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의 질문을 2020년이 되어서 답한다!
멘토의 마음가짐
1. 프로테제(멘티)의 인생에 분명한 계획과 목적이 있음을 믿는다.
2. 누구나 한 가지 이상 남보다 뛰어난 재능이 있음을 확신한다.
3. 프로테제(멘티)가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학부모 프로그램을 교육하는 강사는 멘토의 마음가짐을 외칠 때에는 청중들에게 가슴에 손을 얹고, 자녀의 이름을 붙여서 위 3개의 문장을 외치라고 했다. 그러면 질문이 온다.
"자녀가 2명 이상이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강사는 대답한다.
"눈을 지그시 감으시고요. 좀 더 안타까운, 좀 더 생각나는, 좀 더 도움이 필요한 자녀가 한 명은 있잖아요. 그 아이를 생각하세요"
그러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그 아이의 이름을 말하면서 외친다.
하지만 저 문장에서 하나의 불편함은 있다. 바로 세 번째 '멘티가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 였다. '1,2번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뭐 대충 알겠다' 란 식으로 넘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3번 만은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
'내 아이가 선택한 행동이 최선이라니! 그것도 항상??'
강사가 학부모에게 질문을 한다.
"여기서 불편한 문장이 있죠?"
"네, 3번이요"
학부모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대답한다.
강사가 알았다는 듯 얘기한다.
"저기에는 한 가지 단어만 넣으면 마음이 좀 편해질 겁니다. 바로 '지 딴에는'입니다."
'멘티가 지 딴에는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럼 학부모들의 박장대소와 함께 격한 공감을 했다. 부모가 보기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선택을 하고 있는 그 결정인데도 불구하고 '지 딴에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교육회사를 그만둔 지 2년이 되어간다. 너무 웃긴 건 그만두고 나니까 자녀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꼈고, 그때 배운 콘텐츠들을 이제야 조금씩 끄적이면서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글을 쓰다 보니 과거의 일들을 낡은 책장에 있던 책처럼 하나씩 꺼내어 보게 되었다.
그렇게 2015년에 그 불편했던 영유아 건강검진 영양파트 7번 문제를 꺼내서 다시 생각해보고 어떻게 '네'라고 대답해야 할 약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난 첫째님의 '장애' 란 것 이외에 다른 것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모든 이상한 행동의 이유는 '장애'라고 너무나 쉽게 답했다. 분명 첫째님을 임신 초기에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낳기로 결심했을 때 '첫째님도 재능이 있어. 그러니 그 재능을 살려줄 수 있을 거야',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첫째님에게는 분명한 인생의 목적이 있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는 그저 이유식 하나 잘 못 먹는 첫째님의 상황에 너무 집중했었다. 눈앞의 행동들에 대해 너무 초점을 맞춘 나머지 나 역시도 첫째님의 모든 행동이 최선의 선택임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멀리 보고 가면서 찾으려 했던 '행복'은 그저 남이 느끼는 감정일 뿐이었다.
하지만 글을 쓰게 되면서, 믿는다, 인정한다, 확신한다 를 생각하게 되면서, 첫째님이 조금씩 성장해나가면서 이제야 초점을 다른 곳으로 옮겨보기 시작했다.
'나는 부모니까 당연히 해줘야지'라는 의무사항을 제외하고 첫째님과의 식사자리를 생각해봤다. 첫째님이 좋아하는 질감의 밥을 먹으면서 웃을 때, 맛있는 과일을 먹고 더 먹겠다며 자리에서 떠나지 않을 때, 알아듣기 힘들지만 '더', '또'라는 짤막한 단어를 말했을 때 오는 감동의 순간들, 저 멀리 있다가도 맛있는 음식이 있다고 부르면 쏜살같이 와서 착석할 때의 귀여움, 그저 먹는 모습을 보면 내가 배부른 마냥 기분이 좋아지는 이런 느낌들. 이런 느낌들이 첫째님의 인생에 '장애'라는 스티커를 떼어보니 거기 있었다.
'아이와 함께 식사하는 것이 즐겁습니까?'
여전히 저 대답에는 '네' 보다는 '아니오'가 먼저 튀어나온다.
하지만
'어떨 때 아이와의 식사시간이 즐겁습니까?'
질문을 바꿔보니 그 안에 있었다.
여전히 첫째님과의 식사자리는 힘들다. 아내의 5년간 노력으로 이제는 숟가락을 쥐고 밥을 퍼 먹는다. 완벽한 숟가락질은 아니지만, 식판에 담은 밥과 반찬을 반 넘게 흘리지만 숟가락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이렇게 조금씩 첫째님은 성장하고 있다. 지나온 세월들을 보니 '이야! 우리 첫째님 많이 컸네!'
아내님! 너무 고생 많았어요. 우리 앞으로도 더 힘내 봅시다. 사랑해요.
-믿는다, 인정한다, 화아악신한다. 물론 지 딴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