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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누우리 Nov 30. 2019

내로남불 하루

대중교통편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엄마와 통화하는 한 여자분이 있었다.


“엄마는 이상해!”

“왜 애들 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오라고 하는 거야?”

“애들끼리 살게 내버려 두어!”

“엄마는 그게 문제야.”


듣고 있는 내가 더 불편했다. 버스에서 그분의 통화 소리가 시끄러웠고, 자신의 어머니를 비난하는 태도도 불편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비난하면서 몰아붙이며 전달하는 과정에서 승자는 없다.


그리고 퇴근길이었다.


신랑과 통화하면서 언쟁이 붙었다. 화 낼 일이 아닌데 오늘 내게 있었던 에피소드를 듣던 중에 화낸 것이다. 나의 대처가 잘못이라고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른 전개다.


지하철에서 통화를 멈출 수가 없었다.

불이 붙은 것이다.

본인이 아무리 옳아도 나를 비난할 권리가 없다고 했다. 당신의 말이 오히려 나에게 상처가 된다고 얘기했다.


신랑도 다른 서운함이 밀려왔을 것이다. 자신을 만날 시간도 없는데 그 시간에 내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싫었던 것이다. 난 조금 다쳐도 부딪혀 보고 싶다. 신랑은 다치기 전에 피하는 스타일이다.


신랑 세계에서는 내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다. 뻔히 다칠 것을 알면서 달려드니 말이다.


이렇게 나 역시 내가 옳다고 주장하면서 아침에 싫어했던 여자분의 행동을 내가 하고 있었다.


지금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하철에서 양옆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계신다. 자신만의 중요한 일로 통화하시는 거겠지만 내 일이 아니니 그저 시끄럽다.


아무리 빡치고 급해도 지하철에서는 통화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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