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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Jul 24. 2023

킹더랜드 보며 생각하게 된 '사랑하는 법'

당신의 러브랭귀지는 무엇인가요?

요즘 시청률과 화제성 1위인 드라마인 <킹더랜드>를 나름 틈틈이 챙겨보고 있다. 보면 볼수록 세상 유치하고 답정너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끌리는 묘한 매력이 있는 클리셰 드라마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보다는 주조연 배우들 연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도 나만의 빅 재미는 이준호, 임윤아 배우의 꽁냥꽁냥 러브신들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로 킹 더랜드 9회를 보던 중,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이 아닌, 주인공(사랑이) 할머니로 나오는 김영옥 배우가 하는 잠깐의 대사에 장면을 멈추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결국 이날 9회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   


어떤 장면이었는가 하면, 주인공인 천사랑과 구원이 이제 막 사귐모드로 들어가면서 꽁냥 거리다가 사소한 행동으로 오해하며 다투게 된다. 구원은 마음이 불편했는지 사랑이 할머니(김영옥 님) 식당에 찾아갔고, 형광등을 갈다 쓰러지는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게 되었다. 구원 호의에 기쁘기도 하고 부담도 된 할머니는 정감 어린 말투로 구원에게 몇 마디를 건넨다. "너 사랑이 좋아하지? 사랑이한테 고백은 했어?"라고 묻는 할머니 질문에 구원은 이렇게 대답한다.


[구원]  아니, 서로 마음이 통했는데 고백을 해야 하나요?

[사랑할머니]  아무리 마음으로는 통했다고 해도 말로 진심을 담아서 표현해 주지 않으면 모를 때가 많은 것이여, 잉? 싸울 때도 마찬가지고, 서로가 서운한 일이 있어도 괜스레 참지말고, 응? 자존심 부리지 말고 뭐 때문에 서운했는가 솔직허니 얘기하고 또 진심으로 들어 주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 서로 사랑하는 법인 것이여.

<킹더랜드> 9회, 차순희역(김영옥 분) 대사 中


고백받을 일도 없는 아줌마인 내가 이 대사를 보며 멈춘 이유는 아마도 '서로 사랑하는 법'을 사랑이 할머니가 결혼 9년 차인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아서, 우리 부부에게 필요한 말 같아서 인 듯싶었다. 저 대사에 따르면 서로 사랑하는 법은 '마음으로 아는 것 일지라도 말로 진심을 담아 표현하고, 서운한일도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고 서로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이 된다.


각자 저마다의 사랑하는 법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는 내가 지향하는 부부의 모습이기에 저 대사 속 말들이 정답처럼 느껴졌다. 누가 우리 부부에게 정답처럼 지내고 있냐고 물으면 정답 샛길 언저리에 있다고 말을 해야 할 듯싶다. 우린 싸울 때 진심을 다해 싸우지 않는 편이다. 둘 다 약간 회피형 성향의 인간인지라 갈등 자체만으로도 좀 힘들다.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며 왜 내가 불편했는지, 화가 났는지 그 자리에서 갈등을 풀고 해결하는 것에 서툰 사람이다. 일단 어느 정도 감정이 상하게 되면 멈춘다. 그리고 그 감정을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다행히 숙성되면 불편한 감정이 커지지는 않고 오히려 사그라든다. 그 후 우리는 전화도 아닌 카톡으로 이야기를 하며 가볍게 푼다. 이게 우리 부부의 방식이다.


이는 언성을 높이지 않고 좋게 해결하는 방법처럼 느껴진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카톡으로 나누는 몇 마디로는 불편감정이 분명 남아있을 것이기에 이것이 누적되다 폭발하거나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부부싸움을 거의 하지 않는 우리는 서로 욱하는 감정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배려하는 측면도 있다.


반면 고맙거나 칭찬받을 만한 상황에서 말로 진심을 전하느냐? 나는 이 부분에서는 그래도 좀 더 낫지 않나 싶다. 아니, 꽤 잘하는 편이라 자부하고 싶다. 하지만 짝꿍은 어려워하는 것이 분명하다. 약간의 설명을 보태자면 짝꿍은 매우 가정적이고 집안일도 본인 몫을 알아서 잘하는 잔소리가 필요 없는 남편이다. 그런데 말로 하는 표현에는 매우 서툰 사람이다. 한동안 나는 짝꿍에 대해 '가정적이지만 자상하지는 않은 사람'이라는 표현을 했다. '가정적인데 왜 자상하지 않지?'라고 생각한 스스로가 의아하기도 했지만 내가 느끼는 마음은 확실했다. 가정적인데 자상하지는 않았다.


각자의 감정을 말로 잘 이야기하지 않는 우리 부부는 지금 건강한 부부 관계일까?   




킹 더랜드 보면서 사랑법에 대한 물음표에서 허우적 대다가 예전에 봤던 유튜브 내용이 하나 생각났다. 바로 누구에게나 각자의 러브랭귀지가 있다는 것이다. 검색해 찾아보니 게리채프먼이 쓴 책으로 잘 정리가 되어 있었다.  


인간 누구나 고유의 언어 체계를 가지고 의사소통을 하듯, 사람들이 사랑하는 방식에도 독특한 언어 체계가 있고 이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전달한다. 저자는 사랑의 언어를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 5가지로 분류한다. 그러면서 부부가 서로 같은 사랑의 언어를 사용해야 사랑이 소통되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의 언어』(게리채프먼 지음)


즉, 1) 인정하는 말(칭찬) 2) 함께 하는 시간 3) 선물 4) 봉사(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5) 스킨십이다. 러브랭귀지는 사랑하는 남녀 사이뿐 아니라 친구 가족 등 모든 관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언어인 듯싶었다. 예를 들어 친구사이에서 A는 달콤한 것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머지 B에게 초콜릿 선물을 주며 매번 마음을 표현한다. A의 러브랭귀지는 주로 선물이기 때문에 늘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물하며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데 B의 러브랭귀지는 함께하는 시간이다.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은 거의 없지만 선물만 주면서 표현하거나 심지어 B가 좋아하지도 않는 초콜릿을 선물한다면 이 둘의 관계는 오래갈 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한 사람의 러브랭귀지가 기계처럼 한 개로 고정화되는 것은 아닌 듯싶다. 나의 러브랭귀지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한 결과 나는 '인정하는 말'과 '스킨십'인 것 같다. 반면 짝꿍은 '봉사'인 듯하다. 짝꿍을 '가정적이지만 자상하지 않다.'라고 생각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음을 알게 되며 소름이 살짝 돋았다.


그렇다. 짝꿍은 말로 누군가를 칭찬한다거나 선물공세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잘하지 못하지만 본인이 필요할 때 나서서 행동으로 해결하는 것을 참 잘하는 사람이었다. 가정적인 것도 본인이 알아서 집안 청소와 정리도 하고, 내가 차를 써야 하는 날 하루 전에는 차가 문제는 없는지 점검도 해준다. 내가 피곤하고 쉼이 필요할 땐 알아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내가 쉴 수 있게 배려해 준다. 내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면 눈치껏 와서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다만 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 반면 나는 내가 한 음식에 맛있다며 칭찬도 듬뿍 해주고 고생한 일에 대해서는 고생 많았다며 먼저 안아주고 말로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우린 서로의 러브랭귀지가 달랐던 것이다.




내가 생각한 러브랭귀지만이 사랑법이라고 믿고 있던 나는 그것이 정답이라 여기고 있었다. 굉장히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이건 누구의 옳고 그름 문제가 아닌 것이다. 각자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가 원하는 러브랭귀지에 맞추어 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인정만 하고 행동으로 바뀌려고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결혼생활도 지금처럼 계속 무난하게 잘 흘러갈 수 있을까?


<킹더랜드> 사랑이 할머니 말처럼 서로 말로 진심을 주고받으며 표현하는 것이 사랑일 수 있지만 때론 말이 아닌 글로 주고받을 수도 있다는 여유로운 생각도 해본다. 또한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도 그의 곧은 사랑 법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짝꿍에 대한 사랑의 크기도 커지는 느낌이 든다. 역시 인정하고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도 알아야 한다. 마음으로만 알고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모른다는 것을.


나는 그동안 짝꿍이 원하는 러브랭귀지에 얼마나 만족감을 주었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서운한 부분이 생기면 꽁꽁 감추며 삭히지 말고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는 용기도 내봐야겠다. 자칫 불평불만으로 싸움으로 번질까 염려도 되지만 부드러운 대화로 시작하면 끝맺음도 부드럽지 않겠는가. 노력하는 순간 내 인생, 우리 부부의 인생에 순풍이 계속해서 불어올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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