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유 있는 호주 22: 마! 내가 바로 한국 국가대표다

기가 막힌 일들이 시작되었다.

by 찰리한

스킨의 종류와 가격에 대한 정보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얼추 기억나는 순으로 작성합니다.

최상위 스킨 class nsl

- 장당 거의 150달러로 최고 비쌈, 절대 한 장도 놓치면 큰일 남

상위 스킨 dynasty

- 장당 70~100달러 정도로 나름 비쌈, 이 스킨은 특이하게도 팔레트에 쌓은 다음 꼭 커다란 검은 봉투로 덮어야 하며 반드시 팔레트에는 40장이 넘어가면 안 된다. 이유는 모름(와인에게 물어봤는데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음)

상위 스킨 nsl

- class가 빠졌지만 그래도 장당 50달러 이상은 함.

그 이외 몇몇 하위 스킨이 있고 최하위 스킨은 한 국가의 이름이라 여기서 밝힐 수는 없다.

최하위 스킨

- 장당 2달러도 안 하는데 사이즈는 엄청 크다. 크고 무거워서 가죽 한 장당 무거운 건 50~60kg 정도이다. 이건 그냥 팔레트에 업어치기 하듯 내팽개친다. 굳이 잘 쌓기보단 그냥 쌓아 놓으면 다행이다.


여기에 쓰이는 punk는 익히 잘 알고 있는 P 가 아닌 F 가 맞지만 공식적 글로 쓰기 좀 그래서 자연스러운 발음이 되도록 punk로 변경합니다. 글로 안 쓰면 되는데 이거 안 들어가면 글의 재미가 반감돼서 말이죠.



스킨 파트에서 일하는 민족의 국가적 이슈, 특징과 성향 그리고 대한민국이 얼마나 교육강국인지를 알게 되었다. 7개 민족이다 보니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난 나름 조국을 위해 군대에 끌려간 만큼 대한민국을 사랑했고 민족 부심이 약간 있는 사람이었다. 단연 한국이 최고여야 했고 그래서 나름 국가대표라는 쓸데없는 타이틀을 갖고 고기공장 에서 일했다.


1. 남수단

-국가 이슈: 여기는 남, 북이 내전 중이라 한다. 난민 비자 신청을 통해 호주에 왔으며 우리나라 얘기를 하면 정말 마음 아파하면서 동시에 이들과 동질감이 느껴졌다.

-특징: 흑인이며 키가 매우 크다. 6명 중 딱 한 명 아브라함만 작고 나머지는 평균 190cm 정도이다. 이마에 상처가 있는데 성인이 된 징표라고 한다.

-성향: 더운 나라에서 왔는데 더운 걸 못 참는다.(가장 이해하기 힘듦) 콜라를 매우 좋아한다. 언제나 저질 농담만 즐겨할 뿐 일을 열심히 하려는 마음은 크게 없다.


2. 아프가니스탄

-국가 이슈: 탈레반 정권, 그 조직들이 너무 잔인무도했기에 역시 난민 비자 신청을 통해 호주에 왔다.

-특징: 약간 아랍 사람 같은 외모이며 황인종이다. 1명이며 알라를 믿지 않는지 때마다 기도하지 않는다.

-성향: 크게 모나지 않았다. 고분고분 잘 따르며 적당히 일한다. 뭔가를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한다.


3. 방글라데시

- 국가 이슈: 크게 없음

- 특징: 그냥 옆집 아저씨 같다. 하지만 2명 있는데 1명은 의사였는데도 불구하고 호주에 와서 일한다. 이들 국교도 이슬람으로 알고 있는데 역시나 알라를 믿지 않는지 때마다 기도하지 않는다.

- 성향: 더운 나라답게 민첩하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스킨 종류를 분류하는 쪽에 거의 90% 시간을 할애하느라 나와 같이 일할 기회가 적었다.


4. 인도

- 국가 이슈: 없다. 그냥 국가 계급제도가 폐지되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았다.

-특징: 이목구비가 매우 뚜렷하다. 2명이 있는데 한 명은 덩치가 컸고 한 명은 나처럼 왜소하다. 근데 코가 커도 너무 컸다.

- 성향: 정말 세상 천하태평한 민족이다. 덩치 큰 한 명은 정말 태평했고 왜소한 사람은 덜 태평함. 뒤에 작성하겠지만 왜소한 인도녀석이 나한테 카레 좀 작작 먹으라고 했다. (다음화에 작성할 예정)


5. 나이지리아

- 국가 이슈: 아마도 내전? 아니 전쟁? 종교적 이슈가 있어서 난민 비자로 왔다.

- 특징: 흑인이며, 약간 밥 샷(UFC 선수) 느낌이다. 웃지 않으면 사람 한 명은 우습게 죽일 수 있는 외모였다.

- 성향: 매우 착하다. 하지만 축구 부심이 장난 아니었다. 녀석이 들어온 년도는 2010년 3월이고 그해 5월 우리가 월드컵 예선전 상대가 나이지리아였다. 2002년 월드컵 4위의 신화를 갖고 있는 나는 나이지리아 애를 볼 때마다 'you lose'라고 맨날 놀렸는데 비겨서 아쉬웠다. 만약 한국이 이겼다면 난 또 놀렸을 테고 그럼 아마 녀석은 칼을 뽑았을 수도 있다.


6. 호주

-국가 이슈: 이슈는 없다. 그저 AFL 좋아하고 미트파이에 환장하며, 자연이 아름답고 서핑과 캠핑을 좋아한다.

-특징: 5명 정도 있었고 호주는 중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 가능해서 인지 다 청소년들이다. 나이가 15~20세 사이이지만 나보다 늙어 보이는 애들도 있었다.

-성향: 그냥 중2병 걸린, 돌+I들이고 나에게 욕을 그렇게 찰지게 잘 가르쳐준 나쁜 스승들이었다.


6-1. 에보리진

호주 토착민이며 호주는 에보리진이 있었다. 하지만 영국에서 온 백인들에 의해 이들은 아주 소수가 되었다.

특징: 거리에서 보는 에보리진은 인디언 같아 보였는데 여기 일하는 에보리진은 1명이며 그냥 백인처럼 보였다.

성향: 나이가 50이 넘어서 그런지 매사 조심하며 말이 정말 없었다. 에보리진 인사 낙쿤브라스 를 알려준 아버지 같은 아저씨.


그리고 대망의 우리나라

러키 7. 한국.

-국가 이슈: 남북이 휴전 중이라 특히 수 단애들이 제일 아픔을 잘 알고 아프가니스탄 역시 내전 중이라 그 아픔을 잘 안다.

특징: 황색인종이며 키가 크지 않다. 3명이 있었고 다들 워홀 비자이다. 내가 일한 지 2개월 후 2명은 워홀 비자 만료로 퇴사했다.

성향: 일에 환장한 민족답게 모든지 빠르다. 심지어 정확하며 농땡이를 피지 않는다. 현장매니저에게 언제나 예쁨 받으며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불같은 민족이다. 하지만 정은 너무나 많다.


각 국가 나름의 사정은 이 정도로 정리하고 다음은 국가의 교육제도를 엿볼 수 있는 산수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사칙연산 즉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이다. 내가 스킨 파트에서 단번에 한국 국가대표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계기이자 고구마 100개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이 있었던 부분이다.

산수를 못한다. 정말 못한다. 분명 인도는 뭐 19단 사용한다고 했는데 이 놈들 마저도 고구마 100개 먹은 듯했다. 도대체 기존에는 어떻게 일했나 궁금할 정도였다.

스킨을 쌓다 보면 누군가는 카운팅 해야 한다. 예를 들어 class nsl스킨이 믹싱 기계에 200장이 들어있다.

1개의 팔레트에는 되도록 50개를 넘지 않아야 한다.(나무 팔레트라 스킨을 너무 많이 쌓아 무거우면 팔레트가 부서지고 그럼 분노의 와인이 소환되어 욕지껄이를 들어야 한다) 그럼 기본적으로 스킨 50장씩 4개 팔레트를 만들거나 40장씩 5개 팔레트를 만들면 된다는, 한국인이라면 10초도 안 걸려 대답할 수 있다.

10초도 말 못 하면 왕초보? 10초 안에 대답 못하는 그들은 산수 왕 초보인 샘.

하지만 기가 막힐 노릇은 지금부터였다. 같은 class nsl스킨이 믹싱 기계에 217장 들어있다.

동일 조건이라면 5개 팔레트에 43장으로 나눠 쌓고 마지막 팔레트에는 45장 쌓으면 정확히 217장이 쌓인다.

그럼 이제 시작한다. 1번 수단 놈은 바닥에 앉아 계산을 하고 있다. 4번 인도 놈은 손가락으로 세고 있다. 19단 한다면서!!!. 3번 방글라데시 의사는 아쉽게도 스킨 분류 쪽이라 스킨 쌓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2번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 정권의 고통 때문에 그냥 넘어간다 쳐도 6번 호주 청소년 조차 "이건 한국애들이 잘해" 이러고 날 쳐다보고 있다.

5번 나이지리아 놈은 2010년 3월쯤 와서 내가 현 2009년 11월에는 없었다.

일 한지 이제 막 일주일 되는 나에게 모두들 명령을 기다리는 것처럼 쳐다본다. 물론 1번 수단 놈은 계속 쭈그리고 앉아서 계산만 하고 있을 뿐.

"five pallet, 43 skins. last pallet stack 45. OK?"

그때 주저앉아 계산하던 수단 놈이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는 존경의 눈빛을 하며 엄지를 척 올린다.

'아.... 아니야! 내가 빠른 게 아니라 네가 느린 거야. 이렇게 계산이 느릴 줄 내가 알았나!'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계에서 스킨을 꺼내 팔레트에 쌓는다. 나도 멀티플레이가 상당히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래도 스킨을 팔레트에 쌓으면서 숫자를 세는 정도는 할 수 있다. 이건 모든 한국인이라면 아주 기본적인 능력이다. 하지만 1~6번은, 그들은 이것조차 못한다.

카운터기가 있고 작업복 옆쪽 고리에 휴대용 수동 카운터 기를 걸고 누르면서 스킨을 카운팅 할 수 있지만 한국인에게는 그런 건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스킨을 꺼내 팔레트에 쌓으면서 숫자를 세는데 내가 셀 땐 분명 35장인데 3 more을 외치면서 수단 놈이 종이에 스킨 종류와 개수를 작성하러 간다.

(45장 쌓기로 하면 마지막 스킨 쌓기 3장 전에 카운팅 한 사람이 3 more 또는 2 more을 말하고 종이에 적으러 가면 나머지는 45장이 완성되면 잠시 대기한다. 50장이던 40장이던 마지막 스킨 쌓기 5장 전에 말하면 된다.)


"hey sudan. 10 more. still we got 35"


그러니까 1번 수단 놈이 또 와서 아니라고 박박 우긴다.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지면 나머지 2~6번 인종들은 구경하고 있다. 참다못한 와인이 와서 욕을 한다.


"what the puck are you guys doing? kick your ass?"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난 지금 35장 쌓았다고 말하고 수단 놈은 42개라고 한다.

와인은 정말 불도저 같은 사람이다. 스킨을 다 뺀다. 그리고 하나씩 카운팅 한다. 역시나 내가 맞았다.

수단 놈은 32장부터는 눈에 보이는 3장의 스킨을 본 후 휘파람을 불며 딴짓하는 척한다.

그리고 35장이 되자마자 지내 나라 말로 뭐라 뭐라 한다.

와인은 나한테 엄지를, 수단 놈에게는 가운데 손가락을 날린 후 일하라고 지시하고 떠난다.

이로써 난 인간 카운터가 되어 여기저기 가서도 카운팅을 도맡아 하며 불려 다녔다.


"hey charlie here we need count"


"몇 개의 팔레트에 몇 개 쌓아!"


그렇게 일일이 말하다 보니 목도 아프고 일이 서툴러 눈에 또 소금 들어가고. 일도 적응 안돼서 힘들어 죽겠는데 불려 다니면서 말하자니 신경 쓰이고 이건 현장 매니저가 해야 하는데 그들은 현장매니저 눈치만 보기 바빴다. 아니 그냥 내가 한국인의 특성을 갖고 일하지 않는다면 분명 그들이 알아서 해결할 텐데 그 쓸데없는 국가대표 타이틀이 뭐가 그리 대수라고. 그래서 스킨 종류마다 몇 팔레트 나오는지 현황판 옆에 빨간 보드마카로 적어 놓았다. 그러자 와인이 와서 또 엄청 좋아한다.

"hey pucking you guys look at this board"

(와인도 나이가 50은 넘었을 텐데 입에 언제나 puck을 달고 산다. 하지만 다른 매니저 대런은 절대 욕 하지 않았다. 내가 7개월간 일하면서 대런이 화낸 건 한번 있어도 욕한 건 단 한 번도 없었다.)


역시 계산과 셈에 강한 건 한국인이고 일 빠른 것도 한국인, 안노는 것도 한국인, 정확한 것도 한국인, 합리적인 것도 한국인, 말 잘 듣는 것도, 도대체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민족이다.

그래서... 군대에서는 중간만 가라고 그렇게 말했나 보다. 앞날에 고생길이 아주 훤했다.


수학 과외를 해줄 영어실력이 안되다 보니 아주 답답했다. 하지만 계산의 신이 되어버리자 주변 동료들과 매우 빠른 속도로 친해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