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아버지 곁에서 조을 적에

정근화 내 할아버지

by 정한별

정근화 내 할아버지는 내 아빠의 큰아버지다!

-작은할아버지 부부, 아이를 낳고 애를 버리고 간 생모 덕에 아이를 낳지 못하는 큰집 부부의 양자로 입양되어 자람-


가끔 골목 어귀에 의자를 두어 개 두시곤 앉아계셨는데, 지나시던 할아버지 동네 친구분들이 함께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들을 나누시며 해바라기를 하셨다.


골목길 신나게 놀다가 할아버지 품에 뛰어들어 안기면 할아버지 세상 온화하고 보드라운 얼굴로 품어주셨지.


하루는

"애, 너의 하루와 나의 하루는 시계가 다르단다!"

라고 하셨는데 그때는 몰랐다

70세 할아버지의 하루,

7살 아이의 하루,

할아버지는 칠십 년만큼이나 담뿍 애정 담긴 품으로

나를 안았던 순간이었음을



할머니 할아버지 다 돌아가시고 가끔

산소에 가 봉분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다가

눈이 부은 채로

휘적거리며 내려오다

고모에게 들켜


"애, 너는 마음이 그렇게 여려 어디 쓰니?"

핀잔을 듣기도 했다.


30년만큼

40년만큼

안아도 안아도

안을 수 없는 그리움이


거울 속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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