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부담스러워요

by 한수

“요즘 어떠니?”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

“네 생각이 궁금해.”


관심은 부담스럽습니다. 낯간지러워요. 게다가 여러분은 뭐든 알아서 할 수 있는 나이거든요. 그러니까 관심 같은 거 필요없다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여러분에게 관심 두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른에게는 다음 세대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할 의무가 있는데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밥은 잘 먹는지,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오늘 기분은 어떤지 늘 들여다보아야 하는 게 어른입니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여러분의 삶에서 빠질 수가 없어요.


조금 더 솔직히 말해 볼게요. 여러분은 어른들의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당장 입을 옷이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먹을 음식이 없다면 어떨까요? 어른들의 보살핌이 없다면 지금까지 당연히 누리고 있던 것들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상상도 하기 싫겠지만, 그렇게 되면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못할 거예요. 어른들이 여러분의 보호자이기에 그 모든 것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관심을 두지 말라고요? 혼자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니요. 절대 안 될 겁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말이죠. 몇 걸음 양보해서 혼자서도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해 볼게요. 그러면, 그렇게 되면 정말 모든 관심과 사랑을 거두어도 되는 건가요?


여러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점점 더 그렇게 될 거예요. 누군가에 기대기보다 자신의 힘으로 헤쳐 나가려고 노력한다는 것도 잘 압니다. 지금 지원받고 있는 여러 가지 중에 이미 혼자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우리 어른들보다 월등히 뛰어날 거예요. 여러분은 그 어느 때보다 영특한 세대니까요.


그래도 여러분은 여전히 보호가 필요합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지금은 성장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신적으로 또 신체적으로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자기만의 힘을 키워 가고 있는 거예요. 사람은 어느 때나 배우고 성장해 나가지만 청소년기만이 가지는 어떤 특별함이 있습니다. 급격한 확장이 있는 때잖아요. 여러분이 오롯이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잘 보살펴 주자고 다짐하고 합의한 겁니다.


물론 관심이 지나쳐 간섭이 되면 여러분이 너무 불편할 겁니다. 내가 해도 되는 일들에 일일이 끼어듭니다. 내 의견이 사라집니다. 내 존재 자체를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요. 내 삶의 주인공은 나여야 하는데 내가 주도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요. 기운이 빠집니다. 흥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어른들은 꾸준히 여러분의 삶에 들어가려고 할 겁니다. 당연히 나쁜 의도는 없습니다. 아직은 어려서 서툰 부분이 많으니 옆에서 지켜봐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뿐입니다.


보호가 지나칠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간혹 보호라는 명목으로 통제하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통제를 통해 자신의 권위를 높이려는 어른들도 있으니 더 큰 문제가 됩니다.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것은 자기를 무시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될 테니 권위를 높이기 위해 더욱더 강하게 압박할 것입니다. 물론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고 행동입니다. 게다가 과한 보호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지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것을 기대하는 못된 어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어른들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늘 보호만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님을, 잘못된 보호는 성장에 피해를 줄 수 있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어려운 길을 걷게 될까 봐 혹여 다치기라도 할까 봐 걱정되지만,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언젠가는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가 그 모든 실패를 피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려고 합니다. 나의 경험이 무조건 옳다는 자만심도 없애려고 해요. 일방적인 행동은 서로 간의 갈등만 키운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관심을 끊으라고 하지는 말아 주세요. 대신 무엇이 잘못됐는지 귀띔해 주세요. 여러분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표현해 주세요. 잠깐의 침묵을 원하면 그렇다고 말해 주세요. 어른들도 아주 서툴러서 늘 배워야 하거든요. 한 번 배웠다고 계속 기억하는 것도 아니니 여러 번 알려 주어야 하고요.


언젠가는 여러분도 어른의 자리에 서게 될 겁니다. 그땐 지금과는 다른 시선을 갖게 되겠죠. 입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부디 지금의 어른들이 저지르고 있는 실수를 반복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더 유연하고 깨어 있는 태도로 다음 세대와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요. 부끄러운 어른은 우리 세대에서 끝내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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