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의 시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역으로 나는 타인에게 별 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플 것이며 또 어떤 말은 설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출처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이 문장을 읽는데 가슴이 턱 하고 막혔다.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프다는 문구가 특히나 내 마음을 콕 하고 찔렀다. 아이를 낳은 후 가장 친했던 친구와 절연을 한 경험이 있다. 그 친구가 나에게 내뱉었던 마지막 문장은 이러했다. ‘나중에 나이들면 남편보다도 친구가 우선이라는데, 정말 후회 안할 자신 있어? 이 모든건 결국 네가 자초한거야.’ 솔직히 정확한 단어 낱말이 하나하나 기억나진 않지만, 이러한 말투였다. 그 말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고 내 머리속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가끔 그 친구와 좋았던 시절의 꿈을 꾸거나 함께 노래방에서 즐겼던 시간을 생각하면 그때의 우리가 너무 그립고 보고 싶지만, 선뜻 먼저 연락을 하거나 다시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나도 흘렀고, 다시 연락한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없을거라 생각해서 일까. 가장 믿었던 친구였던 만큼, 기대가 컸고 또 실망도 컸다. 그 친구를 생각할때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쓰라린다. 이런 상처엔 모든 상처를 치료해줄 것 같은 마데카솔도 후시딘도 다 소용이 없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에 의지하여 애써 과거를 생각하지 않고 추억을 되살리려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오늘 저 문구가 트리거가 되어 내 마음과 머리를 흔들어놓았다. 그리고는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그 친구에게 내뱉었던 나의 마지막, 내가 남긴 마지막 유언은 무엇이었을까? 나도 그 친구에게 여전히 아픈 말을 남겼을까? 우리는 왜 이런 결말을 남기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