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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Jun 28. 2024

짜증

물리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나는 홀로 삶을 살아내야 했습니다. 힘들고 버겁고 무섭고 아파도, 세상으로 나아가야 했습니다. 학교와 회사라는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의 접촉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고, 그 과정에서 겪지 않아도 될 일들,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들, 그리고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못할 고민들이 나를 감싸 안았습니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갈 때, 나로 인해 느린 걸음을 걷는 모습을 볼 때, 나는 늘 마음 한 켠에 미안함과 무거운 짐을 안고 있습니다. 동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배려해 주지만, 나는 그 배려 속에서 마음의 부담을 느끼곤 합니다.

회식 자리에서도 나로 인해 멀리 가지 못하거나, 계단이 많은 곳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들은 나를 더욱 미안하게 만듭니다. 나 혼자 참석하지 않으면 동료들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하게 됩니다.

회의 중에는 중요한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음이 좋지 않아 말을 삼키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설득을 포기하고, 그저 하자는 대로 일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런 선택들이 나중에 문제가 되어 나를 괴롭힐 때가 많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나는 쓸데없이 눈치가 빠르고 배려심이 깊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어주거나 도와주고 싶은 순간들이 눈에 너무나 잘 들어오지만, 그저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오히려 작은 일 하나에도 도움을 받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럴 때마다 수치심, 무력감, 미안함과 짜증이 교차합니다.

대화 중에도 나는 종종 답답함을 느낍니다. 말을 하다가 상대가 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오해할 때, 대화를 멈추고 글씨로 쓰거나 폰에 써서 보여줘야 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순간마다 나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고, 나와 대화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상대방의 표정을 살피며, 그들이 혹시나 나와의 대화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신경 쓰이곤 합니다. 이런 상황들은 내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듭니다.

이렇게 나는 매일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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