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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수련 Nov 21. 2018

11. 나의 속마음은? (인터뷰편)

그의 장단점, 패션은?, 아재처럼 변하는 남자친구를 보며-

지난 9편에서 직접 남자친구를 인터뷰한 내용을 적었다. -무엇이 웃긴지 모르겠지만- 페이스북 댓글로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말 주변이 없어 내가 살을 -많이- 붙였다만 재밌게 읽어주어 감사하다.    

 

이번에는 남자친구가 내게 궁금했던 것들을 몇 가지 질문하고 내가 답변하는 인터뷰편이다. 그는 말수가 적고 속마음을 비치지 않는 편이라 그동안 나에게 궁금했던 걸 이 자리를 통해 해소시켜 주고 싶어 제안했다. 정말 딱 1번부터 10번까지 질문만 보낸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나의 또 다른 속마음, 공개한다!          



1. 첫 만남 때, 실제로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이 시리즈에도 적었듯, 학생식당에서 밥을 기다리는 줄에서 오빠를 발견했죠. -물론 오빠는 날 못 봤지만..- ‘와 우리 학교에 저런 남자도 있었어?’ 라는 생각으로 외모에 감탄을 했어요. 그땐 알 수 있는 게 키, 스타일, 얼굴뿐이라. 그때 오빠가 남주혁, 이제훈 닮았다고 되게 많이 들었는데~ 그만큼 멋졌어요. -지금도 멋지구요.- 오빠는 그 연예인들 닮았다는 거 인정 안 하지만.. 하하     


그리고 페이스북으로 메시지 남기고 카톡한 후에 진짜 만나기 전까지 좀 의아했어요. 왜냐면 페북 프사가 제가 그때 봤던 얼굴이 아닌 거예요. 실물보다 너~~~무 못 나와서 당황했죠. 친구들 단톡방에서도 ‘빨리 잘생겼다는 그 훈남 좀 보자. 프사 보내봐.’ 라고 하는데 이게 사진은 훈남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오빠 사진 프사 캡쳐해서 포토샵 좀 한 다음에 보냈던 적도 있었어요. -미안^^- 근데 또 직접 만나니, 역시 외모는 절 실망시키지 않았어요.     


그만큼 멋있었다는 얘기입니다.          




2. 너무 정반대인 성향으로 서로 힘들었는데, 아직도 서로 이해하고 맞추는 과정을 거치고 있잖아요. 아직, 여전히 5년 동안 모든 게 반대인 남자친구를 만나는데 어떤가요?


솔직히 말하면 너무 힘들었고, 지금도 약간 힘들어요. 이 대답은 저뿐만이 아니라 오빠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반대인 성향인 부분이 이별을 많이 생각하게 했어요. 특히나 제가 가장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행, 책, 술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게 많이 아쉽고 속상하기도 했고요.     


물론 여행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사람도, 술을 못 마시고 즐기지 않는 사람도 참 많지만! 이상하게도 제 주변엔 그런 사람이 없거든요. -원래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니까.- 그런 제게 주변에 없던 캐릭터가 나타나서, 그게 제 남자친구가 되니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그런 이유로 더 오빠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여행을 안 좋아하지? 책을 한 권도 안 읽지? 술을 못 마시지? 이런 생각이 되게 강해서 서로가 다른 걸 이해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많이 필요했어요.     


처음에 이런 문제를 마주했을 때, 정말 독하게 마음먹고 헤어져야겠다 싶었죠. 왜냐면 연애가 아니라 결혼을 한다면, 이렇겐 못 살 것 같은 거예요. 연애를 해도 이렇게 외롭고 힘든데, 결혼하면 평생 혼자 그렇게 살겠구나.. 생각에 그랬어요.     


그러다가 오빠도 좋아하는 게 있으니 그걸 한 번 생각해봤어요. 오빠는 집에서 그냥 쉬는 거.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스포츠 영상 보는 걸 즐기고, 뉴스도 자주 보는데 저는 또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오빠가 좋아하는 걸 한 번 이해해보자!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빠도 날 이해하기 힘들었겠구나 싶었어요.     


입맛이나 음악 취향, 웃음 코드 등은 많이 비슷해졌는데 여전히 제가 좋아하는 여행이나 책, 술은 가까워지진 않아요. 저도 오빠가 좋아하는 게임이나 스포츠에 가까워지지 않구요. 노력해도 안 된다는 걸 서로 아니까 각자가 좋아하는 활동을 존중해주는 거죠. 간섭하지 않는 거예요. 처음엔 서로가 서로를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포기보다는 존중이었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만난 이유는 그런 것보단 서로에 대한 좋은 감정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서로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가깝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은 늘 가지고 있습니다.        



  

3. 매일 절 보면서 아재라고 놀리는데... 초반과 달리 점점 살찌고, 아재스러워지는 남자친구를 보면 어떤지?


그렇죠. 제가 매일 살쪘다고, 아재같다고 놀리고 하죠. -근데 진짜 그러함..- 그런 이유 중 몇 가지를 들자면, 첫 번째는 뱃살! 처음엔 뱃살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뭐 자세하게 말하진 않겠지만... 아무튼 좀 놀라워요. 얼굴이나 다른 곳은 살이 안 찌는데 뱃살만 찌잖아요. 인정하죠? 심지어 저는 술을 자주 먹는데도 뱃살은 거의 없거든요. 근데 오빠는 술도 안 먹으면서.. 밥도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 그러니까 좀 신기하고..     


두 번째는 향기! 예전엔 오빠 섬유유연제 냄새가 너무 좋아서 따라 사서 여전히 저도 쓰고 있거든요. 근데 이제 그 향긋한 냄새가 아닌 정말 뭔가 나이가 좀 있는 분들에게 나는 향기(?)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전에 향수 뿌리라고 사줬던 적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전체적인 스타일? 전엔 머리나 옷 등 외적인 부분을 많이 꾸몄는데 요즘엔 그냥.. 그래요.. 더 얘기는 안 할게요. -본인이 더 잘 알 거라고 생각-    

 

그런 모습을 보면 씁쓸하기도 하고, 코가 시큰해지기도 해요. 그만큼 시간이 꽤 지났고, 젊었을 때랑 조금 더 나이든 지금까지 서로가 곁을 지켜봤다는 거니까.     


그래도 뱃살은 좀 뺐으면 좋겠네요.     




4. 혹시 남자친구가 연애 초반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이나 스킨십 등 애정표현을 자주 해줘요. 그게 많이 달라졌죠. 처음엔 표현도 못하고, 사람들 앞에서 뽀뽀를 한다거나 안거나 이런 걸 전혀 못했거든요. 좋게 변한 것 같아요.   

 

나쁘게 변한 건 손편지 안 써주는 거. 제가 글 쓰는 사람이니까 손으로 편지 쓰는 걸 좋아하고, 받는 것도 좋아해요. 초반엔 기념일마다 선물이랑 써주더니 어느 순간부터 편지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안 써줘요. 별 감흥도 없어 보여가지고.. 그 외에는 없어요. 매일 잘해주고, 애정을 많이 줍니다. 직장이 바빠서 함께 못하는 시간이 길어진 건 오빠가 변한 게 아니라 상황이 변한 거니까 제외!      



    

5. 남자친구의 장점과 단점은?


장점은 배려심과 내가 말했던 걸 잘 기억하는 거! 성격이 워낙 착해서 화를 잘 안 내요. 조금 사이가 틀어지더라도 먼저 대화로 풀려고 노력하고, 본인은 기분 나쁠 수도 있을 텐데 배려해주고. 그리고 제가 뭐가 예쁘다, 이거 좋대 등등 흘리는 말로 얘기를 하면 잘 기억해서 나중에 기념일 때 사주더라구요. 지금까지 받은 선물 전부가 제가 예쁘다- 했던 것들. 그런 것 외에도 흘려서 말했던 다른 작은 이야기들을 기억해서 먼저 스케줄 챙겨주고 그래요.     


근데 물건 얘기는.. 진짜로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왜냐면 전 받는 걸 잘 못해서, 받으면 받은 만큼 줘야한다는 부담감에 누군가 저에게 뭘 주면 겁을 많이 내는데. 그래서 오빠가 비싼 가방이나 신발 이런 거 사주면 진짜 고마운 마음보단 부담 됐어요. 나도 저 정도의 브랜드 가치나 금액에 맞게 선물을 해야겠지? 라는 생각으로..     


단점은 분위기를 잘 못 타는 거? 그러니까 무드 없다고 해야 하나. -너무 상처..?-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연인의 분위기가 저희에겐 없어요. 물론 저도 그런 거 못할 수도 있는데.. 이젠 서로 너무 장난만 쳐서 그런 거 없구요. 원래 없기도 했고요. 그리고 한 가지 더 꼽자면 흥이 없어요. 저는 흥부자라서 흥련이라고도 많이 불리는데, 술 안 마셔도 술 마신 것처럼 잘 노는 그런 잔망미와 흥폭발을 늘 지니고 다니거든요. 근데 이게 오빠는 제 에너지를 따라잡지 못해서 아쉬워요.     


분발하세요, 흥.          




6. 제가 직장 생활에 피곤해서 잘 때마다 코 골며 잔다고 하던데.. 그런 모습을 볼 때 어때요?


코 막아요. -진짜!-     


물론 단편적인 생각은, 시끄러워서 나도 좀 자고 싶다.. 라는 생각이 강하죠. 근데 또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 매일 직장 생활이 고되는 걸 느껴서 측은해지기도 해요. 새벽 일찍 일어나서 늦게 퇴근하고, 직장이 가깝지 않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 또한 길다는 걸 아니까요. 그러려니 합니다.     


하지만 진짜 너무 시끄러워서 고양이들도 오빠를 피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진짜 코를 한 번 막습니다. 그 전엔 목 뒤를 몇 번 치기도 했는데, 때리면 때릴수록 코를 더 크게 골아서 코를 한 번 막죠. 그럼 숨이 안 쉬어지니 놀라서 깨더라구요. 그 모습이랑 그때 말하는 ‘어.. 어 자기 왜!’ 이 말이 너무 웃겨서 혼자 빵 터질 때도 많아요.          



7. 가끔 제 패션을 지적하던데요. 남자친구의 패션에 대한 생각은?


음.. 지적..은 몇 번 하긴 했죠. 물론 저도 스타일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패알못이라.. 그냥 요즘 예쁜 거 입고 이러는데~ 오빠는 되게 무난한 옷을 즐겨입어요. 무지티, 청바지 이런 느낌으로. 아니면 친누나가 패션 쪽에서 일해서 그런지 친누나가 사주신 옷이나 언니 옷을 뺏어입기도 하고요.     


오빠는 이상하게 트렌디한 패션이 안 어울리더라구요. 요즘은 와이드팬츠를 많이 입잖아요. 근데 오빤 그거 안 어울려요. 모자나 안경도 안 어울리고..     


그냥 딱 유행타지 않는 무난한 패션이 어울려서 저도 뭐 어떻게 입어라~ 라고 간섭하진 않아요. 아쉬운 게 있다면, 그 잘나고 멋진 얼굴에 옷도 잘 입었다면 정말 대박적(?)일 거라는 생각은 합니다만. 잘생겼으니 옷은 봐드림.     




8. 제가 2살 오빠인데, 실제로도 남자친구가 오빠 같은 느낌을 많이 받나요?


아니요. 오빠 같진 않아요. 그렇다고 친구나 동생 같지도 않구요. 그냥 가족 같아요.   

  

제가 사남매 중 첫째라 집에서 징징대지 못했던 걸 오빠한테 많이 얘기하는 편인데, 그럴 때 들어주는 모습을 보면 오빠라고 느끼긴 하지만! 막 엄청 성숙하고 어른스럽다(?)라는 느낌은 없는 것 같아요. 오빠는 누나 두 명 있는 귀한 막내아들이기도 하고, 사회생활도 제가 더 많이 해봤으니까요.     


친근하고 편해서 친구 느낌이 강합니다.         



 

9. 남자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짧게!


내년에, 조금 늦게나마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여행 좀 길게 다녀올게! -이미 말은 했지만..-


오빠도 여행이나 독서에 많은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어. 이게 재미보다는 그 이외의 것을 얻는 게 무척 많아. 술은 몸에도 안 받고 힘드니까 이해는 하지만..     


언젠가 같이 길게 여행을 떠날 날이 오길 바라.

오빠가 좋아하는 축구도 직접 보면서-     


어쩌면, 그동안 서로에게 극한 직업일 수도 있는 ‘서로의 연인’ 역할을 잘 해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즐겁게 잘 만났으면 해요. 사랑합니다.          




10. 오랜 기간 동안 만나는 연인들에게 약간의 조언을 하자면?


이건 다음 마지막 편에서 말하도록 할게요.   


       



@예고편

다음 주 마지막! 꼭 봐주세요 :)     

<긴 연애의 속살> 마지막 12편, 11월 28일 수요일에 만나요~!




-참고로 남자친구와 내 이름 하나하나씩 따면 ‘수요’커플이 된다. 그래서 수요일 연재다.-     

*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할 예정입니다.

* 남자친구의 입장이 아닌 ‘저’의 입장에서 보고 겪은 시선입니다.

* 많은 공감과 댓글 남겨주시면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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