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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Oct 04. 2023

11. 감사를 밥 먹듯 하기로 했다.

내면소통으로 마음근력 키우고 자율신경 밸런스 유지하기

자율신경은 굳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소화, 수면, 심장박동, 호흡, 침분비 등 많은 일에 참여하며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기특한 일꾼이다. 음식 먹고 자연스레 소화가 되는 것도, 밤이 되면 잠이 오는 것도, 잠자면서도 심장이 뛸 수 있는 것도 기특한 자율신경 덕분이다. 아프기 전에는 이 자율신경이 해주는 일이 너무 당연하다고만 여겼다. 숨 쉬고 먹고 자고 배출하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응당 나에게 주어진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것들이 당연하지 않아 지니 원래부터 당연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달하며 고마운 마음이 떠올랐다. 


 '이제 허파 2/3 지점까지 숨을 들이마시며 깊은숨 좀 쉬어볼까?' '이제 식도로 음식물 들어가니 위액을 뿜어낼 준비를 해! 죽처럼 만들면 재빨리 십이지장으로 넘겨라 오버!' '이제 2분 10초 후에 잠들 거니까 얕은 수면단계로 진입하는 거야!' 하며 명령하지 않아도 온갖 일을 수행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이제 나는 어느 정도 회복된 자율신경이 균형 있게 작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몸상태가 되었고, 이를 잘 유지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어떻게 유지를 할 수 있을까? 일단 스트레스에 취약한 신경이기 때문에 최대한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불안하고 긴장된 상황(스트레스)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호흡이 얕아지고 심장이 요동치고 근육이 수축되면서 코스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몸 안에 마구 뿌려진다. 최대한 스트레스와 마주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만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는 없으므로 이를 잘 관리해 보기로 했다.   




아이 유치원의 한 엄마를 통해 김주환 교수의 한 유튜브 강의를 알게 되었다. '1000만 원도 아깝지 않은 강의였습니다."라는 썸네일 제목에 사로잡혀 얼른 클릭해서 보았다. 당시 김주환 교수의 신간『내면소통』책도 읽었다. 영상과 책을 통해 자율신경실조증이었던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지에 대해 많은 공부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몇 달간 극심한 소화장애에 시달린 것이 위장으로 혈액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던 뇌신경센터 의사 말도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의 뇌는 35,000년 전 크로마뇽인의 뇌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뇌는 크게 진화되지 않았는데 우리 생활은 상상 그 이상으로 진화하고 발전했다. 그 옛날의 스트레스 상황이라고 하면 멧돼지가 종종 출몰해서 생명의 위기를 모면해야 하는 것인데 하루 24시간 중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면 현대인은 잠자는 시간 제외하고 많은 시간 멧돼지(스트레스)와 마주하고 있다.


멧돼지가 출몰하면 우리의 원초적인 뇌는 당장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팔다리 근육으로 혈액을 보내도록 만들어졌다. 왜냐, 당장 멧돼지와 싸워 이겨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멧돼지와 같은 스트레스 상황을 수시로 마주하고 있으니 몸과 마음의 기능적 문제가 많이 일어나게 된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멧돼지가 나타나면 면역, 소화 등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인 기능들이 그 순간에는 stop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기능이 장기간 stop 되었던 사람이 바로 나였던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뇌의 아몬드 모양을 하고 있는 편도체(Amygdala)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날뛰는 편도체 녀석을 진정시키는 것이 첫 번째 작업이다. 편도체는 내측전전두피질(이하 'mPFC', medial Pre Frontal Cortex)이라는 친구와 시소처럼 작용을 한다. 즉,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올라가면 mPFC는 뚝 떨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편도체가 안정화되면 mPFC는 활성화되는 것이다. mPFC는 이성적인 판단, 감정조절, 의사결정, 문제해결 등을 담당하는 늠름하고 멋진 녀석인데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나서서 해결해주고 싶어도 저만치 물러나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스트레스받으면 욱해서 감정조절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면소통』책 내용에 따라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편도체를 안화(▼)시키는 방법, 두 번째는 mPFC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다.


당장의 스트레스는 "심호흡"으로 진정시켜 심장이 크게 뛰지 않게 하기.


첫 번째 편도체를 안정화시키는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 좋은 방법은 '호흡'을 조절하는 것이다. 자율신경이 해주는 일 가운데 유일하게 내가 직접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호흡'이다. 호흡은 내가 조절을 할 수 있지만 심장박동은 어떻게 조절할 방법이 없다. 스트레스로 쿵쾅 뛰는 심장박동을 내리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호흡'에 관여해서 조절해주어야 한다.  


너무 간단하면서도 훌륭한 처방이 아닐 수 없다. 일상 혹은 육아하면서 짜증이 올라오는 그 순간 최대한 깊은 심호흡을 몇 번 해준다. 그리고 손을 올려 심장을 느껴보면 심박수가 안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짜증 수치가 10까지 치솟았다가 6 정도로 내려오는 느낌이랄까. 나는 머릿속에 신호등을 하나 박아놓기로 했다. 스트레스가 오는 순간에는 빨간불 이미지를 시각화해 번뜩 떠올리며 일단 행동을 stop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다.


사실 김주환 교수는 결론적으로 '명상'이 참 좋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명상을 시간 내어 매일 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자기 전에 가끔 하는데 좋은 점은 잠이 잘 온다. 몸이 이완돼서 그런 듯하다. 그런데 다행히 명상이라고 해서 꼭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격식을 맞춰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산책하며 걸을 때, 운전 중 신호대기할 때, 누워서 잠깐 쉴 때 주로 '호흡명상'을 간단히 한다.  



용서하기 - 마음에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게 한 상대방 혹은 나를 용서하기


두 번째 mPFC를 활성화시키는 여러 방법 가운데 자기 참조과정이 있다. mPFC 신경망을 활성화하는 효과적인 마음근력 훈련이라고 한다. 나는 주로 용서와 감사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시도를 해보았다. 내면소통을 위한 용서는 '다 괜찮아! 다 용서할게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얽매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지금 여기에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용서라고 한다. 나에 대한 용서, 타인에 대한 용서를 글쓰기 방식을 통해 해소하곤 한다.


분노, 억울함 등과 같은 부정적인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것은 잘못은 상대방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를 지속적으로 벌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더 이상 스스로에게 벌을 주지 않기 위해 용서를 하고 그 마음을 덜어내고 깨끗해진 상태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곧 나 자신을 갉아먹는 것과 다름없는 것을 이제는 깨달았다. 그리고 책을 보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용서하는 것도 능력이라는 것을. 다행히 이 능력은 반복된 훈련으로 키울 수 있는 것이 매우 희망적이다. 



감사일기 쓰기 - 일상의 감사를 발견하며 내면소통하기


mPFC는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긍정적 정보를 처리할 때 가장 크게 활성화된다고 한다. '감사하기'는 나에게 생긴 어떤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그 일이 다른 사람 덕분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마음 상태이다.


감사명상을 하면 심박수도 내려간다고 하는데 나는 주로 감사일기를 쓴다. 하루에 있었던 일과를 떠올리며 사소한 감사를 몇 개씩 적어가고 있다. 처음엔 도대체 뭘 감사해야 하냐며 한 줄 적어 내려가기도 어려웠지만 6개월째 쓰고 있는 감사일기엔 어느덧 하루의 감사함을 빼곡히 채워가고 있다. 사소한 감사부터 특정 대상으로부터 받은 감사한 일을 적는다. 타인을 향한 감사함일 땐 구체적으로 대상의 이름을 꼭 적는다.


정말 도무지 감사한 일이 떠오르지 않을 땐, '숨 잘 쉬고 소화 잘되어 오늘을 무사히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이 친구네 가서 훈육하느라 진땀 뺐지만 예전만큼 크게 힘들지 않아서 엄마인 내가 성장한 것 같아 감사합니다.' '브런치 글 1개 발행할 시간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등등 사소하게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다고 여기며 적는다.


감사하는 성향이 습관화된 사람들은 mPFC 신경망이 구조적으로도 더 발달해 있다는 책의 한 구절이 감사를 밥 먹듯 하고, 감사일기를 계속 쓰게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후천적으로 노력하면 신경망이 변할 수 있는 '신경가소성'을 믿어보기로 했다.


감사일기는 주로 육퇴 한 고요한 밤에 식탁에 앉아 쓴다. 잠들기 전에 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떠올린 후 잠을 자게 되는 것인데 이는 mPFC 신경망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수면상태로 접어드는 것이라고 한다. 뇌 신경망의 변화는 잠을 자는 동안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잠자기 전에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감사일기는 3년 일기장을 이용하는데 1년 전, 2년 전 오늘에는 어떤 감사의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를 매일 엿볼 수 있어서 재미가 있을 듯싶다. 스스로 한 약속 3개년도 감사일기 쓰기 미션을 꼭 완수하길. 




'숨'은 곧 '삶'이기 때문에 호흡에 대한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 깊은 숨을 편안히 쉬기란 내겐 참 어려운 숙제와 같다. 그래도 하루에 몇 번씩 멈추며 심호흡을 한다. 마음속에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품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갉아먹는 삶은 살지 않을 거라고 끊임없이 다짐한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내가 건강을 회복하며 알게 된 것들을 알려주고 훈련시켜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나에게 주어진 당연함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건강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이다. 감사일기를 쓰다 보니 이걸 어떻게든 쓰기 위해서라도 감사한 일 대상을  떠올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요샌 긍정적인 생각들로 가득한 내 마음이 기특하고 예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노랑이는 감사일기장, 민트는 일상기록의 일기장이다. 매일 2개의 일기장을 쓰는데 3년을 꽉 채울 수 있기를...

  


<11편 끝.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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