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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파파 Oct 15. 2021

8시간씩 잤다는 수능 만점자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하루 8시간씩 꼬박꼬박 잤어요.”     

“교과서 위주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했어요.”     

“과외를 받아본 적 없어요.”     


수능 만점자의 인터뷰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늘 관심거리다. 과거에는 서울대 수석 입학자의 인터뷰도 그랬다. 인터뷰는 화제이지만 도움이 됐다는 사람은 별로 만나보질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거짓말에 화가 났다는 이들이 더러 있다. 위와 같은 말들 때문이다. 화까지는 아니지만 저런 말을 믿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능 만점 같은 검증된 공부쟁이들의 말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 아마도 저 말을 “공부를 많이 안 했다”는 말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공부를 많이 안 했는데 시험 문제를 다 맞았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 분명 비법이 있는데 가르쳐주지 않으려는 거다. 게다가 교과서 위주로 사교육 없이 혼자서 공부를 했다고? 그럴 리가 없다.    


수능 만점자들은 정말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걸까. 8시간을 잤다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8시간을 잤다’는 데에 주목한다. 말을 바꿔보자. 하루는 24시간이다. 24시간에서 8시간을 빼면 16시간. 16시간 중에서 밥 먹고 씻고 학교를 오가는 등 피할 수 없는 시간을 3시간 정도라도 치자. 13시간이 남는다. 13시간을 공부만 했다면. 매일 13시간을 공부한 사람이 성적이 잘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일까. 8시간 잤다는 말을 못 믿는 사람은 난 과연 하루 13시간을 흐트러짐 없이 공부했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말도 영 미덥지 않다면 곰곰이 뜯어보자. 수능 문제는 정확하게 교과서를 바탕으로 출제된다. EBS 교재도 물론 교과서를 토대로 짜인다. 수능 만점자의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말은 교과서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시 되물어보자. 난 교과서 내용을 100% 숙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과외를 받지 않았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수능은 교과서를 응용해 출제되고 교과서는 혼자서도 학습이 가능하다. 그래야만 하는 당위성도 있다. 모든 학생들에게 공짜로 배부되는 교과서는 가장 기초적이고 평등한 교재다. 노력만 하면 깨우칠 수 있어야 ‘교육의 본질적 의미’에 부합할 것이다. 거창한 의미를 차치하고서라도 단언컨대 교과서는 혼자 끝낼 수 있다.      


물론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과외교사의 1대 1 설명이 매우 효과적일 거다. 단 모든 이들에게 과외나 학원이 정답은 아니다.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는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 ‘일단 공부를 하게 되면’ 어떤 방식이 나에게 맞는지 보인다. 아직 안 보인다면 보일 때까지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걸 알고 있다.      


에필로그 한 토막. 난 수능 만점자는 아니다. 정확히 네 문제를 틀렸다. 2001학년도 수능을 봤고 제2외국어를 제외하고 400점 만점에 393점을 받았다. 하루에 8시간보다는 적게 잤던 거 같다. 보통 새벽 1시 30분 정도까지 공부를 하고 2시 좀 넘어서 잠들었다. 밤잠 기준으로는 5시간이 채 안됐지만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틈틈이 잔 걸 고려하면 그래도 6시간 정도는 잤다고 봐야 할 듯하다. 나보다 많이 잔 사람이 성적이 더 잘 나온 게 믿기는지 묻는다면, 당연히 대답은 “그렇다”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수면시간이 아닌 실질 공부시간에 초점을 맞추면 쉽다. 하루 13시간을 집중해서 공부했는가. 그것도 수년 동안 매일 그렇게 했는가. 기억하자. 수능 만점자는 8시간을 잤다고 했지 16시간을 놀았다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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