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추진단 <2019년 아트뷰 기고>
야반삼경 잠이 드는가 하는 순간에 사분사분 흰 물체가 어른거린다. 할머니께서 잠든 아이들이 깰까, 조용히 몸을 움직이고 계셨다. 두 손에는 하얀 사발 하나를 고이 드셨는데, 마당으로 나가자 큰 달이 그릇에 일렁이며 반짝이는 것이, 그릇에 담겼던 것은 맑은 물이 분명하다. 슬그머니 이것이 무슨 광경인지 궁금해진 어린 나는 할머니를 몰래 따라나섰다. 마당 장독대에서 가장 너른 항아리 뚜껑 찾아 그곳에 흰 사발을 올리신 할머니는 호흡을 고르시고 이어 거듭거듭 비손이를 하신다. 말이 없는 가운데, 곁에서 지켜보는 나의 가슴 틈을 벌리고 점차 따스한 기운이 스며들어 왔다. 훗날이 되어서야 예부터 이것을 ‘치성(致誠)’이라 일컫는 것을 알았다. 나라와 사회, 집안의 무고와 가족들의 안녕을 빌고 기원하는 정성의 행위, 이 치성이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짐작하고 있다, 개인이 똑 홀로 떨어져 세상 위에 혼자 서 있는 듯 외로움과 씨름하지만 결국 ‘나’라는 존재는 먼 근원과 주변을 딛고, 그것으로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어짐’으로 붙은 한 덩어리이자 서로 어떠한 관계든 맺고 더불어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들이 바친 생으로 오늘을 살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