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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한 Nov 24. 2020

여보! '조회수' 보다 '라이킷' 보다 더 중요한 건~

아내의 글에는 조용하지만 커다란 울림이 있다

아내의 글에는 울림이 있다. 

아내의 글을 읽다 보면 글 전체에 재미와 슬픔, 아쉬움, 가슴 벅찬 설렘과 함께 잔잔한 감동이 느껴진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오는 울림과 공감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내 글은 문단과 문장 보단 경험한 상황과 단어에만 재미가 있을 뿐이다. 그다지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지는 않는다. 왜냐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내가 쓰는 글이 주는 임무는 그저 타인이 읽고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만약 더 나아가 공감까지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것이고.

하지만 아내의 글은 내 글과는 수준이 다르다. 브런치에서 보는 흔히들 글 좀 쓸 줄 안다는 작가들의 글을 보면 아내는 이미 그 수준에 초근접해있다.


근데 웃기게도 내 글에 생각지 못할 정도로 조회수가 나올 때도 있다. 왜 그런가 이유를 찾아보니 다음 앱 '홈&쿠킹' 메인에 오래도록 노출될 때가 있어서 그렇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았다.


아내는 나한테 말했다.

"여보는 제목이나 콘텐츠를 잘 뽑아네!"


약간의 직업병인 듯하다. 사업부에 있었을 때 사업제안부터 영업, 운영 모집까지 하다 보니 조금은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하거나 흥미를 끌만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었다.


아내는 본인 글은 조회수가 적다며 나한테 질투한다(질투한 적 없다고 한다). 솔직히 브런치를 추천한 건 아내였고 아내는 단번에 한 개의 글을 써서 작가가 되었지만 난 구구절절한 사연과 알고 싶지도 않은 정보들을 쓰면서 도전했고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4번 만에 작가 타이틀을 겨우 얻었다.


난 아내한테 말했다.

"여보 난 조회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물론 기분은 좋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라이킷' 이야. 누군가 '라이킷'을 눌렀다는 건 그 글에 대한 공감과 찬사를 보내는 거야. 조회수가 적어도 여보의 '라이킷' 수가 내 글보다 많아. 내 글은 그저 검색하다 얻어걸린 것이고 정보화 시대에 검색은 누구나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어.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정보에 공감하느냐 아니냐 인 것이지."


시무룩한 아내의 표정이 밝아진다(시무룩한 적 없다고 한다). 근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라이킷'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건 글을 쓰는 목적, 즉 동기부여다. 


청소년들에게 진로교육을 할 때 처음에 하는 것은 바로 강력한 동기부여를 위한 특강과 워크숍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학생들에게 '존 고다드'의 꿈의 목록과 '닉 부이치치'의 끊임없이 도전한 결과로 일어나는 눈물 나는 동영상들을 보여준다. 

꿈의 목록, 흔히 버킷리스트라는 이것들을 적으면서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닉 부이치치의 영상을 통해 포기하지 않고, 아니 수만 번을 도전하면 비로소 얻을 수 있다는 끈기를 알려주면 청소년들의 마음속에 '나도 할 수 있다. 나도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불덩어리가 생긴다. 그 불덩어리를 통해 진로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조회수'니, '라이킷'이니 이런 것들 다 글을 쓴 결과 아닌가? 라이킷을 받고 안 받고, 조회를 하고 안 하고는 글을 안 쓰면 전혀 신경 쓸 문제도 아니다. 그냥 꾸준히, 잡다한 일이라도,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여러 단어들의 조합을 통해 내가 쓰고 싶은, 내가 하고 싶은, 내가 원하는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쓰인 글에 감동과 울림, 공감이 있다면, 아니면 새로운 정보나 콘텐츠가 있다면 더 좋은 글이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오늘도 어디선가 장애가 있는 우리 첫째님을 위해 열심히 무보수로 장애인권운동을 하는 여보님! 당신은 이미 최고의 선택을 하신 엄마이자 최고의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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