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만으로 하루를 견딘다는 건,
솔직히 말이 안 된다.
별 도움도 안 되고,
끝나고 나면 더 공허하다.
그런데도 요즘은
그 상상이 없으면 뭘 붙잡고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
밴드음악을 듣는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김없이 어떤 장면이 떠오른다.
무대 위, 조명 아래,
기타를 메고 연주하는 나.
늘 그 장면이다.
익숙하다 못해,
진짜였던 기억처럼 남아 있을 지경이다.
그래서 AI에게 내 사진을 줬다.
이 얼굴로 기타 치는 모습을 만들어달라고.
AI는 단 몇 초 만에 만들어냈다.
붉은 셔츠, 깁슨 기타,
무대 위에 선 내 얼굴.
표정도 담담했고, 자세도 자연스러웠다.
그림은 잘 나왔다.
그런데도 오래 보고 있자니 이상했다.
익숙하면서도, 너무 낯설었다.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나처럼 생겼을 뿐인,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런 걸 자꾸 상상하는 내가
한심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없는 가능성에 기대고,
되지 않을 현실을 그리면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게 없었으면
지금까지 어떻게 버텼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