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가는데 날씨가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흐리고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잿빛 하늘만큼이나 질척한 저녁이다.
먼저 와서 아이를 기다리는 아빠의 모습이 낯설었다. 마스크를 하고 있고 서로 누구의 아빠인지 확신이 없어서 눈인사만 했다. 어색하고도 충분한 사회적 거리를 두고 멀뚱멀뚱하고 있었다. 어린이집이 코로나 이후로는 직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문 밖에서 인도하고 인계를 받는 방식으로 바꿔서 이런 풍경이 생겼다. 어린이집 문 앞에 인터폰 벨을 누루고 "ㅁㅁ 아빠예요", "네 아버님 기다리세요"
문이 빼꼼히 열리는데 우리 아이가 먼저 나왔다. 선생님은 00은 마무리 좀 더 하고 나오느라 좀 늦는다는 말씀을 먼저 온 00 아빠에게 하셨다. 그리곤 나에게 시선을 주시면서 [오늘 놀다가 나무블록을 떨어뜨려 발등에 떨어뜨렸는데 조금 아프다고 하는데 주의 깊게 보시라는 말과 저녁 잘 먹었다]는 말씀을 하시며 아이와 푸석한 식빵에도 달달한 맛을 낼 것 같은 꿀 떨어지는 작별 인사를 하셨다. 그리고 A5지 크기의 하얀 종이를 주시면서 집에 가서 읽어보라고 하셨다. 집에 와서 보니 [코로나 문진표 매뉴얼]이라고 쓰인 소책자였다. 다시 보니 A4지에 가로로 인쇄하고 반으로 접은 책자였다. 왼쪽 모서리에 스테이플러가 두 개를 꼼꼼히 찍고 옆에는 손글씨로 아이 이름이 있다. 에고 선생님들 고생하셨구나.
소책자에 내용은 이달 말부터 '코로나 앱'을 이용해서 날마다 문진표를 작성한다는 내용이다. 문진의 결과에 따라서 '등원 가능'과 '등원 보류'로 나뉜다는 설명이 들어있다. 그 사이에 앱까지 개발했구나 정말 빠르다. 또 한 번 IT강국 코리아에 살고 있음에 놀랐다.
문진표에 내용을 보니 기본에 충실하면 99%의 위험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가 창궐한 지 6개월이 지난 8월 현재도 날마다 확진자가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지만 기본은 초지일관된 내용이었다. 마스크 쓰기와 밀집된 곳에 가지 않기였다. 문진표에도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체크하게 만들었다. 결국은 매일매일 문진표를 작성하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방'활동을 아이와 부모님 모두 하라는 무언의 명령 같았다.
자기 검열을 철저히 해야 한다. 행동 하나하나 생각 하나하나를 지금은 스스로 검열해야 하는 시대다. 기본을 행동을 보여주면 이겨낼 수 있는 확신이 되지만 방심은 확진이라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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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하라. 쉽고도 어려운 이야기. 어렵지만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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