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by 정한별


잠든 밤하늘 아래 개 짖는 소리 벗 삼아

두서너 달 먼저 입영했다고 짝다리 껄렁거리는 사수

던지는 희롱을 견디며 총총 뜬 밤하늘 올려보자

저 먼 곳에서 도마 소리 들려온다


내가 잠든 밤 어느 첫새벽들

집으로 찾아오는 아버지 제자들 먹일

반찬 재우고 국 끓이는 엄마 냄새 맡아진다


엄마보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게으름이라!

어느 자식 부지런 가질까?


제대하면 엄마에게 충성해야지

밥상 한자리 앉아 물 달라 새우젓 달라 술 내와라

엄마 엉덩이 서너 번은 앉았다 일어나 시키는

등골 무른 아비는 되지 말아야지


제대해도 벌떡 일어나는 습관 잠시더라

집은 집이요 어미는 어미로

개만도 못한 가짜 깨달음들 게으르게 늘어져

엄마가 죽든 말든 엄마가 울든 말든

깊은 잠자리에 들었다가


어느 새아침 정말

도마 소리 또 들려온다


자다 말고 보초의 밤 눈물짓던 그리운 엄마

한달음 부엌으로 달려가

엄마를 뒤에서 안고 주저앉으며

엄마 치맛단을 부여잡고 통곡을 한다


왜 우니? 무서운 꿈을 꾸었구나?


전쟁광 군대

제대 아들이든, 말든

그냥 아기다


엄마! 사내자식 잠든 사이

엄마 희생 없었다면

제 살도 뼈도 없었어라 고마워라 고마워라


엄마 돌연 단호한 얼굴로 변해 나지막이


얘야! 난 한 아내로 또 네 분 어른 딸, 며느리로

그리고 너희 넷 엄마로 살면서 단 한 번도

내가 산 시간을 희생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단다


나의 삶, 나의 본분일 뿐.


아아 엄마, 어머니!

나 어느 희생이 단 하나 있었으리오!


무슨 일을 하고자 하며 뻐기는 자랑도

무슨 일을 했다고 하며 뻐기던 희생도

엄마 아침 조리에 사라졌더라


그냥 조용히 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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