점점 흔들린다. '우리 아이는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심을 필두로 하다 보면 결국 옆집 자녀가 배우는 사교육에서 정답을 찾게 된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옆집 자녀가 하는 데로 따라 하다 보니 어느새 선행학습을 하게 된다. 나만 안 하자니 아이가 뒤쳐진다는 마음이 급해서 더욱더 선행학습을 하게 된다.
많은 학부모들을 만났는데도 나 또한 부모가 돼보니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러다 보니 안 되겠다. 흔들리지 말아야 할 다짐이 필요하다.
가훈은 청렴결백
우리 부모님의 가훈은 '청렴결백' 이였다. 그냥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거짓말 안 하고 살까? 가훈이 갖고 있는 것은 도덕적으로 바르게 살 수 있도록 안내했지만 막상 인생에 있어 여러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때 청렴결백 하나로는 최선의 선택과 고민을 하는 것으로는 그 해답이 부족했다.
큰아버지는 지방의 공무원이셨고 여러 청탁이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청렴결백'의 정말 모토이자 그 자체이신 분이라 일절 받지도 주지도 않으셨던 우직하신 분이었다고 한다. 아버지 역시 남한테 손가락질받을만한 일은 하지 않았고 거짓말하는 걸 지독하게도 싫어하셨다.
하지만 난 거짓말을 밥먹듯이 했다.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것은 거짓말만큼 좋은 건 없었다. 그래서 그런 건지 나에게 있어선 '청렴결백' 으로는 자녀를 교육할 수 없었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을 아이에게 가르칠 수는 없다. 그리고 거짓말이 과연 나쁜 걸까 라는 반박도 해본다. 모든 거짓말이 나쁜 거라면 교과서에 실린 '구운몽'의 저자 김만중 작가님은 희대의 나쁜 놈이 아닌가?
가치를 토대로 만든 자녀교육
교육회사 다니던 시절,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시작하는 첫 강의 운영을 꽤 많이 나갔다. 첫 강의는 제일 중요한 '인재상'에 대한 강의였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재가 아니더라도 가정에서 부부가 잘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인재를 만드는 교육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기업 홈페이지를 봐도 인재상이나 설립이념이 있듯 가정에도 이런 것이 필요하다.
'자녀를 어떻게 교육시킬까'에 앞서 '어떤 자녀가 되도록 교육시킬까'를 먼저 고민해봤다. '청렴결백'이라는 교훈으로 내 자녀에게 교육시킨다면 결과는 아주 뻔하다. 인간은 하루에도 거짓말을 수없이 하는데 '넌 하면 안 되고 난 해도 된다'라는 이중 메시지만 하게 될 것이다.
(이중 메시지는 쉽게 예를 들면 아이들한테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하고 직장상사에게 전화가 오면 "아빠 없다고 해" 하며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봐야 했다. 그리고 아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 또한 찾아봐야 했다. 다행히도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바로 '가치관'이다.
'어떤 가치관을 두고 자녀를 교육시킬 것인가'와 '그 가치관은 그럼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대해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의 공통점을 찾으면 된다. 아니면 좀 더 뚜렷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의 가치관을 선택해도 좋다.
인터넷에 가치관 목록 또는 가치 목록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이 많은 가치관을 다 지켜 행한다면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2,3가지만 선택을 한 후 그 가치에 대해 사전적 정의가 아닌 우리 가족만의 새로운 정의를 내리면 된다.
이게 참 말은 쉽다. 가치를 찾는 것 까지는 얼추 할 수 있지만 그 가치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새롭게 내린 정의에 대해 부모 먼저 반드시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또다시 자녀들에게는 이중 메시지의 틀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흔들리지 않으면~
우리 부부는 '베풂'과 '신실'을 결정했다. 이 결정은 2013년 10월에 이미 결정했지만 지금까지도 이 두 가지의 가치관에 대한 우리 가족만의 새로운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니 잊고 있었다. 육아하다 보니, 장애아이 키우며 여기저기 치료 다니다 보니, 회사 생활에 치여 퇴사하고 내 꿈을 찾다 보니 정말 까맣게 잊고 살았다.
누구나 다 한 살 더 먹듯 첫째님도 올해 8살이 되었다. 지역구에 특수학교가 없어 타구의 특수학교에 지원서를 냈다. 이렇게 되면 서울대보다 더 보내기 힘들게 되지만 다행히도 입학통지서가 날아왔다. 한편으론 마음이 편해졌지만 둘째 놈도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분명 이리저리 옆집 자녀의 교육에 흔들릴 것 같다. 이래선 안 되겠다 라는 마음에 결혼 초 여러 가지 작성해놨던 글을 읽다가 다시 찾게 됐다.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삶, 그리고 크리스천으로서의 바른 삶, 믿음직스럽고 착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삶을 살자 라는 목표를 찾았었다. 하지만 자녀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렇게 행동하기 위한 새로운 정의는 아직 찾지 못했다.
'흔들리지 않으면 편안합니다'라는 그 광고를 다시 봤다. 의심도 했지만 맞는 말이다. 나도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특히 자녀의 교육에 있어서는 더욱더 흔들리고 싶지 않다. 훗날 내 자녀가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시몬스침대만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의 자녀교육에 대한 마음 역시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인재상이라는 기준이 필요하다. 옆집 자녀의 이야기가 귀에 들여와도 따라가지 않는다. 아내와 자녀교육에 대한 이견이 있어도 크게 다투지 않는다.
'어떤 대학, 어떤 직업이 아닌 어떤 사람이 될까'를 고민하는 그런 자녀들이 되길 언제나 소망하며 지금 나 역시도 어떤 사람이 될까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인간은 B와 D 사이의 C라고 했던가! 탄생과 죽음 사이에 선택의 연속이라니. 선택에 대한 후회를 줄이기 위해선 언제나 내가 정한 가치관을 따라 행동해보려 노력해본다. 뭐 흔들릴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무너지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