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축구하는 소리

- 스티커 한 장

by hanxs

누구나 지나간 추억을 먹고 산다. 달달 한 기억은 사탕을 음미 하 듯하고 아픈 기억은 쓴 보약처럼 삶의 거름이 되었다고 스스로를 자위하며 살아간다. 인생에 빛나는 순간, 지나고 나서야 그때가 내 인생이 정점이었구나 하는 아련한 기억을 되새김질할 때가 있다.


오늘 오랜만에 '뭉쳐야 찬다'라는 TV 프로그램을 봤다. 챙겨 보는 건 아니지만 포맷은 알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각 체육분야의 전설들이 한 팀이 돼서 다른 민간인 축구팀과 시합을 하는 단순하면서 의외성이 있는 프로다. 단순함은 아저씨들의 축구 시합이고 의외성은 스포츠계의 정상에 있던 '전설의 축구실력'에서 나온다. 당연히 축구도 잘할 거라는 기대가 크면 클수록 반전 있는 허당끼에 재미를 얻는다. 이런 반전은 하루하루 연습하고 발전되어 가면서 '역시'라는 끄덕임으로 변모해 간다. 허당 아저씨들은 지금은 초기에 비해서 어엿한 팀으로 변모해서 한 골만 넣는 일이 버거웠던 수준에서 이기는 팀으로 변모했다.


국가대표나 세계대회에 우승하지 않았어도 나름의 인생의 화양연화는 가지고 있다. 지금도 기억하는 나만의 정점이던 시절 추억에 젖어서 여생을 보내기에는 너무 긴 삶이 기다리고 있다. 뭉쳐야 찬다에 전설들은 이전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초보자처럼 연습해서 지금의 팀으로 거듭났다. 나도 얼마든지 다른 분야에서 빛날 수 있다고 믿고 지금 하루하루 가고 있다. 열정은 겉으로 보이는 씩씩함이 아니라 내면에 가득한 향기에 가깝다. 열정이 있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연스럽게 향이 베어난다. 장미를 담은 종이에 장미향이 나듯이.


글쓰기라는 다른 분야에 일단 진입에 성공했다. 100일을 향해 달리는 나에게 '참 잘했어요' 칭찬 스티커 한 장 붙여주었다. 로봇 색칠 책에 빨간색과 회색, 분홍색 원색의 로봇들을 다 색칠한 후 아빠에게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하는 6살 아이처럼 뿌듯하다. 로봇의 색이 세련되게 채색되지 않았고 윤곽선을 삐져나왔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완성한 자에 경의를 표하는 스티커다.


완벽하지도 않고 작품성을 논할 만한 글도 아니고 공감이 얻기엔 빈약하지만 내면의 소리를 글로 노출했다는 사실 하나에 '칭찬스티커' 한 장을 준다.


지금은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조잡하고 민망한 수준이라도 '양질전환'이 될 것을 믿고 뻔뻔하게 써 내려갈 참이다.



#hanxs #양질전환 #뭉쳐야찬다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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