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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피 지망생 Nov 30. 2020

딱 1평만 있으면 돼

아닌 밤중에 백패킹

한 달 전,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나 누구랑 같이 있는 줄 아냐? 고등학교 동창 K"

"와... 얼마 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냐. 걔 살아있었냐? 십 년 전에 갑자기 연락이 끊겨서 뭐 하면서 사나 궁금하긴 했는데..."

"나도 집 인테리어 맡겼다가 우연히 만났어. 작업 끝나고 같이 술 한잔 하고 있는데 너도 나올 수 있으면 나와."

"지금은 애들 봐야 해서 못 나가고, 다음에 기회 닿으면 같이 보자"


이때부터 이야기가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럼 다음에 산에서 같이 보는 건 어때? 나도 백패킹 한번 해보고 싶더라고. K도 캠핑 좋아한대."

나는 허세 70퍼센트, 너스레를 30퍼센트 비율로 섞어 대답했다.

"백패킹? 좋지! 근데 너 나랑 백패킹 한번 가면 다음엔 다른 캠핑장 시시해서 못 가는 거 알지?"


그렇게 우리는 내가 백패킹을 처음 시작한, 반경 4km 이내에 사람을 찾아볼 수 없기에 '비무장 지대'라고 이름 붙인,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는, 그곳으로 백패킹을 떠났다.

 

가운데 멀리 보이는 곳이 성산일출봉이다.


이곳에서는 딱 1평이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노을빛 조명 아래 펼쳐진 몇만 평짜리 앞마당. 하늘색 바탕 도화지가 조금씩 까만색으로 물들면 노을빛 조명은 이내 달빛 조명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적당한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내 뺨을 스친다. 그 와중에 세상에서 가장 큰 바람개비(풍력발전기)는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하고, 저 멀리 가끔씩 지나가는 차 헤드라이트 멈춰있던 화면에 생동감을 준다. 이때, BGM으로 미리 준비한 백패킹 OST가 깔린다. (백패킹 OST로는 김광석, 이소라, 검정치마, 9와 숫자들처럼 잔잔하고 가사가 좋은 음악들을 추천한다.)


친구가 말한다.

"사람은 일단 뭐든지 해봐야 하는 것 같아. 내가 여기 와보지 않았다면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도 몰랐을 거 아냐?"


맞다. 사람은 가봐야 안다.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런 멋진 세계가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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