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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이 없는 돛단배
Oct 01. 2024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많아진다는 말, 그거 정말 실감하게 돼. 예전엔 TV 속 주인공이 울든 말든,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 드라마를 보다가 슬픈 장면이 나오면 어김없이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지면서 눈물이 차오른다. 그게 꼭 그 장면이 너무 슬프다기보다는, 뭔가 내 안에 오랫동안 묻어둔 감정들이 그 순간에 불쑥 올라오는 것 같아. 이상하게도 그런 순간이 자주 온다.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나면, 내가 왜 울었는지 이유조차 흐릿해진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내 삶이 진짜 힘들 때는 울지 않는다는 거야. 하루하루가 버겁고 숨이 막힐 듯한 날들도 있는데, 정작 그때는 눈물이 안 나. 오히려 더 무감각해지거나, 그냥 피곤에 찌든 채로 멍하니 누워 있을 뿐이야. 이 고단한 현실 앞에서 나는 무슨 감정을 느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저 감정조차 닳아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어. 아마 그때 눈물이 난다면 뭔가 풀릴 것 같기도 한데, 눈물은커녕 깊은 한숨만 나오지.
그러다 보니 드라마 속 슬픈 장면을 보면, 그동안 억누르고 쌓아둔 감정들이 튀어나오는 것 같아. 현실에서는 애써 참아왔던 슬픔이나 고통이, 그 순간만큼은 아무런 경계 없이 쏟아져 나오는 거지. 그게 내 얘기가 아닌데도, 마치 내 일처럼 가슴이 먹먹해지고, 어딘가 저 밑에서부터 눈물이 차오르는 걸 느껴. 그렇다고 울고 나서 속이 시원한 것도 아니야. 울고 나면 오히려 더 공허해. 그 순간만큼은 감정이 터져 나왔는데,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거지. 변한 건 아무것도 없고, 그저 한바탕 울고 난 흔적만 남아 있을 뿐.
그러니까 나이가 들면서 이런 감정들이 왜 이렇게 드러나는지 모르겠어. 어린 시절엔 오히려 더 예민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울고 웃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삶의 큰 파도 속에서도 감정 하나 표현하는 게 어려워져. 점점 더 마음은 딱딱해지고, 그러다 보니 나조차 내 감정을 무시하게 된 걸까. 그래서일까, 드라마 속 허구의 이야기에라도 감정의 출구를 찾게 되는 게.
그게 나만 그런 건지, 아니면 모두가 그런 건지. 세상이 너무 차갑고 빠르니까, 현실 속에서는 눈물조차 사치가 된 건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