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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수련 Nov 28. 2018

12. 이 긴 연애의 끝은 어딜까?

긴 연애를 위해 명심해야 할 5가지 

벌써 <긴 연애의 속살>을 연재한지 2개월이 지났다. 처음 내가 하고 있는 ‘긴 연애’에 대해서 연재하고자 한 이유는 너무 오래된 기억이 녹슬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남자친구에게 느끼는 잔잔한 감정을, 과거를 회상하며 조금 더 일렁이게 만들고 싶었다. 지난 2개월 동안, 5년 전부터 시간을 하나씩 짚어보며 -손으로 쓴 일기장과 N드라이브를 보며 글을 많이 썼다.- 많이도 웃었고 꽤 씁쓸한 감정도 느꼈다. 마지막이라니 아쉬움이 크다. 쭉 연재하고 싶지만, 이 긴 연애가 어떤 식으로든 끝이 났을 때 다시 써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오늘은 마지막을 기념하며, 연애를 두려워하고 긴 연애를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글을 쓴다. 조언이 아니다. 내가 5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 ‘연애를 이렇게 하면 오래, 그리고 안정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을 쓰는 거다. 그러니 참고만 하라. 뻔한 얘기는 적지 않을 거다. 직접 울고 웃으며 보냈던 시간을 쌓아서 쓰는 거다.     


참고로 나는 ‘사람에게 잘 질려서 이전의 연애 기간은 평균 2개월 정도였고, 긴 연애는 처음이다. 나와 성향이 정반대인 남자를 만나 지금까지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실을 알아두고 읽길 바란다.         


 

나만의 시간을 잘 가지기


연애 초반엔 상대방이 너무 좋아서 폰을 달고 산다. 카톡이나 전화를 위해 폰을 붙들고 살고, 연락을 기다리는 시간이 반복되며 나의 생활을 잊는다. 나의 일상이 곧 그 사람으로 가득하다는 것. 그러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각자의 생활 패턴을 찾는다. 공부를 하고, 친구를 만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등 연인과 보내는 게 아닌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는 연락이 잘 되다가 연애 기간이 좀 흐르면 뜸하다는 이유로 많이 다툰다. 이유는 이거다.     


‘너 변했어. 처음엔 연락 잘 하더니.. 요즘은 왜 그렇게 연락도 안 하고 바쁘다고만 해?’     


그렇다. 나도 남자친구에게, 남자친구도 나에게 말했던 내용이고 이걸로 다투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런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다는 이유로 변했다며 투덜대고 싸우는 일은, 가장 한심한 일임을.     


연락은 개인적인 일을 하면서 장소가 변하거나 상황이 변할 때마다 해주는 게 옳지만 시도 때도 없이 하는 건 옳지 않다. 서로가 서로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지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을 망가뜨린다.


너무 서로에게 의존하지 말라. 직장을 다니면 일을, 학생이라면 수업과 공부를, 취준생이라면 자소서 쓰기와 면접 준비 등 각자 하는 일이 있지 않은가. 자신이 맡은 일에 집중하며 연인과 연락하고 만나도 사랑은 식지 않는다. 서로가 발전하기 위해선, 그리고 함께 발전하고 관계가 단단해지기 위해선 각자의 시간을 가지는 것을 서운해 하지 말자.          




서로의 장점을 이끌어주기


오래 함께하면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한다. 그 사람 대신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장점이 무엇이고, 이런 상황에서 돋보인다는 것 등등. 하지만 그런 자기 자신의 장점을 덮어두는 사람들이 많다. 왜? 나에겐 장점인데, 그 사람이 싫어하는 모습이거나 그 사람과 함께라면 이 장점이 아무것도 아닌 평범함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장점은 극대화시켜주는 게 좋다. 예를 들면, 나는 독립심이 강한 성격이라 혼자 잘 돌아다닌다. 그걸 좋아하고. 하지만 남자친구는 그런 걸 싫어한다. 그래서 나도 혼자서 무엇을 추진력 있게 진행하기 전에 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봤다. 싫어하겠지.. 별로라고 생각하겠지.. 라며 고민하고 망설이고 하지 않은 일들도 많다. 이젠 아니다. 당당하게 내가 혼자 어딜 떠나겠다, 혼자 파티를 열겠다, 혼자 글을 써보겠다 등 그와 함께가 아닌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고 말을 한다. 허락 받을 필요가 없다. 이건 우리 관계의 문제가 아닌 ‘나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함께라면 좋다. 관계도 깊어지고, 감정도 더 풍성해질 거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각자의 장점을 애써 상대방 눈치를 보며 덮어두지 말라는 거다. 그리고 상대방은 그것을 잘 이끌어주고 박수쳐주는 것이 건강한 연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단계 중 하나다.   



      

서운한 건 그때 풀기


당연한 말이지만, 이거 꼭 해라. 서운한 건 그때 풀어야지 하나씩 쌓아두고, 지금 말하면 싸울까봐 겁이 나서 숨기면 나중엔 싸움이 아니라 이별이 될 거다.     


나는 성격이 워낙 저돌적이긴 하지만, 소심한 부분도 있어서 내가 이걸 말하면 쪼잔한 사람이 될까봐 계속 숨겼던 적이 많았다. 별 거 아닌 걸로 서운했다고, 화가 났다고 하면 웃거나 황당해 할까봐, 혹은 말다툼으로 번질까봐 조용했던 적이 있었다. 근데 내 속이 터질 것 같아서 얘기를 했더니 얼마나 시원하던지. 시원한데, 헤어질 뻔했다.     


왜? 문제가 발생한 시점부터 말할 때까지 그 사람에게 문제점을 말하지 않아서 고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모르기 때문에 고칠 시간이 없었고, 나는 혼자 속으로 삭히면서 이정도로 안 맞으면 헤어져야겠다고 이별을 결심하기 때문이다.     


서운하거나 화난 일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직접 눈을 보고 말하라. 그 사람에게 나쁜 부분을 고칠 기회를 주고, 나에게도 우리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미래를 주는 일이니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사람이 나와 ‘다르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존중하기는 무척이나 힘들다. 연인이 아니라 가족 혹은 친한 친구라도 나와 너무 달라서 ‘왜 그렇게 행동하고 생각하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있으니까.     


그런데 사랑하는 연인이 나와 다른 생각, 다른 가치관, 다른 행동을 하면 얼마나 속이 터지겠는가.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오래 연애하면 그러려니가 아니라 열이 받을 때가 많다. 늘 말했지만, 나와 내 남자친구도 정말 성향이 극과 극이다. 보통 내 지인들은 N극과 N극, S극과 S극이 만나서 5년을 붙어 지내는 것 같아 신기하다는 말을 많이 할 정도니까.     


오죽 싸웠냐면, 일기장을 뒤적이면 싸워서 연락을 안 했다, 속이 터진다, 울었다 등등 이런 말이 더 많을 정도다. 아무튼, 우리도 그만큼 서로 다른 부분을 이해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단 얘기다. 사실 아직도 힘든 게 조금 있다. 전보단 아니지만.     


다만,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서로가 조금 더 다른 각도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다른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라는 것이다. 같은 성향의 사람을 만났다면 내가 그동안 경험했던 것, 생각했던 것, 추구했던 것 등 내 삶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테다. 하지만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을 만났기에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 생각하지 못했던 것, 추구하지 않았던 것을 바라볼 수 있고 느낄 수가 있었다.     


다름이 서로에게 악영향을 준다면 진작 헤어지는 게 맞다. 하지만 그로 인해 자신이 조금은 더 발전하고 새로운 걸 꿈꾼다면 꽤 괜찮은 삶이 되지 않을까. 즐거운 여정을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나쁜 순간을 함께 극복하기


어떻게 사람의 삶이 늘 좋을 수만 있을까. 연애도 마찬가지다. 둘의 문제로 힘들 수 있지만, 개인의 문제로 한 사람이 힘들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인 연인에게 털어놓고 함께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나 같은 경우는, 연애 초반에 가정의 불화가 생겼다. 그로 인해 내 생활은 마비가 되고, 술에 찌들고 울며 지냈던 날이 가득했다. 그에게 말하기 창피하고 미안한 일이라 혼자 극복하려고 했지만, 곁에서 날 바라보는 그에게 숨기는 일이 더욱 미안했다. 솔직하게 그런 일을 말하고, 결과가 나빴을 땐 그가 나와 함께 울어줬다. 그리고 나를 더욱 챙기며 무너지지 않게 다잡아줬다. 

   

내 삶의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나눈 사람은 앞으로 내가 힘들었을 때, 그가 힘들었을 때도 어려움을 같이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견디며 안고 가는 건 나 자신이지만, 그 과정을 유연하게 만드는 건 함께라는 걸 잊지 말자.   



       

진정한 사랑의 정의를 같이 만들기


사랑에 대한 정의는 참 많다. 여러 작가나 유명인에 의해서 말이다. 그렇지만, 그게 정답인 건 아니다. 그 수많은 사랑에 대한 명언을 믿으며 연인과의 관계를 정의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하는 사랑의 정의는, 우리 둘만이 만들 수 있는 것임을.         


늘 아름답고 열정적이며 영화 같은 사랑을 원했던 나다. 사실 아직도 그러하다. 그렇지만, 언젠가 그 사랑은 고통과 슬픔, 더 나아가 또 다른 인내를 요구하기도 한다. 사랑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완벽할 수도, 마냥 한결같이 예쁠 수만은 없다. 사람의 육체도 정신도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지는 것처럼 관계나 감정 역시 계속 살아 숨 쉬는 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것에 양면이 있고 굴곡이 있듯,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렇게 5년 정도 연애를 하니 이제야 사랑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감이 온다. 정확한 게 아니라 감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긴 연애의 끝이 언제인지 늘 궁금하고, 끝이 무엇일지 긴장된다.     


마지막이 무엇이 됐든 이 긴 연애에 최선을 다할 거다.

이젠 내 인생의 큰 부분으로,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 긴 연애의 끝이 후회 없이 활짝 필 수 있도록. 나만 행복한 게 아니라 그와 내가, 그러니까 우리가 손을 잡고 행복하기 위해.     


-그동안 <긴 연애의 속살>을 읽어주시고, 공감과 즐거움의 표현을 해주신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모두 아프겠지만, 돌아보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랑이 만개하는 연애를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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