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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May 31. 2024

마우스

어릴 적, 엄마가 야근을 가시는 날이면

나는 혼자 집에서 잠을 자야 했다.

당시 우리 집은 시골에 위치한 조금 허름한 집이었고, 그곳에는 쥐가 많았다.

시골의 낡은 집에는 쥐가 많은 것이 흔한 일이었지만,

우리 집은 유독 더 많았던 것 같다.


밤이 되면 혼자 침대에 누워 자려고 할 때면,

문 틈 사이로 쥐들이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가끔은 그 작은 생명체들이 방 안으로 들어와 내 머리맡을 지나가는 일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깜짝 놀라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두려움에 떨곤 했다.


밤새 잠을 설친 후 아침이 되면,

부엌문을 열 때마다 또 다른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엌문을 여는 순간, 쥐들이 사방으로 튀어나가 도망가는 것을 보고 나는 놀라서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 장면은 어린 나에게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릴 넘치는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너무 무섭고 끔찍하게 느껴졌다.

혼자 자는 것도 두려웠고,

쥐들이 나타날까 봐 밤마다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하게도 그 쥐들이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자주 보게 되다 보니,

이제는 쥐들이 나타나도 처음처럼 놀라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쥐들은 나에게 단순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어쩌면 친구 같은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혼자 있는 밤이 무섭기만 했던 것이 점점 덜 무섭게 느껴졌고,

쥐들이 나와 함께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 작은 쥐들이 나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두려움을 함께 나누어주는 동료가 된 것이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그 시절을 회상할 때,

그때의 쥐들은 나에게 단순한 해충이 아니라

외로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동반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있는 것이 두려운 아이에게 쥐들은 이상한 방식으로나마 위로가 되었고,

나는 그들과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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