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뒤에서 뭔가가 잡아끄는 느낌... 이미 도로는 교통통제가 끝나 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걷고 싶었지만 걷는 순간 결승점에 닿을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앞만 보고 뛰는 것뿐이었다.
35km를 넘어서자, 난 여기까진가 보다 싶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뛰어보지 않은 거리를 뛰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럴 때마다 눈앞에 보이는 표지판 ‘결승점 -km 앞’. 결승점이 가까워질수록 표지판이 더 자주 보였다. 아마도 마라토너가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북돋아주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날 울린 것은 마지막 표지판이었다.
‘41.195km’.
지금껏 내가 뛴 거리. 지금까지는 앞으로 몇 km가 남았는지 알려주다가 마지막 표지판만 유독 내가 지금까지 뛴 거리를 알려줬다. 내가 지금껏 저 거리를 뛰어왔구나. 까짓것 나머지 1km쯤이야. 더 이상 남은 거리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내가 걸어온 거리의 힘으로 마침내 결승점에 닿을 수 있었다. 결승선은 무슨 사연 있는 사람처럼 눈물범벅이 되어 통과해야 했다. 결승점 1km 앞 오르막을 남겨뒀을 때 나에게 '힘내세요'라고 말해줬던 자원봉사자 아주머니의 한마디도 내 눈물에 최소 절반의 지분을 갖고 있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 이후, 언젠가는 다시 의미 있는 도전을 하리라 다짐했다.
이번에는 울트라 트래킹이다. 24시간 안에 100km 걷기.
실제 대회가 있는 것도 있는 것도 아니고 코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울트라 트래킹이라는 용어도 내가 만들었고, 코스도 내가 직접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