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친구일 수도 있고 선생님일 수도 있습니다. 아는 동생일 수도 있고 어쩌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유명인일 수도 있겠네요.
뭐, 누구라도 좋습니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아마도 심성이 고울 것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남에게 피해 주는 사람은 아닐 거예요. 아닌 듯 챙겨 주는 츤데레 스타일일 겁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요?
그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럴 때 우리의 머리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일까요. 나라면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분명 무언가 사정이 있을 거야.’ 라던가 ‘상대가 얼마나 못되게 굴었으면….’ 뭐 그럴 수 있습니다.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요.
이건 어떤가요. 이번엔 평소 내가 싫어하던 사람이 그와 똑같은 행동을 했답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하지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그러면 그렇지!” 왜냐하면,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그는 괜찮은 행동을 해도 나에게 칭찬받기 어렵습니다. 그저 보기 드문 행동으로 여기고 이렇게 말할 겁니다. “별일이래.” 이것도 그나마 좋게 말하는 거지요.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할 때 보통은 어떤 특정한 이유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끌리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물론 깊게 파고든다면 이유가 있을 겁니다. 워낙 짧은 시간에 무의식적으로 판단해 버려서 본인조차 그것이 뭔지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지요. 물론 그 판단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논리적인 과정을 거쳤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 판단에 대한 믿음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됩니다. 쉽게 변하지도 않습니다. 새로운 사건으로 인해 좋아하던 사람을 싫어하게 되거나 싫어하던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사람으로 보이길 원합니다. 그리고 나를 좋아해 주기를 바랍니다. 잘한 일은 널리 퍼지고 잘못한 일은 금방 덮히면 좋겠습니다. 장점은 부각되고 단점은 몰라 주면 좋겠어요. 착하고 멋있고 지적이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기를 원합니다. 내가 열심히 하는 그것을 치켜세워 준다면 더 좋겠어요.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잘 지키려 노력한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가끔은 나름 순수하다는 것도 말이죠.
하지만 세상에는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다른 사람의 마음’이에요. 알아주길 바라는 만큼, 몰라 주길 바라는 만큼 되지는 않을 겁니다. 분명 과하거나 부족할 거예요.
우리는 저마다의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옷 입는 취향이 있습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도 있어요. 나만의 말투가 있고 무언가를 선택하는 독특한 기준도 있습니다. 보통은 대단히 조심스러운데 어떤 것에는 누구보다 과감하지요. 마음먹고 나열하면 끝이 없을 그것들이 모두 ‘나’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사람을 대할 때 그의 모든 것을 보려 하지 않습니다. 의지가 있다 한들 그럴 수도 없지요. 하지만 결론을 냅니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사실 의도적인 판단도 어렵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을 향해 ‘나는 이런 사람을 좋아하고 저런 사람 사람을 싫어하니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겠다’라거나 ‘모든 것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테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꼼꼼히 보며 행동, 말, 배려심 등에 점수를 주는 게 아니에요. 느끼는 겁니다. 그리고 금방 결정이 나지요. 관심이 생기거나 관심이 없어지거나 혹은 싫어지거나.
내가 싫어하는 행동 하나를 보게 되어서 혹은 내 말에 웃어주지 않아서 싫을 수 있습니다. 오늘 내가 기분이 별로였는데 나에게 장난을 걸어서 싫어지기도 하지요. 밝은 인사 한마디 혹은 외모로 인해 호감이 생길 가능성도 있고요. 물론 누군가는 나름의 종합적 판단을 내리려 노력합니다. 좋은 점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별로라고 결론지을 수 있어요. 물론 반대의 경우도 성립합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시간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호감이나 비호감을 결정하는 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첫인상을 결정하는 시간은 짧게는 1초, 길어 봐야1분을 넘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실 실험의 결과가 5분 혹은 10분이라 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겁니다. 한 사람의 전반적인 모습을 알아보기에는 여전히 짧은 시간일 테니까요. 중요한 건 잠깐의 노력으로 인상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고 하면 당연히 기분이 나쁩니다. 호감을 느낀 그 친구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더욱 마음이 아프겠지요.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너무 매달리지 마세요. 여러분의 의도치 않은 실수 하나, 그날 그 친구의 기분, 어쩌면 친구 귀에 들린 잘못된 정보로 인해 그리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책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제한된 정보 안에서 자신만의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어 있답니다. 일상이에요. 그러니 그 자체로 마음 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현재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큰 관심을 주는 게 괜찮은 판단일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겁니다. 그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거예요. 새로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여러분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이 언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단지, 누군가 나를 안 좋게 본다는 사실에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나를 다른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겠지만, 그 태도가 정도를 넘어서면 자기의 모습을 잃을 수 있거든요.
상대방의 판단을 바꾸고 싶은가요? 정말로 중요한 사람이에요? 그렇다면 잘 지내기 위해 시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물론 무던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상대가 좋아하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합니다. 거슬려 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기대와 어긋나더라도 큰 실망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대로 인정하세요. 어쩌면 나는 그에게 ‘그냥 싫은 사람’일 수도 있거든요. 여러분의 눈에 이유 없이 미운 사람이 있는 것처럼요. 무엇이든 노력이 필요한 게 사실이지만 노력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거든요. 특히나 사람의 마음은 노력과는 별개의 요인으로 정해지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어요. 그러니 상처받을지언정 본인의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를 미워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