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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수련 Nov 14. 2018

10. 5년차 커플의 일상 대공개!

같이 잘 때? 방귀랑 트림은? 데이트는?

우리의 하루는 어떨까? 뭘 먹고, 어딜 가고, 어떻게 같이 걷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자기 전에 어떤지, 전화나 카톡은 얼마나 자주 하는지 등~ 수요커플의 일상을 대공개한다!     




우리들의 짧은 만남


내가 사는 곳과 그의 집은 차로 이동하면 30분 거리다. 하지만 우리에겐 차는 없으니, 걷고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야 겨우 서로의 집에 도착하는데, 약 1시간 걸린다. 그래서 매일 만나는 건 힘들다. 우리 둘 모두 일을 하기 때문에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만 만날 수 있는데, 그는 주 2~3회 정도 우리 집에 와서 잔다.     


저녁 8시 조금 넘어 만나 늦은 저녁을 먹는 것부터 우리의 아~주 짧은 만남은 시작된다. 일단 만나기 6시간 전부터 -점심 먹고 저녁 생각하는 우리..- 메뉴 선택으로 카톡창은 빽빽하다. 서로 뭘 먹고 싶냐고, 점심은 뭘 먹었냐는 것부터 시작해서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로 찾은 맛집 링크를 공유한다.     


‘자기 뭐 먹고 싶어?’

‘나.. 아직 잘 모르겠어. 오빠는?’

‘나도 몰라....’

‘;;;;;;;;;;;;;;;;;;;;이따가 배고프면 답이 나오겠지..’

‘나 갑자기 고기 땡겨!’

‘그래?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등 골라.’

‘(링크를 보낸다.) 여기 어때?’

‘그래그래. 거기 가자! 그럼 그 주변 뢀라블롸에서 만나~’     


그리고 주문 후 음식이 나오면 말은 거의 안 하고 15~20분 이내로 먹는다. 배가 너무 고파서 폭풍 흡입하는 게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사실상 오래 만났기 때문에 이제 서로에게 궁금할 게 없다는 이유다. 어차피 서로가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잔잔한 일상을 보냈는지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가끔 X같은 상사들 얘기를 밥풀을 튀기며 할 때도 있었지만 -예전에 내가 자주 그랬다. 그러다 술도 시켰었다..- 지금은 그럴 이야기도 없으니 조용한 식사시간이 이어진다.     


‘자기, 술 안 마셔도 돼? 소주? 맥주? 시킬까?’

‘아니. 혼자 무슨 술은.. 오빠나 음료수 안 시켜도 돼?’

‘아니 난 물 마실래 오늘~’

‘그래 그럼. 음음! 맛있네! 여기 밑반찬도 맛있다.’

‘그치? 다음에 또 오자. 볶음밥 1인분? 2인분?’

‘1인분만 해. 우리 양 적잖아. 못 먹어 2인분은.’

‘알겠어. 1인분!’     


이렇게 술 좋아하는 내게 술을 주문할지 물어보고, 탄산을 좋아하는 그에게 음료를 주문할지 물어보는 매너는 잊지 않는다. 정말 배터지게 말없이 맛나게 먹고, 커피를 마실 배가 있다면 자주 가는 카페로 간다. 쿠폰 10개 도장 찍는 걸 4장 넘게 모았을 정도로 자주 가는 단골 카페다. 우리 둘 다 좋아하는 ‘비엔나 커피(아인슈페너)’를 먹기 위해 가는데, 거기서도 여전히 우린 따로 논다. 뭐 어느 정도 얘기는 한다. 우리의 얘기가 아니라 고양이나 공통으로 알고 있는 지인의 이야기. 아니면 요즘 이슈. 우리에 대해서 얘기할 건 크게 없으니까.     


그러다 할 얘기가 없으면 각자 할 일을 한다. 그는 유튜브를 보거나 뉴스를 보고, 나는 스케줄러 정리나 독서를 한다. 그렇게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우리.     


늦어도 10시 반 전엔 집으로 돌아가서 차례대로 씻고, 그가 먼저 잔다. 나는 포스팅이나 일정치 않은 일 때문에 새벽까지 작업을 하기도 한다. 혹은 잠이 안 와서 그가 출근하기 1시간 전까지 -새벽 5시- 독서를 하거나 소설 내용을 머릿속에서 계속 구성하기도 한다. 내가 죽도록 피곤하지 않는 이상, 같은 시간에 같은 이불에서 잠드는 건 드문 일이다.     


그리고 새벽 6시. 그는 조용히 씻고, 옷을 입고, 나간다. 조용히 나가는 게 더 적다. 왜냐면, 나를 미치도록 귀여워하는 그가 -진짜다. 나 엄청 귀엽다고 한다..- 아침부터 얼굴에 몇 번이나 뽀뽀를 하고 ‘우리 애기~ 잘자~’ 몇 번이나 말하면서 쪼물딱대는지.. 결국 잠이 다 깨는 날도 있고, 그럼에도 12시까지 푹 자는 날도 있다.    

 

이렇게 짧은 평일의 수요커플 일상은 끝!          




우리 주말에 뭐하지?


주말에는 내가 개인적인 약속이 많아 데이트가 많지 않다. 그도 주말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 약속도 있을 테니 서로의 일정엔 간섭하지 않는다. 가끔 그가 금요일 밤에 와서 위와 같은 저녁과 밤을 보내고 토요일에 함께 늦잠을 자기도 한다. 하지만, 난 새벽 4~5시까지 할 일을 하다 해가 뜨는 걸 보고 자기 때문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다. 나는 그가 자는 시간에 혼자 조용히 작은 조명을 켜고 이어폰을 껴서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는다. 그의 뒤척임이 느껴지면 조명을 끄고 휴대폰 플래쉬로 읽어야 할 부분만 읽기도 한다. -초라해.. 원룸의 슬픔. 진짜 투룸 얻어서 서재를 만들 거다.. 내년엔!- 그러다 나는 오후 1시까지 푹 자고, 그는 그 사이에 깨서 자는 날 위해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를 종일 감상한다. -유튜브 진짜 많이 본다..-     


서로를 위한 배려가 끝나면, 뭘 먹을까가 또 문제다. -먹기 위해 산다.- 대부분 준비를 하고 나가서 밥을 먹는다. 그는 밥을 먹고 금방 집에 가기 때문에 난 고작 2시간을 위해 화장을 하지 않는다. 대충 세수와 양치만 하고, 모자를 푹 눌러쓰곤 집 근처에 가서 밥을 먹는다. 그리고 아이쇼핑을 하고, 그는 집에 간다. 나도 집에 온다.  

   

우리의 별 거 없는 주말은 이렇게 흘러간다.     


그러다 정말 드물게 서울로 가거나 다른 곳을 가곤 하는데, 그런 날이면 각자의 집에서 자고 어느 역에서 몇 시까지 만나기로 약속한 후 데이트가 시작된다. 예전엔 남들 앞에서 가벼운 입맞춤도 힘들어하던 그가, 먼저 안아주고 볼이나 입에 입을 맞춰준다. 그가 짐이 없을 땐 내 가방에 그의 지갑이나 물건을 넣고 그가 가방을 든 채 손을 잡고 걷는다. 그런 모습이 제 3자의 입장으로 보지 않아도, 꽤나 다정하고 풋풋한 느낌의 풍경인 걸 알아서 가끔 그에게 묻는다.     


‘남들이 보면 우리 얼마나 만난 커플이라고 생각할까?’

‘음.. 글쎄?’

‘사람들이 우리 5년이나 만난 커플이라고 생각하려나. 아니겠지? 이렇게 풋풋한 느낌인데.’

‘그치. 그 정도로 오래 만났다고 생각하진 못할 것 같아.’     


그런 대화를 나누며 보고 싶던 전시회를 가거나 콘서트를 가거나 잠시 나들이를 한다. 한 8시간 정도 같이 돌아다니면 둘 다 지쳐서 돌아오는 지하철에선 말없이 눈을 감거나 음악을 듣거나 휴대폰을 본다. 음악 취향이 너무나 달랐던 우리지만, 요즘은 그가 먼저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줘서 꽂히기도 한다. -그가 추천한 음악에 빠져서 결국 그 가수의 콘서트까지 간다. 곧!-     


같이 우리 집에 와서 씻고, 잠을 잔다. 워낙 피곤한(?) 일정이라 나도 잠이 솔솔 오기 때문이다. 그럴 땐 누워서 30분 넘게 장난을 치다 잠든다. 예를 들면, 부쩍 불어난 그의 배를 잡고 이게 뭐냐며.. 뭐라 하기도 하고, 그의 냄새를 킁킁 맡다가 예전에 났던 향이 안 나! 아저씨 같아! 라고 놀리기도 하고, 그는 무거운 다리와 발을 내 몸에 턱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잘자라는 인사와 함께 30초만 지나면 그의 잠자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코를 골거나 숨소리가 거칠거나-     


이렇게 설렘도, 특별함도 없는 우리의 데이트를 마치면 드는 생각이 있다. 아주 약간은 아쉽고, 아주 많이는 안도감을 느낀다. 아쉬운 이유는 비슷한 데이트라서 그러하고, 안도감을 느끼는 이유는 내일도 그가 내 곁에 있을 거라는 이유 때문이다.     




연락은 얼마나 자주할까? 서로 방귀나 트림은 텄는지?


각자 활동하는 시간이 달라서 카톡은 거의 잘 안 하는 편이다. 못하는 거다. 나는 1시 이후로 활동을 시작하고, 그는 오후 6시 정도면 일을 마치기 때문이다. 각자 퇴근 후 8시부터 연락이 좀 활발한 편이긴 한데, 카톡보다는 페이스톡을 하며 내 얼굴이나 고양이를 많이 보인다. 그 외에는 연락을 잘 안한다.     


아주 가끔은 누군가의 카톡이나 전화를 기다리던 그 긴장감과 설렘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그건 한순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부럽지 않다.     


방귀나 트림은 아직이다. 트림은 크게 ‘거러러러럭!’ 하는 정도는 아니고, 속트림 정도다. 방귀도 마찬가지다. 소리가 ‘풔러러럭’ 나는 정도는 아니고, 작은 소리 -스윽 방귀- 정도. 5년이나 만났으면서도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이거다. 생리현상을 서로에게 공개하는 일. 사실, 할 마음도 없고, 듣고 싶은 마음도 없다. -언젠가 공개하겠지?-      



오래된 연인은 함께 보내는 일상이 참 단조롭다. 어쩌면 각자의 인생보다 더 잔잔하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일을 하고, 퇴근하고, 씻고 자고. 이런 생활과 별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특별한 이유는, 함께이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일을 둘이 하는 것. 새로운 것을 함께 시도해보고, 알았던 것은 한 번 더 되짚어보고, 별 거 아닌 일에도 웃고 손잡으며 같은 곳을 향해 가는 일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인해 지속되기 때문이다.     


처음엔 마냥 설레고, 안절부절 못하는 그런 새내기 커플이 부러웠다. 그런 감정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처럼 오래 만난 커플이 예쁘고 꾸준하게 잘 만나는 게 부럽다. 그 일이, 두근거림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자주 우리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두근거리는 감정은 자연스레 오지만,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만남은 자연스레 오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예고편

이번엔 남자친구가 나를 인터뷰한다! 뭐든 괜찮다, 좋다, 라며 입을 다물던 그가 진짜로 궁금했던 내용을 내게 물어본다. 솔직하게 답해본다. -되도록..- 그가 내게 진짜 궁금했던 건 무엇일까?     


<긴 연애의 속살> 11편, 11월 21일 수요일에 만나요~!

-참고로 남자친구와 내 이름 하나하나씩 따면 ‘수요’커플이 된다. 그래서 수요일 연재다.-     



*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할 예정입니다.

* 남자친구의 입장이 아닌 ‘저’의 입장에서 보고 겪은 시선입니다. 

* 많은 공감과 댓글 남겨주시면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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