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의 중요성

사소한 것은 사소하지 않다

by 한수

연인이 되고 난 후 상대방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졌습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무슨 일로 어디를 가는 건지, 누구를 만나는지, 언제 알게 된 사람인지 얘기해 주길 원했습니다.


부부가 되니 그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커진 정도가 아닙니다. 아주 완벽하게 모든 걸 알고 싶었습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내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혹여 아내와 관련된 무언가를 다른 사람만 알고 있다면 기분이 참 별로일 거라 여겼습니다. 돌이켜 보니 참 과도한 욕심이었네요.


‘같이 사는’ 게 결혼은 아닙니다. 내가 너의 삶에 네가 나의 삶에 관여하기로 약속한 겁니다. 서로의 관여를 허용하자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결혼을 계획하며 그렇게 말하지는 않지만요.


상대에 대한 관심은 결혼 직후 극대화되기도 합니다. 물론 상대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모든 일에 관여할 수도 없지요. 적어도 연애할 때보다 깊어질 겁니다. 늘 옆에 있잖아요. 왜? 어디?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솟구칠 겁니다.


하지만 신경쓰는 일은 매우 귀찮습니다. 많든 적든 에너지를 써야 하거든요.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쓰게 된다면 피곤함을 느끼는 게 사람이잖아요. 접하는 모든 것에 관여한다면 세상에 건강한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도 어떤 것은 가벼이 넘기고 어떤 것은 잊어서 참 다행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부부도 시간이 흐르면 서로에 대해 처음만큼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정정하겠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처음의 예민함이 대부분 사라집니다. 서로에 대해 상당히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행동 패턴, 행동 반경, 친구, 직장 동료, 여가 생활에 대해 익숙해졌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좀 편해집니다. 하지만 그거 아시나요? 익숙함은 늘 무언가를 놓치게 만든다는 사실을요.


우리 대부분은 산소의 존재 여부에 대해 걱정하지 않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지 않아요. 공과금을 잘 납부하고 있다면 전기가 끊기거나 물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오늘도 반드시 어제와 같을 거라고 기대하는 건 아닙니다. 안정적인 상황이 반복되었고 그것에 익숙해졌을 뿐입니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영원한 것처럼 대하지요.


그냥 두어도 문제없이 돌아간다는 걸 반복해서 경험한다면 그것은 언젠가 ‘신경써야 할 목록’에서 제외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춥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니 스스로 잘 돌아가는 것들까지 애쓸 수는 없는 거지요.


많은 갈등이 작고 사소한 것들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너무나 작아서, 사실은 작아 보여서 잊어버린 것들에서요. 잘못되더라도 입게 될 피해가 미미해 보이니까, 돌이키는 데 큰 힘이 들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냥 두었던 것들 말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을 때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생각보다 강하게요. 큰 일들은 애초에 다루기 어려워서 그렇다 치겠는데, 이 쉬운 것에서 일이 터지니 좀 별로입니다. 그야말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연애할 때를 떠올려 보세요. 만나기로 약속한 후 미리 데이트 코스를 알아본 적이 있을 거예요. 내가 이길 수는 없지만 지나가는 자동차로부터 그 사람을 보호하듯 걸었습니다. 지하철에 자리가 나면 그 사람을 먼저 앉혔을 거예요. 가방을 들어 주고 먹을 것을 먼저 챙겨 주었을 겁니다. 맛있는 건 상대에게 맛없는 건 내가 먹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바르고 고운 말을 쓰려 했을 겁니다. 그때는 그게 중요했을 테니까요. 당연히 진심이었지만 그 행동의 효과를 알기에 조금 더 신경썼을지도 모릅니다.


드디어 그 노력이 결실을 맺습니다. 늘 서로의 곁에 있기로 약속했어요. 우리 둘은 누구도 껴들 수 없을 만큼 가까운 사람이 됩니다. 왠지 안도감이 듭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생활에 익숙해집니다. 내 옆의 그 사람이 당연해지지요. 물론 여전히 소중한 사람이지만 나의 행동은 전과 같지 않습니다. 맛있는 게 있으면 먼저 먹습니다. 상대가 짐을 들고 있는지 눈여겨보지 않고요. 내뱉는 말에도 조심성이 없습니다.


왜일까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내 옆에서 사라질 것 같지는 않아서입니다. 그때처럼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 믿는 겁니다. 물론, 때로는 조금 귀찮기도 하고요. 이해합니다. 농담 반 진담 반 “당신 변했어.”라는 말을 듣는 남편이 한둘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마냥 웃어넘길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큰 공을 세운 그 행동들이 지금은 정말 필요없는 것들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전과 똑같이 행동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정당화할 수도 없죠.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가졌던 건 잘 보이려 노력했던 나의 태도 때문이었을지도 모르니까요.


게다가 그 행동 하나하나는 조금 귀찮을지언정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상대의 의사를 묻고 메뉴를 시킵니다. 무언가를 원할 때 부탁하는 어조로 말합니다. 따로 떨어져 있을 때는 잘 도착했는지 전화나 문자를 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존중하면 됩니다. 별 것 아니죠?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일이 터지는 건 아닙니다. 아, 하나 빠졌네요. 다시 쓰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큰 일이 터지는 건 아닙니다.


별 것 아닌 것은, 사실 별 것입니다. 작아 보여도 행하지 않았을 때 받는 타격이 생각보다 클 수 있거든요. 나의 수고에 “고마워” “수고했어”라는 간단한 감사표현조차 없는 걸 상상해 보세요. 습관적으로 나의 말을 끊거나 나의 이야기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대를 상상해 보세요. 어떤가요? 자존심이 상하고 소외감을 느낄 겁니다.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나에게 그 작은 것조차 하지 않는 상대에게 원망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사소한 것에 신경써야 합니다. 섬세하게 살펴야 해요.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감정은 토씨 하나에 좌우되기도 하거든요. 익숙하다고 그냥 지나치면 안 됩니다. 잘못하면 절대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상대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다는 건 오만한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해야 쉽고 가볍습니다. 그것으로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면 정말 거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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