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토리 Jul 13. 2023

새벽기상이 주는 귀한 선물

시간관리는 포기의 기술인 것 아시나요?

미라클모닝을 믿는가? 나는 믿는다. 기적까지는 아니지만 내 인생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 브런치 작가님들은 새벽기상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작가가 본업이 아닌 이상 꾸준히 글쓰기는 시간관리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새벽기상 8개월 차이다. 작년 하반기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무기력증이 찾아와 이를 타파하고자 몸을 조금씩 움직였고,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은 후 새벽기상에 도전하여 지금까지 어느 정도 유지를 하고 있다.


https://brunch.co.kr/@hantory/37


새벽기상 선언의 효과  


선언이라고 하기는 좀 거창하지만 새벽기상을 하기로 마음먹은 후 짝꿍에게 선언을 했다. '이제부터 아침 챙겨줄게'라고 말이다. 나약한 인간인지라 뭔가 명분이 없으면 무너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새벽기상할 명분을 만든 것이다. 짝꿍은 성실함을 무기로 태어난 사람이라 알아서 5시 기상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 시간에 일어나니 아침을 챙겨줄 수가 없었다(핑계일까 ;;) 그 당시 짝꿍은 건강검진 결과 '대사증후군'으로 약 복용까지 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 있어서 아침 한 끼는 채소과일식을 챙겨주기로 했다.


명분을 스스로 선언했기에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다. 주부인지라 나를 위한 자기 계발 목적보다는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명분이 훨씬 더 먹힌 듯싶다. 내가 뱉은 말이 있으니 그걸 지키기 위해 5시에 매일 반쯤 감은 눈으로 채소를 씻고 닦고 썰었다.


몇 달 전, 아이친구 엄마와 이야기하던 중 새벽기상을 한다고 말을 했다. 그녀도 새벽기상을 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는 이야기에 그럼 새벽기상을 위한 단 한 개의 명분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했고, 눈 떠서 나한테 카톡으로 '일어났음'이라는 한 문장을 명분으로 삼기로 했다. 그렇게 그녀도 한동안 새벽기상을 잘 이행해 나갔다. 새벽기상 함께하는 동지가 생겨 나도 해이해지지 않았다. 혼자 하기 어려우면 주변인과 함께 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새벽시간은 내면의 나와 만나는 시간


혼자가 되어야만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나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스스로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인식할 수 있다.

-『지금은 나만의 시간입니다』김유진 지음 -


온전한 내 시간은 5시 반부터가 시작이다. 새벽기상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스름한 새벽의 적막한 시간은 힐링을 넘어 치유의 시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루 중 내 의지로 시간을 좌지우지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진정 혼자가 될 수 있는 새벽시간이 나에겐 필요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길목에서 '내가 뭘 좋아하지?', '하고 싶은 일이 뭔데?', '왜 마음이 불안할까?' 등등 나와의 대화를 이제서라도 시작하게 된 것이 어쩌면 새벽기상의 가장 큰 이득이 아닐까 싶다. 청소년기에 했어야 할 자아성찰도 하며 내면의 나와 오롯이 마주한다.  


일과 사람들에 둘러싸인 환경에서는 결코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내 생각, 마음, 상태, 기분, 감정은 철저히 고독한 상태에서만 인지할 수 있었다. 종이에 끄적이며 불쑥 떠오르는 생각과 마음을 적어보면 긍정적인 무언가가 확 올라오는 것도 느꼈다. 활력이 생기고 의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의지는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자 하는 단순한 것이어도 충분했다.


그날 꼭 해야 할 일은 절대 새벽에 하지 않기


이부자리 정리는 내 세상일이 아닌 것처럼 살던 나에게 짝꿍이 부자들은 아침에 꼭 이불을 갠다는 이야기를 해주기에 얼떨결에 새벽에 눈뜨자마자 바로 이불을 개 보기 시작했다. 20초 걸릴까. 이 간단한걸 몇십 년을 안 하고 살았던 나였다. 부자가 될지는... 좀 많이 살아봐야겠다.


내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일들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잠자리 정리다. 내 힘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일이 적어도 한 가지는 있다는 사실은 삶에 생각보다 큰 위안과 도움을 준다. (중략) 정돈된 침대를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자존감도 높아진다. 재차 강조하지만 잠자리 정리가 아침에 할 수 있는 일들 중 으뜸이다.

-『타이탄의 도구들』팀페리스, 『나에게 새벽은 휴식이다』(김유정 지음)에서 재인용 -


이불 개기를 시작으로 몇 가지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 눈 뜨면 바로 이불 개기

- 양치/세수하기

- 음양탕(陰陽湯) 마시기

- 짝꿍 아침 준비하기


루틴을 끝낸 다음에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나는 그날 꼭 해야 하는 일은 제외하고 새벽시간을 활용하는 편이다. 정말 중요하고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일어나서 눈뜨자마자 생각은 날 테지만, 이런 일은 그날 언젠가 어떻게든 하게 되어 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기억만 해두기로 하고 새벽시간에는 꼭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골라서 했다. 그래서 주로 독서, 필사, 글쓰기, 명상을 하고 있다. 나만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중요했다.


필사는 글을 잘 쓰고 싶은 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인간인 나는 필사가 '손끝으로 하는 명상'이라는 말에 뭐든 끄적이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읽은 책 가운데 줄 쳐놓은 것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무식하게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옮겨보기도 했다. 글을 쓰는 요즘은 글쓰기를 위한 필사와 리라이팅(rewriting)을 꾸준히 해보려고 계획 중이다.  


시간관리는 포기의 기술


새벽기상을 하려면 일찍 취침을 해야 한다. 잠자는 시간을 쪼개어 일찍 일어나는 것이 새벽기상의 주된 목적은 아니다. 적당한 수면시간을 지키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건 아직도 잘 안된다. 앞으로는 일찍 일어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일찍 잠드는 것이 목표이다! 밀도 있는 하루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건강은 훨씬 더 중요하다.  


밤에도 자꾸 무언가를 하고 싶어 지니 무기력증은 완벽히 극복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밤시간까지 열정적이기에는 내 체력을 생각해야 한다. 이때는 열정을 포기하고 또 다가오는 새벽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포기해야 할 것은 또 있다. 저녁에 보는 드라마나 지인들 모임 등등 새벽기상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겼다. 정해진 시간에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는 것이니라. 내 시간 확보를 위한 포기의 연습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작심 3일 7번 반복하기


모든 사람에게 새벽기상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각자의 신체리듬 패턴에 맞게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한다. 그게 늦은 저녁이 될 수도, 이른 새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저녁 늦은 시간은 피로감과 함께 그날 하루의 기억들로 마음이 가득 차서인지 정신이 맑지는 않기에 새벽시간을 선택했다. 잠을 푹 자고 난 직후이기에 정신이 맑다.


8개월 차 새벽기상이라고는 하지만 하루도 빼먹지 않고 실천하기가 아직은 어렵다. 아이가 어리고, 엄마의 기운을 받는지 자꾸 아이도 새벽기상을 하고 있다. (왜 그러는 걸까;;) 게다가 아이가 아픈 날엔 잠도 잘 자기 힘드므로 5시 기상이 힘들다.


그럼 난 이 상황들이 지나가면 작심 3일을 7번 하자고 또다시 다짐한다. 한 가지 행동이 익숙해지기까지 21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21일 존버하면 할만해지는 느낌이다. 앞으로 건강하게 새벽기상하며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려면 열심히 포기하며 일찍 잠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관건일 듯하다.


새벽기상이 내게 주는 귀한 선물로 인생의 밀도를 높여보자!

작가의 이전글 아파트 살면서 느낀 이웃의 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