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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Jun 03. 2024

고백

고백.

나는 그 단어를 평생 동안 내게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왔다.

고백을 해본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고백을 한다면 상대는 분명히 불쾌해할 것이고, 그 이후로 나를 피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나는 애초에 고백이란 것을 내 삶에서 제외해버렸다.


나에게는 25년 동안 가슴속 깊이 품어온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내 인생의 배경음악처럼 늘 내 곁에 있었지만,

나는 감히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괜찮은 여성들과 함께 일했지만, 마음이 끌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랬어도 안 되고...)

그저 그녀 하나만을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녀를 알아온 지 30년이 되던 해,

나는 큰 결심을 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그녀에게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직접적으로 말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했기에, 간접적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

그녀를 좋아한다고, 30년 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다고.

하지만 역시나 그녀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다른 이야기를 하며 내 고백을 흘려버렸다.


거절당할 줄 알면서도, 나는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 순간 30년간 변함없이 품어온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귀찮아졌고, 더 이상 그녀와의 연락을 지속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 뒤로 나는 그녀의 문자를 다 무시하고, 잠수를 탔다.


어느덧 2년이 지났다.

나의 마음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지만,

그녀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그때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그녀와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면, 그저 허탈함과 씁쓸함만이 남는다.

고백하지 못한 30년의 세월,

그리고 마침내 용기를 내어 고백했을 때의 외면.

그 모든 것이 내게 큰 상처로 남았다.

하지만,

문득 그녀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여전히 가슴 한켠이 시리다.

그리움과 후회가 뒤섞여, 그녀가 없는 지금의 현실이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

그녀가 없는 지금,

나는 홀로 남겨진 추억 속에서 슬픔을 곱씹으며 살아간다.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상처처럼,

그 길은 여전히 고독하고 쓸쓸하다.

고백의 무게를 내려놓은 지금,

나는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기보다는,

잃어버린 사랑의 흔적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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