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장단점, 패션은?, 아재처럼 변하는 남자친구를 보며-
지난 9편에서 직접 남자친구를 인터뷰한 내용을 적었다. -무엇이 웃긴지 모르겠지만- 페이스북 댓글로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말 주변이 없어 내가 살을 -많이- 붙였다만 재밌게 읽어주어 감사하다.
이번에는 남자친구가 내게 궁금했던 것들을 몇 가지 질문하고 내가 답변하는 인터뷰편이다. 그는 말수가 적고 속마음을 비치지 않는 편이라 그동안 나에게 궁금했던 걸 이 자리를 통해 해소시켜 주고 싶어 제안했다. 정말 딱 1번부터 10번까지 질문만 보낸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나의 또 다른 속마음, 공개한다!
이 시리즈에도 적었듯, 학생식당에서 밥을 기다리는 줄에서 오빠를 발견했죠. -물론 오빠는 날 못 봤지만..- ‘와 우리 학교에 저런 남자도 있었어?’ 라는 생각으로 외모에 감탄을 했어요. 그땐 알 수 있는 게 키, 스타일, 얼굴뿐이라. 그때 오빠가 남주혁, 이제훈 닮았다고 되게 많이 들었는데~ 그만큼 멋졌어요. -지금도 멋지구요.- 오빠는 그 연예인들 닮았다는 거 인정 안 하지만.. 하하
그리고 페이스북으로 메시지 남기고 카톡한 후에 진짜 만나기 전까지 좀 의아했어요. 왜냐면 페북 프사가 제가 그때 봤던 얼굴이 아닌 거예요. 실물보다 너~~~무 못 나와서 당황했죠. 친구들 단톡방에서도 ‘빨리 잘생겼다는 그 훈남 좀 보자. 프사 보내봐.’ 라고 하는데 이게 사진은 훈남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오빠 사진 프사 캡쳐해서 포토샵 좀 한 다음에 보냈던 적도 있었어요. -미안^^- 근데 또 직접 만나니, 역시 외모는 절 실망시키지 않았어요.
그만큼 멋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힘들었고, 지금도 약간 힘들어요. 이 대답은 저뿐만이 아니라 오빠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반대인 성향인 부분이 이별을 많이 생각하게 했어요. 특히나 제가 가장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행, 책, 술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게 많이 아쉽고 속상하기도 했고요.
물론 여행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사람도, 술을 못 마시고 즐기지 않는 사람도 참 많지만! 이상하게도 제 주변엔 그런 사람이 없거든요. -원래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니까.- 그런 제게 주변에 없던 캐릭터가 나타나서, 그게 제 남자친구가 되니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그런 이유로 더 오빠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여행을 안 좋아하지? 책을 한 권도 안 읽지? 술을 못 마시지? 이런 생각이 되게 강해서 서로가 다른 걸 이해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많이 필요했어요.
처음에 이런 문제를 마주했을 때, 정말 독하게 마음먹고 헤어져야겠다 싶었죠. 왜냐면 연애가 아니라 결혼을 한다면, 이렇겐 못 살 것 같은 거예요. 연애를 해도 이렇게 외롭고 힘든데, 결혼하면 평생 혼자 그렇게 살겠구나.. 생각에 그랬어요.
그러다가 오빠도 좋아하는 게 있으니 그걸 한 번 생각해봤어요. 오빠는 집에서 그냥 쉬는 거.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스포츠 영상 보는 걸 즐기고, 뉴스도 자주 보는데 저는 또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오빠가 좋아하는 걸 한 번 이해해보자!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빠도 날 이해하기 힘들었겠구나 싶었어요.
입맛이나 음악 취향, 웃음 코드 등은 많이 비슷해졌는데 여전히 제가 좋아하는 여행이나 책, 술은 가까워지진 않아요. 저도 오빠가 좋아하는 게임이나 스포츠에 가까워지지 않구요. 노력해도 안 된다는 걸 서로 아니까 각자가 좋아하는 활동을 존중해주는 거죠. 간섭하지 않는 거예요. 처음엔 서로가 서로를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포기보다는 존중이었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만난 이유는 그런 것보단 서로에 대한 좋은 감정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서로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가깝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은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죠. 제가 매일 살쪘다고, 아재같다고 놀리고 하죠. -근데 진짜 그러함..- 그런 이유 중 몇 가지를 들자면, 첫 번째는 뱃살! 처음엔 뱃살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뭐 자세하게 말하진 않겠지만... 아무튼 좀 놀라워요. 얼굴이나 다른 곳은 살이 안 찌는데 뱃살만 찌잖아요. 인정하죠? 심지어 저는 술을 자주 먹는데도 뱃살은 거의 없거든요. 근데 오빠는 술도 안 먹으면서.. 밥도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 그러니까 좀 신기하고..
두 번째는 향기! 예전엔 오빠 섬유유연제 냄새가 너무 좋아서 따라 사서 여전히 저도 쓰고 있거든요. 근데 이제 그 향긋한 냄새가 아닌 정말 뭔가 나이가 좀 있는 분들에게 나는 향기(?)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전에 향수 뿌리라고 사줬던 적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전체적인 스타일? 전엔 머리나 옷 등 외적인 부분을 많이 꾸몄는데 요즘엔 그냥.. 그래요.. 더 얘기는 안 할게요. -본인이 더 잘 알 거라고 생각-
그런 모습을 보면 씁쓸하기도 하고, 코가 시큰해지기도 해요. 그만큼 시간이 꽤 지났고, 젊었을 때랑 조금 더 나이든 지금까지 서로가 곁을 지켜봤다는 거니까.
그래도 뱃살은 좀 뺐으면 좋겠네요.
전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이나 스킨십 등 애정표현을 자주 해줘요. 그게 많이 달라졌죠. 처음엔 표현도 못하고, 사람들 앞에서 뽀뽀를 한다거나 안거나 이런 걸 전혀 못했거든요. 좋게 변한 것 같아요.
나쁘게 변한 건 손편지 안 써주는 거. 제가 글 쓰는 사람이니까 손으로 편지 쓰는 걸 좋아하고, 받는 것도 좋아해요. 초반엔 기념일마다 선물이랑 써주더니 어느 순간부터 편지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안 써줘요. 별 감흥도 없어 보여가지고.. 그 외에는 없어요. 매일 잘해주고, 애정을 많이 줍니다. 직장이 바빠서 함께 못하는 시간이 길어진 건 오빠가 변한 게 아니라 상황이 변한 거니까 제외!
장점은 배려심과 내가 말했던 걸 잘 기억하는 거! 성격이 워낙 착해서 화를 잘 안 내요. 조금 사이가 틀어지더라도 먼저 대화로 풀려고 노력하고, 본인은 기분 나쁠 수도 있을 텐데 배려해주고. 그리고 제가 뭐가 예쁘다, 이거 좋대 등등 흘리는 말로 얘기를 하면 잘 기억해서 나중에 기념일 때 사주더라구요. 지금까지 받은 선물 전부가 제가 예쁘다- 했던 것들. 그런 것 외에도 흘려서 말했던 다른 작은 이야기들을 기억해서 먼저 스케줄 챙겨주고 그래요.
근데 물건 얘기는.. 진짜로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왜냐면 전 받는 걸 잘 못해서, 받으면 받은 만큼 줘야한다는 부담감에 누군가 저에게 뭘 주면 겁을 많이 내는데. 그래서 오빠가 비싼 가방이나 신발 이런 거 사주면 진짜 고마운 마음보단 부담 됐어요. 나도 저 정도의 브랜드 가치나 금액에 맞게 선물을 해야겠지? 라는 생각으로..
단점은 분위기를 잘 못 타는 거? 그러니까 무드 없다고 해야 하나. -너무 상처..?-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연인의 분위기가 저희에겐 없어요. 물론 저도 그런 거 못할 수도 있는데.. 이젠 서로 너무 장난만 쳐서 그런 거 없구요. 원래 없기도 했고요. 그리고 한 가지 더 꼽자면 흥이 없어요. 저는 흥부자라서 흥련이라고도 많이 불리는데, 술 안 마셔도 술 마신 것처럼 잘 노는 그런 잔망미와 흥폭발을 늘 지니고 다니거든요. 근데 이게 오빠는 제 에너지를 따라잡지 못해서 아쉬워요.
분발하세요, 흥.
코 막아요. -진짜!-
물론 단편적인 생각은, 시끄러워서 나도 좀 자고 싶다.. 라는 생각이 강하죠. 근데 또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 매일 직장 생활이 고되는 걸 느껴서 측은해지기도 해요. 새벽 일찍 일어나서 늦게 퇴근하고, 직장이 가깝지 않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 또한 길다는 걸 아니까요. 그러려니 합니다.
하지만 진짜 너무 시끄러워서 고양이들도 오빠를 피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진짜 코를 한 번 막습니다. 그 전엔 목 뒤를 몇 번 치기도 했는데, 때리면 때릴수록 코를 더 크게 골아서 코를 한 번 막죠. 그럼 숨이 안 쉬어지니 놀라서 깨더라구요. 그 모습이랑 그때 말하는 ‘어.. 어 자기 왜!’ 이 말이 너무 웃겨서 혼자 빵 터질 때도 많아요.
음.. 지적..은 몇 번 하긴 했죠. 물론 저도 스타일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패알못이라.. 그냥 요즘 예쁜 거 입고 이러는데~ 오빠는 되게 무난한 옷을 즐겨입어요. 무지티, 청바지 이런 느낌으로. 아니면 친누나가 패션 쪽에서 일해서 그런지 친누나가 사주신 옷이나 언니 옷을 뺏어입기도 하고요.
오빠는 이상하게 트렌디한 패션이 안 어울리더라구요. 요즘은 와이드팬츠를 많이 입잖아요. 근데 오빤 그거 안 어울려요. 모자나 안경도 안 어울리고..
그냥 딱 유행타지 않는 무난한 패션이 어울려서 저도 뭐 어떻게 입어라~ 라고 간섭하진 않아요. 아쉬운 게 있다면, 그 잘나고 멋진 얼굴에 옷도 잘 입었다면 정말 대박적(?)일 거라는 생각은 합니다만. 잘생겼으니 옷은 봐드림.
아니요. 오빠 같진 않아요. 그렇다고 친구나 동생 같지도 않구요. 그냥 가족 같아요.
제가 사남매 중 첫째라 집에서 징징대지 못했던 걸 오빠한테 많이 얘기하는 편인데, 그럴 때 들어주는 모습을 보면 오빠라고 느끼긴 하지만! 막 엄청 성숙하고 어른스럽다(?)라는 느낌은 없는 것 같아요. 오빠는 누나 두 명 있는 귀한 막내아들이기도 하고, 사회생활도 제가 더 많이 해봤으니까요.
친근하고 편해서 친구 느낌이 강합니다.
내년에, 조금 늦게나마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여행 좀 길게 다녀올게! -이미 말은 했지만..-
오빠도 여행이나 독서에 많은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어. 이게 재미보다는 그 이외의 것을 얻는 게 무척 많아. 술은 몸에도 안 받고 힘드니까 이해는 하지만..
언젠가 같이 길게 여행을 떠날 날이 오길 바라.
오빠가 좋아하는 축구도 직접 보면서-
어쩌면, 그동안 서로에게 극한 직업일 수도 있는 ‘서로의 연인’ 역할을 잘 해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즐겁게 잘 만났으면 해요. 사랑합니다.
이건 다음 마지막 편에서 말하도록 할게요.
@예고편
다음 주 마지막! 꼭 봐주세요 :)
<긴 연애의 속살> 마지막 12편, 11월 28일 수요일에 만나요~!
-참고로 남자친구와 내 이름 하나하나씩 따면 ‘수요’커플이 된다. 그래서 수요일 연재다.-
*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할 예정입니다.
* 남자친구의 입장이 아닌 ‘저’의 입장에서 보고 겪은 시선입니다.
* 많은 공감과 댓글 남겨주시면 애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