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이 뭐예요?

- 지식반감기, 인생 길다 첫 번째 전공으로 먹고살기에

by hanxs

정치외교학과에서 뭐해요?

정치를 외면합니다. 정치를 제외한 모든 것을 합니다.


농담 반 사실(fact) 반 기반으로 한 답변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 중 새로운 사람과 만났을 때 종종 전공애 대해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은 조금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있는 분야는 IT(정보통신) 분야이고 프로그래머의 전공과는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대부분은 전산 관련이나 컴퓨터 전공 그도 아니면 적어도 이공계쯤은 될 거라는 일단의 판단을 기반으로 질문을 했는데 느닷없이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했다는 말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연이어 나오는 질문은 대게 비슷한 편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프로그래머를 하세요? 거나 "정외과에서는 뭘 배워요?"이다.


대학 전공 선택의 기원을 찾으면 다소 맥 빠지는 이유다. 학력고사 시절에 전국의 대학과 학과가 나오는 가로세로 배치표를 통해서 나온 결과다. 바둑판처럼 가로에는 대학이 있고 세로에는 학과가 나온다. 그럼 1등 대학부터 100권 대학까지 쭉~~ 한눈에 들어오고 점수를 대입하면 된다. 학교를 먼저 선택하면 과를 점수에 맞추고 과를 선택했으면 학교를 맞추는 단순하지만 잔인하고 몰개성적인 방식이었다. 그렇게 해서 걸린 과가 정치외교학과다. 적당한 학교 적당한 과다. 한 가지 의견이 첨언된 부분은 졸업 후 전망 부분이다. 원래 내가 원했던 과가 있긴 했었다. 막연하게나마 국문과에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부모님께 이야기했는데

"국문과 나와서 뭐하니?"

"국어 선생님요"

작가는 아니 될 거 같고 여고에 국어 선생님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잠깐 있었다. 물론 이마저도 반복되는 삶에 염증 내는 스타일이라 가능하지 않았다. 그냥 한 여름 소나기처럼 딱 한 번쯤은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막연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아들에게 국문과보다는 차라리 정치외교학과가 낫지 않냐고 설득하셨다. 20살이 가까워지는 나이까지 부모님 말씀에 '아니요'라고 해본 적 없어서 그때도 '네'라고 했다.


그렇게 들어간 전공이 재미와 성취가 있을 리 만무했다. 졸업을 위한 최소한의 전공강의만 듣고 다른 계열을 주로 들었다. 교양 수업은 나름 재미난 게 많았다. 학기 중에는 패션과 생활, 연극의 이해, 심리학 개론, 경영학, 스포츠와 생활 같은 강의를 들었고 방학 때는 컴퓨터 특강을 들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나름 전방위적 학문을 접하게 된 건 전공 덕이다. 이후 밥벌이가 된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단초가 조금씩 싹트고 있었던 건 방학 때 들었던 '인터넷 강의'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시저의 죽음.png 사자가 보고 있는 그림은 이탈리아 화가 빈센초 카무키니(1771~1844)의 ‘줄리어스 시저 암살’(1805년작, 유화, 112×195㎝)'

지금도 종종 새로운 사람들과 거리감이 줄어들 때 대학 전공을 이야기하면서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때면 전공 덕분에 정치를 제외한 모든 면에 관심을 가지고 살다 보니 '정치'의 연관성이 Zero에 수렴하는 IT분야에 있다. 정치는 참과 거짓이 불분명한 영역이 많다. 컴퓨터의 세계는 1 혹은 0이라는 이진수를 기반으로 한다.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1이면서 0은 가능하지 않다. 아직까지는.


지금 여기까지 왔다고 이야기했다. 정치는 삶과 뗄 수 없다.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국가에서도 올바른 정치는 필수다. 이해가 상충되는 지점을 유연하게 넘어가서 Win-Win으로 이끌어내는 묘수는 정치가 하는 최고의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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