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에 자유로를 이용한다. 이름처럼 시내에서는 낼 수 없는 속도의 자유를 준다. 종종 90킬로미터 제한속도 구간에서 100킬로가 넘는 속도를 보는 건 예사다. 주변의 흐름을 맞추다 보면 전혀 빠름을 인지하지 못한다. 밖에서 봐야 이런 상황이 제대로 보인다.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특성으로 말하는 ‘빨리빨리’ 문화처럼 말이다.
최근 배송업체는 로켓 배송, 총알배송, 새벽 배송, 당일배송 등 배송 서비스명을 보면 하나 같이 속도를 지향하고 있다. 내일 아침 식사 재료를 전 날 밤 12시에 주문해도 배송이 되는 나라, 대한민국이다. 지금 우리의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받고 있는 서비스 중 하나다.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배송 완료의 심리적 기준이 만 하루가 되었다. 극단적으로는 오늘 주문하고 난 직후부터 배송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기도 한다. 조급증에 가까운 집착이다.
오래전 미국에 사는 지인이 홈트레이딩용 기구 구매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두 번 놀랐다. 처음은 배송이 한 달 걸렸다는 사실이고 다음은 배송 사항에 ‘한 달 이내’ 배송이라는 명시가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우리나라라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었다. 하루와 한 달, 좋고 나쁨이 아니라 관점의 차이다.
최근에 택배업체는 팬데믹 상황 속 주문량 증가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60%에서 100%까지 증가했다. 이 뉴스와 대비되는 또 다른 증가 소식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올해 14명의 택배기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인과관계는 파악해야겠지만 늘어난 주문량을 ‘제때‘ 처리하기 위해서 새벽부터 심야까지 진행되는 살인적 노동이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늘어나는 주문량과 한정된 인력과 시간 거기에 속도전, 택배업계는 폭발적인 주문과 치열한 속도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승자독식의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전장의 병사인 택배기사가 하나 둘 쓰러지고 있는 꼴이다.
업체가 취할 조치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배송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모든 소비자는 빠른 배송을 원한다는 전제를 재구성해야 한다. 배송의 본질은 물건을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 빠른 배송‘과 ’ 일반 배송‘의 구분이 있으면 한다. 고객에 입장에서는 빠른 배송을 위해 '시간'도 함께 구매해야 한다. 당연히 비용 지불의 요인이 생긴다. 업계는 일반 배송에는 빠른 배송보다 저렴한 비용 책정이 수반되어야 하며 택배기사는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합의를 통해서 택배 문화를 개선한다면 현재 발생하는 택배기사의 죽음이라는 불행을 감소시키는 방편이 될 것이다.
속도에 목숨 걸다가 말 그대로 상황이 되고 있다. 소수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편익은 받는 쪽도 불편하다. 조금 천천히 와도 좋다. 물건이 아무리 중요한들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다.
#hanxs #택배